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왜 인도네시아에서 결혼할 때 혼전 계약서가 필요할까? > 전문가 칼럼

임수지 변호사의 법률이야기(13)

 

 

 

 

인도네시아에 오래 사신 분들이면 ‘프리넙’(혼전 계약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계약서가 도대체 무엇이며 무엇때문에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며 사석에서 변호사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인과 결혼한 분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결혼 하기 전 신랑쪽 혹은 신부쪽 가족으로부터 혼전 계약을 하자고 제안을 받았을 경우 많이 놀랐다는 경험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 계약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결혼하기 전 한 쪽 배우자가 엄청난 재산을 보유하였을 경우 그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한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이 계약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혼전 계약: Prenuptial Agreement (Perjanjian Harta Terpisah)은 인도네시아 민법147조에도 나와 있습니다. 원래 인도네시아는 결혼을 하면 결혼 기간 동안에 생긴 재산은 남편과 부인의 공동 재산으로 여겨집니다. 이혼으로 결혼이 깨졌을 경우 공동 재산 분할(harta gono gini)에 따라 남편과 부인의 재산이 2분의 1로 나누어집니다.(단 결혼 전 가져온 재산, 각자 부모님께 받은 상속 제외) 즉, 남편 이름으로 집을 사도 그 집 소유권의 절반은 부인에게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도네시아에선 집을 팔 때 부인의 싸인이 의무적으로 들어 갑니다.

 

그런데 이 혼전 계약서가 있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혼전계약서가 있다면 남편 명의의 집은 100% 남편의 재산이며 부인은 혼전 계약으로 인해 재산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행사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재산이 없는 배우자 측은 이 계약을 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혼전계약서가 있다면  재산이 아닌 배우자의 ‘빚’에 대해서도 책임질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사업하다 빚이 많아져서 채권자가 담보로 잡힌 집을 가져가려 할 때 집 명의가 부인 이름으로 되어 있다면 이 집은 공동 재산이 아닌 각자의 재산으로 여겨지므로 채권자는 부인 명의의 집을 건드릴 수 없습니다. 만약 혼전계약이 없다면 부인 명의의 집이라도 공동재산으로 간주되므로 채권자가 집에 대해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의 소중한 재산은 혼전 계약서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 하겠습니다.  

 

또한 인도네시아인과 외국인과의 결혼 사례에서도 혼전계약서가 중요합니다.

인도네시아인이 외국인과 결혼했을 경우 혼전 계약서가 없으면 인도네시아인일지라도 외국인 배우자로 인해 토지 소유가 힘들어 집니다.(인도네시아 토지법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인이 외국인과 결혼한 후 토지를 소유할 수 없으며 가지고 있던 토지도 일년 안에 다른 인도네시아인에게 소유권을 넘겨야 함) 단, 외국인과 결혼한 인도네시아인이 혼전 계약서를 만들었다면 다른 인도네시아인과 똑같이 토지 소유가 자유로워집니다.

 

예전엔 혼전 계약서는 결혼하기 전에 만들어진 계약서만 효력이 있었지만, 현재 헌법 재판소 판결에 의해서 ( Putusan Mahkamah Konstitusi Nomor 69/PUU-XIII/2015 Tahun 2015 ) 결혼 이후에도 혼전 계약서를 체결할 수 있습니다.

 

혼전 계약서가 유용한 것인지 아니면 결혼이 깨졌을 경우 한 쪽의 배우자가 빈털털이로 결혼을 끝낼 수 밖에 없는 독이 되는 계약이 될지는 변호사인 저도 섣불리 결론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인도네시아인이 외국인과 결혼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고려해야 할 계약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