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41| 우리 아이가 대답을 하지 않고 울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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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
<사례 2 > 우리 아이가 대답을 하지 않고 울기만 합니다.
우리 큰아이가 누가 무얼 물어보면 한 번에 대답을 안 합니다. 특히 자기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아무리 좋게 어르고 달래며 물어봐도 절대 말을 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기만 하거나 눈물만 글썽입니다.매를 들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한번은 아이가 기분이 좋아 보일 때 대답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혼날까봐서요”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너는 대답을 해서 혼난 적이 많니, 대답을 안 해서 혼난 적이 많니?” 했더니 “대답을 안 해서 혼나요”라고 합니다. 정말 답답해요. 일부러 말을 안 하는 건지…자기가 조금 불리하다 싶으면 울어서 해결하려는 습관이 있어요. 유치원에서도 잘못을 질책했는데 한도 끝도 없이 울어서 선생님들도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그나마 엄마 말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들어요. 물론 매를 들면 확실하게 말을 듣지만 그 방법은 쓰고 싶지가 않아요.어떻게 해야 대답을 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며 우는 버릇을 고칠 수 있을까요? 자꾸 반복되니까 아이의 대답을 요하는 질문은 저도 모르게 피하게 되고 그로 인해 대화의 단절이 오는 것 같아요.
아이가 묻는 말에 쉽게 말문을 열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아이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거나 대답 이후의 결과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신의 입장이 불리하거나 잘못한 일이 있을 때는 거짓말이나 변명을 할 수도 있고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대답을 안 하면 더 혼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뜻 자신의 입장을 말하지 못하는 것은 내 입장을 얘기했을 때 상대방이 나를 믿어줄 것인지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일 것입니다.
엄마가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막상 대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입을 다물고 있는 동안에는 대답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대답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때로는 가슴 졸이느라 아무것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답을 했어도 혼이 났던 경험이 있거나 혼이 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 사실을 믿는 경우에는 입을 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입장을 어떻게든 변명도 하고 싶고 그냥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말하고 싶어도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울음으로 자신의 의사나 감정을 대신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매를 들면 억지로라도 엄마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엄마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아서 혼이 나고, 혼이 났던 경험때문에 자신의 의사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지고, 자신감이 부족하다 보니 더욱 말을 할 수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있습니다.
대답을 하지 않는 행동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아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말을 못 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울음소리와 아이의 표정과 눈빛을 마음을 열고 눈여겨 살펴보십시오. 슬퍼서 우는 것인지 억울해서 우는 것인지 뉘우쳐서 우는 것인지 두려워서 우는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대답을 주저하는 아이에게 입을 열지 않는다고 나무라거나 입을 열라고 다그친다면, 아이의 입은 억지로는 열릴지라도 아이의 마음은 더욱 굳게 닫혀질 수 있습니다.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는 경우에는 일단 울도록 두면서 감정을 공감해주시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네가 무엇 때문에 울고 싶은가 보다’ 하고 아이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생각을 먼저 이해해주고 표현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말을 하지 않고 울면 엄마가 네 마음을 알 수 없으니 엄마가 네 마음을 알 수 있도록 말로 얘기해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보십시오. 이렇게 해도 입을 열지 않고 울면 네가 울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고, 스스로 울음을 그칠 때까지 우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어떤 말이든 아이가 말을 해준 것에 대해서는 격려해 주시되, 옳지 않은 부분은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식으로 대안을 알려주십시오. 이러한 경험이 쌓이다 보면, 아이는 혼나는 결과를 감내하면서라도 솔직히 자신의 얘기를 전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렇게 노력을 하는데도 아이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인근 아동 상담전문 기관을 방문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 가톨릭대학교 아동∙청소년∙가족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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