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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아마추어 골퍼의 두 부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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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576회 작성일 2017-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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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이 곧 자기를 위하는 것  

“사람이 남녀로 나뉘듯 아마추어 골퍼도 두 부류로 나뉩니다.”
 
순간 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번쩍 귀를 열었다.
싱글 핸디캡의 그에게 제대로 한 수 지도를 받을 기회가 왔다 싶었다.
하늘과 땅, 밤과 낮처럼 요지부동의 대 원칙을 그가 자비롭게 풀어놓을 것 같았다. 어떤 말이 뒤를 이을지 기다려졌다.
 
“홀인원을 경험한 부류와 그렇지 못한 부류입니다.”
 
순간 나는 멍한 상태로 그를 쳐다봤다.
그의 표정이 근엄하다. 웃음기를 감춘 느긋한 얼굴이다.
나를 느긋이 건너다 보고 있다. 목하, 나 놀리기를 즐기고 있다.
그러니까 홀인원을 못한 사람은 자기 앞에서 함부로 골프 이야기를 꺼내지도 말라는 식이다.
 
아뿔싸 내 실수다. 조금 전 내뱉은 내 말 때문이다.
왜 나는 이제까지 홀인원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을까? 했다고, 그것도 여러 번이라고 말할걸. 많아서 다 기억도 안 난다고 능청을 떨걸. 그래서 그의 기를 팍팍 꺾을걸.
 
그는 자카르타에서 종합무역상사를 운영하고 있는 과묵한 성격의 중년 남자다. 성공의 기준이야 사람마다 다르겠는데 그는 후한 성공 점수를 받는 사람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참 열심히 산다고 말한다.
교재의 범위와 사회 참여도 넓고, 종교인으로서도 섬세하게 자기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말 수가 적지만 그는 기회가 되면 지인들과 한 잔 술 나누기를 피하지 않는다.
틈이 나면 홀로 명상을 즐긴다. 꽃과 나무 기르기도 좋아한다.
세월 머금은 골동품이나 이색 가구 소장도 그의 취향 중에 빼놓을 수 없다.
 
<프레임으로 사용된 나무는 인도네시아 농가에서 곡식을 갈고 빻는 인도네시아 농가의 절구통 러숭(Lesung)이다. 나무로 태어난 지 족히 백 년을 넘겼을 나무다. 인도네시아 농부들은 50여 년 이상 튼실하게 자란 단단한 재질의 나무를 러숭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 선택한다.
좋은 도구가 없이 오직 농부의 손으로 빚은 절구통은 투박하지만 정감이 넘친다. 절구통은 저녁거리를 위해 작은 바구니 하나 달랑 들고 나가 벼 모가지 한 줌 꺾고, 텃밭의 채소 몇 잎, 고추 몇 개 거둬 와, 방아를 찧어 밥을 짓는 인도네시아 농가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도구다. 크기나 형식도 여러 가지다. 한국의 절구통처럼 원형인 것이 있다. 한편 외양간 소 여물통이나 돼지우리의 밥통처럼 길쭉한 것도 있다.
한 가족을 위해 절구통으로 기꺼이 헌신한 수십 년의 시간, 낡고 헌 후 절구통의 대부분은 뒤뜰에 방치된다. 버려진 많은 세월을 견디는 동안 투박함에서 오묘함으로 변한 절구통, 땔나무로 사라지지 않았음이 참 다행이다. 홀인원을 기념하는 프레임이 되어주니 참으로 고맙다.>
 
 
그가 홀인원을 했다. 2011년이었으니 6년여 전이다.
그는 그때 동반자들로부터 홀인원 기념패를 받았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작품으로 다시 기념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홀인원 당시 받은 부상이 자동차 한 대였다고 한다.
그 상을 받은 뒤 치른 축하 자리 횟수를 그는 다 기억하지 못한다.
그의 성품으로 보아 부상으로 받은 자동차값보다 홀인원을 축하해주는 지인들 대접비가 더 많았을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홀인원 하나로 참 많은 순간 즐겼습니다. 그러나 아직 자동차 바퀴 하나 값 정도는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 밤 저 기념작품으로 인해 그마저 다 소비해야 할 것 같네요.”
 
완성된 홀인원 기념 작품을 보며 그가 한 말이다.
나는 작품을 창작할 때가 가장 행복한 작가다.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작품, 경건하게 임해야 하는 작품을 창작할 때도 고된 일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가 있고, 흥미를 끄는 작품을 제작할 때면 콧노래가 절로 난다. 고맙게도 그는 완성된 작품을 보며 작가인 나보다 훨씬 흡족해 했다. 
 
 
自利利他, 홀인원을 기념할 작품 내용으로 그가 선정한 말이다.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이 곧 나를 이롭게 하는 것’,
자리리타는 불가에서 수행의 이상향으로 삼는 말이다.
공생의 원리를 말할 때도 흔히 쓰는 사회학 용어이기도 하다.
그는 골프 홀인원을 기념하는 말로 왜 하필 이 단어를 선택했을까?

사람은 모두 ‘自利’, 즉 자기의 이익을 추구한다. 그래야 이 풍진 세상 살아남기 때문이다. 바로 그래서 ‘利他’가 필요하다. 자기를 위해서 정작 자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있어야 한다. 혼자 살아남는 것은 곧 실패다. 함께 즐겁게 살아야 한다.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타인도 이롭도록 돕는 아름다운 마음, 즉 자리리타를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
 
아쉽다. 나는 분명 홀인원을 하지 못한 부류다.
오늘 고수를 통해 홀인원의 의미에 관해 제대로 한 수 배웠다.
흥미로운 것은 내가 어제보다 오늘, 그리고 내일은 더욱 홀인원에 가까이 다가갈 것이란 점이다.  희망에 부푼 날이다. 
그의 홀인원을 다시 기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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