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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여행은 언제나 옳다 - 자바의 스위스, 가룻 찌위데이(Garut Ciwid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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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경의 잘란잘란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7,652회 작성일 2017-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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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아직 머물 곳을 찾지 못해 헤매는 사람들일까.-
 
글. 사공 경 / 한인니문화연구원장 
*무단복제 금지
 
보아야 할 것, 맞이해야 할 곳 생각에 근심을 빼기하고 마음에 행복을 더 할 자연의 소리와 마주침을 위해 떠난다. 사람살이 비슷한 모양과 엇비슷한 모습의 날개 짓과 출발점에서 종착점의 쳇바퀴가 맞물림으로 내가 만들어낸 설레임, 조급함, 느긋함을 돌아봄 없이 떠난다. 지금 “우리는 어디서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무엇을 찾아보러 가는 가. 무엇을 보고 느낄 것인가. 여행 중 무슨 사연을 담고 담을 것인가”를 과제를 가지고 말이다.
 
25명의 회원들이 이른 아침에 서둘러 버스를 타고 자카르타에서 170Km에 위치한 “자바의 스위스”라고 하는 가룻과 찌위데이(Garut, Ciwidey)로 탐방 여행길에 올랐다. 회원들이 본인 소개를 하기를 멋쩍어하자 조은숙 수석팀장께서 ‘자기소개는 이렇게 합니다.’ 하면서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저는 잘 모르겠는데 남들이 그러는데 저는 못하는 게 없데요.” 한바탕 웃고 나서 모두 그런 식으로 소개하자 어색한 분위기가 금방 화기애애해졌다.
 
첫째 날 고속도로에 문제가 생겨 돌아가야 했고, 교통체증까지 더했으나 누구하나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다. 연구원 문화탐방답게 인니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과 시낭송으로 지루함을 비움과 채움으로 승화시켰다.
 
8세기에 세워진 “짱꾸앙 사원”(Candi Cangkuang)으로 라낏(Rakit)이라 불리는 대나무 뗏목을 타고 갔다. 지난 번 탐방처럼 라낏 위에서 들려주던 거리의 악사(Pengamen)들이 온 몸으로 구슬프게 부르는 가락이 생각나 자꾸만 돌아보았다. 손수 만든 악기로 뗏목 물결에 따라 흐르는 노래를 듣지 못해 아쉬웠다. 뱃사공이 젓는 대로 물결 따라 흘러 우리는 짱꾸앙 힌두사원에 도착했다. 자바지역 이슬람 첫 순교자 “아리프 무함마드(Arif Muhammad)의 묘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두 종교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모습에서 낯설지만, 항상 이방인에게 미소로서 대하는 포용성의 의미를 알게 하는 것 같다.
 
대나무 땟목 (사진=한인니문화연구원)
 
어느 듯 해님은 작별인사를 재촉할 때, 연꽃이 내려다보이는 방갈로숙소에 도착하였다.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온천욕을 하면서 피로를 풀었다. 오늘 본 짠디 짱꾸앙(candi cangkuang) 깜뿡 이슬람 촌(kampung adat pulo) 풍경을 연못 위에 지워진 방에 한 아름 풀어놓고, 첫 밤을 잠의 여신과 함께 꿈속을 헤매며, ‘여행은 항상 옳다.’라고 말한 어느 회원의 말을 생각했다.
 
짱꾸앙 사원 인근 숙소 (사진=한인니문화연구원)
 
둘째 날 땐졸라야 영웅묘지(Makam Pahlawan Tenjolaya)에서, 인도네시아 독립전쟁 영웅 양칠성님(1919~1948. 08.10.)이 잠들어 있는 곳을 참배하였다. 그는 종전 후에도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네덜란드의 재식민지화 정책에 맞서 조선인으로서 인도네시아 독립 전쟁에 참가하여 네덜란드 군에게 큰 타격을 주는 “빵에란 빠빡(Pangeran Papak) 부대의 대원으로 가장 용감한 투쟁 용사였단다.
 
양 칠성님을 짝사랑했던 여인의 밀고로 1948년 가룻 갈룽궁(Galunggung) 산 속에서 네덜란드 군에 체포돼 이듬해 1949년 8월10일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총살되어 일반인 공동묘지인 ‘빠시르뽀고르’에 안장하게 된다. 비운의 전사(戰士) 양칠성은 수하르토 대통령 당시 외국인 독립영웅으로 추서되어 1975년 11월19일 이곳에 잠들게 된다. 한국인의 얼, 혼, 넋을 새긴 묘비에 양칠성이라는 글씨가 희미하게 새겨져 잘 보이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토속 풍습과 문화를 간직한 ‘깜뿡 나가(Kampung Naga) 용의 마을’로 향하였다.원시 공동체적 삶을 영위하며 현대문명을 거부하는 그들은 전기도 사용하지 않으며, 이방인과 결혼을하면 마을을 떠나야한다.
 
마을 방문을 마치고, 가파른 경사를 하고 있는 계단 300여 계단을 오르는 중턱에서 손가락으로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자기마을 풍경을 그리는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주민들이 즐겨먹는 Palm sugar 채취하는 기관지 질환에 좋다는 음료를 오름 중턱에서 사서 마실 수 있어 갈증이 해소되었다.
 
장미화원에는 첫사랑의 달콤한 봄 향기도 있었고, 여름 열정에 취했던 젊은 시절도 있었고. 디딤돌 발걸음으로 가을 낭만 쫓는 유랑자도 만났으며, 채워지지 않는 배고픈 탐욕도 승화되는 그런 곳이었다.
 
“까모장 발전소”는 지열(地熱)을 이용하는 발전소이다. 활화산 까와 까모장(Kawah Kamojang) 분지에 올라서면 굵은 증기 배관들을 목격할 수 있으며, 여기저기에서 하얀 수증기 같은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증기 기관차 고동소리로 하늘 높이 하얀 증기가 치솟는 기차 분화구(Kawah Kereta Api) 주위에는 약 20개가 넘는 분화구가 있다. 그 중 4개의 큰 분화구는 반둥의 “땅꾸반 쁘라후(Tangkuban Perahu) 화산과도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힘차게 분출하고 있었다. 우리들에게 온 힘을 다하여 기차분화구의 위력을 보여주며 이 분화구의 위대함을 자랑하던 중년 노인네가 인상에 남는다.
 
깜뿡 나가 주민들이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한인니문화연구원)
 
문화탐방 참가자들이 깜뿡 나가 주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인니문화연구원)
 
농경생활을 하는 깜뿡 나가 아낙들 (사진=한인니문화연구원)
 
마지막 날, 드디어 찌위데이(Ciwidey)에 위치한 천사가 하강했다는 전설이 있는 옥빛 유황 분화구, 까와 뿌띠(Kawah Putih)에 도착하였다. 신이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옥빛의 신비를 보여 주는 까와 뿌띠는 아무리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라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곳이다. 해발 고도 2,500m 빠뚜하 산(Patuha)에 위치한 까와 뿌띠는 해발고도 2,434m이다. 분화구 주변의 하얀 모래는 마치 옥구슬이 쌓여 있는 것으로 착각되며, 이 옥빛 분화구를 “하얀 분화구”라고 부른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과 일제 강점기 때에는 이곳 유황으로 많은 약재를 만들었던 동굴도 보인다.
 
문화탐방 회원들이 까와 뿌띠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인니문화연구원)
 
다음 장소인 지독한 사랑 이야기가 있는 연인들의 장소인 “시뚜 빠뗑안”(Situ Patengan: “그리움에 서로를 찾는 호수”라는 뜻)으로 향하였다. 가는 길에 안개 속에 끝없이 차밭이 펼쳐진다. 시뚜 빠땡안은 자연호수로 하트 모양이다. 호수에는 작은 섬이 있고, 섬 가까이 있는 바위는 “사랑의 바위”로 불린다. 못 다한 사랑을 영원으로 승화하여 지금도 많은 연인들이 찾고 있는 데이트 장소이다.
 
시뚜 빠뗑안” Situ Patengan: “그리움에 서로를 찾는 호수”라는 뜻 (사진=한인니문화연구원)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팀원들은 여행 탐방지에서 받은 정기로 인함인지 피곤함 기색도 없이 소감을 말하며, ‘여행은 언제나 옳다.’는데 모두들 동의하였다. 이번 여행을 같이 한 회원들은 인테리어 시장조사 나온 꽃미남 부부, 인니에서 18년 간 살다가 한국에 대학유학 중인 엄마와 같이 온 대학생, 인니교육과 연계하려고 온 교육 사업가이신 멋쟁이 언니, 대기업송사를 맡아서 하였다는 로펌 몬로 언니, 양칠성님의 대한 ‘적도에 묻히다.’를 읽고 그 감동으로 탐방 길에 나섰다는 여교수님. 그리고 춤 시위와 악기연주를 뽐낸 국어 선생님, 대학시절 시국시위 했다는 시민운동가, 인니에서 몇십 년을 살고 있는 꾀꼬리 언니, 막내둥이를 떼어 놓고 온 젊은 어머니, 결혼 후 남편 곁을 처음 떠나왔다는 어머니, 이번 탐방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신 의사이자 작가 그리고 사업가이신 이동균 사장님, 모두들 소중하고 귀한 분들이었다. 그리고 사공원장님, 안미경 수석팀장님, 조은숙 선생님의 헌신적인 마음 감사합니다.
 
사람 마음에도 햇볕을 쬐이고 바람을 쏘이며 마음의 빗장을 살포시 열어 옥빛 내음새로 가득 담는다. 몸치장 빈곳 찾아 머무는 허리띠 두른 고은 아름 열도(列島)에 부드러운 손길이 햇살로 비누질하고 바람 구름 강 호수 화산 분화구로 때 묻은 몸뚱이 씻고 들, 풀꽃 향수로 따스한 마음은 바람방울 마중물 되었다.
 
노란 파랑 빛이 녹색을 다 전할 수 없어 마음은 호수에 머문다. 하늘 구름과 호수에다 사랑 전설의 허상을 실질적 욕망으로 풀어본다.
 
참으로 내 몸 한 부분 들려 놓을 수 없기에 그대 산머리 산마루 등성이 아래 머무는 행복한 여행자가 되나 보다. 그래서 아직 찾지 못한 머물 곳을찾아 길을 떠나야 하리라.
 
자바의 스위스 가룻, 찌위데위에서.....
 
한인회 한*인니문화연구원 305– 307회 문화탐방기
글 : 이 인상 (전자동차학과교수, 은퇴비자로 6년째 거주중)
참고서적: 서부 자바의 오래된 정원 (사공 경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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