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61)재혼 후 아이가 적응을 잘 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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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부모의 이혼 및 죽음을 경험한 아이
<사례 1 > 재혼 후 아이가 적응을 잘 하지 못합니다.
제 조카는 4살인데 태어나서 돌이 되기 전 남동생 부부의 이혼으로 위탁모 집에서 자라다가 한 달 전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동생은 아빠로서 잘해주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아이가 고집과 떼쓰는 것이 심해지고 자꾸 하지 않아도 될 거짓말을 합니다. 새엄마한테는 아빠한테 이르겠다고 하고 아빠한테는 할아버지께 이르겠다고 협박(?)하고, 실제 있지도 않은 일을 이르고 하여 서로 간에 오해가 생기게 만들고 있습니다. 야단도 치고, 달래보기도 했지만 변화가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동생이 고민이 많아요. 저도 좀 도와주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도움을 청합니다.
조카의 4살이라는 연령을 고려했을 때, 고집부리거나 떼쓰는 행동은 발달 상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행동이기도 합니다. 대개 아이들은 두 돌이 지나면서 심리적 자아가 생성되고 자기 의사가 분명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한 자신의 의사가 다른 사람에게 받아 들여지지 않을 때 고집 부리거나 떼쓰기 행동을 보이게 되지요. 이전과 다른 아이의 행동에 어른들은 당황하여 제지하고 혼내게 되지만, 그러한 행동에는 ‘이제 저도 나름의 생각과 의견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 주세요’라는 큰 뜻이 담겨있는 아주 반가운 행동입니다. 조카의 경우 부모님의 이혼으로 위탁모 집에 떨어져 살다가 아빠와 새엄마라는 새로운 환경을 접하였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행동보다 그 정도가 더 심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이러한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아이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이는 아빠를 만난 반가운 마음도 크겠지만 그동안 떨어져 지내다보니 아빠와 새엄마를 대하는 것이 서먹하고 어색할 것이고 지난 세월 엄마, 아빠를 필요로 할 때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서운함과 화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아빠, 엄마의 사랑을 잃지는 않을까 두려워 사랑을 확인하고 싶고 그동안 엄마로 알고 지냈던 위탁모와 헤어져야 하는 아픔도 있었을 것입니다. 사람과 마음을 주고받는 토대를 마련하는 가장 중요한 ‘애착’시기에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고 그나마 정을 주고 받으며 애착을 형성했던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경험은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무척 버거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 당시 아이가 어렸더라도 엄마, 아빠와 헤어지는 경험을 나중에라도 인식할 수 있고 아이의 심리상태에 미치는 영향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일단은 아이가 겪었을 마음의 상처를 이해하며 아이를 바라봐 주시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이의 고집과 떼가 심해지고 자꾸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아이가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나 이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거나, 어른들이 아이가 왜 그러는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적절하지 못하게 대처해서 그런 행동을 강화시키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거짓말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아이의 말을 어른들끼리 오해하고 불편해 하는 것이라면 어른들끼리 서로를 신뢰하고 함께 노력해 나가는 마음으로, 부모님과 주위 어른들이 아이의 행동이나 말에 감정적으로 좌우되지 말고 중심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시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4살짜리 아이의 말은 부정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후맥락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아빠가 해 주실 수 있는 역할이 이러한 중심을 잡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래도 아이와의 생활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새엄마에게는 아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고 힘들게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어른들이 아이에게 계속 휘둘리게 되면 아이의 문제 행동은 계속될 수 있으며 그로인해 아이와 새엄마의 사이가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아빠가 새엄마와 함께 아이가 지금까지 겪어온 과정과 그로인해 아이가 가질 수 있는 심리 상태에 대해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를 이해하고자 노력하시는 것과 더불어 새엄마가 느끼실 어려움과 불편함을 충분히 나누어 주십시오. 아버지께서 양쪽의 입장을 헤아리고 보듬어 주시면 새엄마 뿐 아니라 아이도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를 이해하라고 해서 아이의 문제 행동까지 다 수용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고집이나 떼쓰기 행동을 보일 경우, 들어주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 그 점을 설명해 준 후 아이의 행동을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아이 스스로 떼쓰기를 멈추었을 때,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주세요. 예를 들어, “00이가 ~~를 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속상했구나.” 하면서요. 아이의 행동 안에 있었던 아이의 마음은 충분히 수용해 주시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은 단호히 일관성 있게 대처해 주세요. 아이가 거짓말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했을 때도 일단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좋은 행동이나 태도를 보였을 때 더욱 관심과 칭찬을 아끼지 않고 해주시면 됩니다.
* 가톨릭대학교 아동∙청소년∙가족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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