남해 금산 시.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채인숙의 독서노트
2017-06-02
책상 시/ 박형준 책에는 두 번 다시 발을 담글 수 없어요 나는 책상에 강물을 올려놓고 그저 펼쳐 볼 뿐이에요 내 거처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일 뿐 나는 어스름한 빛에 얼룩진 짧은 저녁을 좋아하고 책 모서리에 닿는 작은 바스락거림을 사랑하지요 예언적인 강풍이
2017-05-26
슬픔이 없는 15초 시/ 심보선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 가끔 슬픔 없이 15초 정도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
2017-05-19
희망의 바깥은 없다 시/ 도종환 희망의 바깥은 없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낡은 것들 속에서 싹튼다 얼고 시들어서 흙빛이 된 겨울 이파리 속에서 씀바귀 새 잎은 자란다 희망도 그렇게 쓰디쓴 향으로 제 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지금 인간의 얼굴을 한 희망은 온다 가장 많이 고뇌하고 가장 많
2017-05-12
춘망사 (春望詞) 시/ 설도 花開 不同賞
2017-05-05
봄 밤 시, 김사인 나 죽으면 부조돈 오마넌은 내야
2017-04-28
목련나무가 있던 골목  
2017-04-21
당신은 꽝입니다 시. 김연숙 그 여자 태어났을 때 온 식구 허탈해서 누워버렸죠 꽝 뽑았다고, 딸이었다고 빈 동그라미 안에서 꽝 아기 쌔근쌔근 자고 있었죠 다섯 살 무렵부터 온몸으로 태가 흐르더라는 아주 일품이라는 그렇고 그런 얘기들
2017-04-13
만년필 이것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인가 만년필 끝 이렇게 작고 짧은 삽날을 나는 아직껏 본 적이 없다 한때, 이것으로 허공에 광두정을 박고 술 취한 넥타이나 구름을 걸어두었다 이것으로 경매에 나오는 죽은 말 대가리 눈 화장을 해 주는 미용사 일도 하였다 또 한때, 이것으로 근엄한
2017-04-07
노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을 읽었다. 그의 독서 방식은 간단치 않았다. 먼저 그는 한 음절 한 음절을 맛보듯 음미한 뒤에 그것들을 모아서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읽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단어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었고, 역시 그런 식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렇듯 그는 반복과 반복을 통해서 그 글에 형상화된 생
2017-03-31
살은 굳었고 나는 상스럽다 &nbs
2017-03-25
나는 두 세계 사이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세계에도 안주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 약간 견디기가 어렵지요. 당신들 예술가들은 저를 시민이라 부르고, 또 시민들은 나를 체포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이 둘 중 어느 쪽이 더 나의 마음에 쓰라린 모욕감을 주는지 모르겠습니다. 시민들은 어리석습니다. 그러나 나를 가리켜 냉정하다거나 동경이 없다고 말하
2017-03-17
질투는 나의 힘 시/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2017-03-10
다시 봄비는 내리고 시/ 이승희 봄비라는 말 속에서 너를 만났다. 지친 뒤척임만 가득한 눈을 보
2017-03-03
영경은 컵라면과 소주 한병을 비우고 과자 한봉지와 페트 소주와 생수를 사가지고 편의점을 나왔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영경은 큰 소리로 외치며 걸었다.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영경은 작은 모텔 입구에 멈춰 섰다.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이여!
2017-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