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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자바에서 시를 읽다 65 -그대도 오늘 / 이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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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숙의 독서노트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5,740회 작성일 2018-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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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에서 시를 읽다 65>
 
그대도 오늘
                      
시. 이훤
 
 
무한히 낙담하고
자책하는 그대여
 
끝없이 자신의 쓸모를
자문하는 영혼이여
 
고갤 들어라
 
그대도 오늘
누군가에게 위로였다
 
(출처: 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문학의 전당)
 
 
NOTE***********************
우리가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린 아시안게임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은 대회였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한바탕 축제를 무사히 즐긴 느낌이다.
아시안게임을 위해 도로를 정비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길거리는 공사가 끝나지 않은 채 길을 막고 있었고 선수촌은 냉장고와 TV조차 충분하지 않은 건 물론 전기 공급까지 원활하지 않았던 열악한 조건이었지만,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인도네시아 한인 동포들과 한국에서 온 응원단들도 입장권을 구하는 일부터 발을 동동 굴렀지만 어떻게든 응원석을 차지하고 앉아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모습을 보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억지로 나가 앉아있을 이유도 없는데, 내 돈과 시간을 쪼개가며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모습은 눈물겨웠다.
 
나에게는 이번 아시안게임이 누구보다 특별했다. 사실 부끄럽지만 나는 그전까지 아시안게임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TV를 보다가 여자농구 남북단일팀 코치가 내 고등학교 친구 ‘하숙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등학교 때 나는 무던히도 농구부를 쫓아다니던 열성팬이었고, 당시 농구 명문이었던 삼천포여고(내 모교)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서울 장충체육관까지 갔던 기억도 있다. 암튼 TV를 보자마자 농구 경기장으로 달려갔고, 자카르타 겔로라붕까르노 농구경기장에서 28년 만에 친구와 감격적인 재회를 했다. 친구를 발견하자 마자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숙례야~”를 외쳤고, 친구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나를 발견하고는 너무나 놀란 얼굴로 달려와 부둥켜 안았다. 둘이 표현하기 힘든 감회에 젖어서 잠시 눈시울을 적셨다.
 
그날부터 여자농구 단일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농구장으로 달려갔고, 팀에서 필요한 자잘한 심부름들을 대신하면서 말할 수 없이 기쁘고 행복했다. 어릴 때 친구가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길을 놓지 않고 살아왔고, 그 결과로 국가대표 팀(그것도 남북단일팀이 아니던가)의 코치로 성장한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너무도 뿌듯하고 흐뭇하고 보람있는 일이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
 
나에게도 그리 특별했던 시간들이 흘렀고, 이제 축제는 막을 내렸다. 경기에서 메달을 따거나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루어 낸 선수들에게 먼저 무한한 축하를 보낸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간 선수들 중에는 최선을 다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이루지 못한 선수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고 싶어 오늘은 이훤의 시를 함께 읽으려 한다. 결과와 상관없이 그들이 1분 1초도 놓치지 않고 눈물겨운 노력을 쏟는 순간들을 지켜보며 모두 행복했다. 선수들이 보여 준 땀들이 하나하나 메달처럼 빛났던 시간들 속에 우리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그대들을 응원하러 간 자리였지만, 오히려 우리가 큰 위로와 응원을 얻었다. 잊을 수 없을 것이다.
 
 
* 채인숙 / 시인.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라디오와 TV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 1999년 인도네시아로 이주하였고, 인도네시아 문화 예술에 관한 칼럼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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