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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자바에서 시를 읽다 64 - 인도네시아 현대시 특집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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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숙의 독서노트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259회 작성일 2018-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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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에서 시를 읽다 64 - 인도네시아 현대시 특집 4>
: 2018년 8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안 게임을 자축하며 한 달 동안 인도네시아 현대시 특집을 게재한다
 
 
 
뿌안
 
 
시 / 셀리데스미아르티
번역 / 채인숙, 노정주
 
 
그래보여
그 뗏목은 슬픔을 부축할 뿐이야
호수로, 바다로, 더 먼 물가로
 
파도에 실려 헤엄 치고, 흔들리고
산호에게 말을 걸고, 떨리며 물방울에 닿고
땀 흘리고 있는 어부를 만나고, 바다와 사랑에 빠지고
검은 까마귀는 굉음 속에서 소리를 지르고
돛을 찢고, 고통을 되뇌이지
 
그 뗏목은 점점 더 멀어져 가
아주 멀리,
뿌안
 
*Puan : Puan은 ‘여자’라는 의미의 인니어 Prempuan에서 가져 온 이름이다. 한 여자의 이름이 되기도 하고, ‘여자’라는 보편적인 뜻을 가지기도 한다.
 
 
(출처: 현대시학 2018 7,8월호)
 
 
* 시인 약력: 셀리데스미아르티는 1984년 12월 19일 반둥에서 출생하였다.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에서 인도네시아 문학을 전공했다. <태양의 아침 _PagiMatahari> 외 9권의 시집과 동인시선집을 출간하였다. 인도네시아 여성작가협회(KPPI)에서 활동 중이며 뿌르와카르타 지역문학회(SanggarSastraPurwakarta)를 설립하고 지역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뿌르와카르타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NOTE***************
시를 받고 곧바로 시인에게 전화를 했다. 제목으로 쓰인 <Puan>이 한 여성의 이름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인지, 아니면 여성 전체를 의미하는 Perempuan에서 연유한 것인지 물었다. 시인은 둘 다라고 했다. 많은 여성이자, 고유한 한 사람이기도 하다는 대답이었다. 그 대답이 아주 아름답게 들렸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이름을 가진 수많은 Puan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살아가는 30대 젊은 무슬림 여성이라고 해서 여성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과 갈등의 무게가 다르지 않다. 그것이 슬프기도 하고 묘한 동질감을 주기도 한다. 어떤 나라에서건 여성은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 안에서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약자의 위치를 자주 깨닫는다. 해외에서 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여성들이 일을 하거나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설쳐댄다’는 저급한 단어로 매몰당하는 경우도 수없이 보아왔다. 그런 점에서라면 오히려 한국보다 인도네시아가 여성들의 사회 활동을 인정하는 성 평등 지수가 더 높은 나라라는 생각도 종종 한다. 적어도 그들은 여성들이 일하거나 발언하는 자체를 폄훼하지는 않으니까.
 
우리가 타고 있는 한두 평 남짓한 크기의 뗏목은 망망대해에서 그저 슬픔을 부축하며 흘러갈 뿐이라고 시인은 썼다. 시 속의 여자는 그 뗏목 위에서 사랑을 나누고,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끊임없이 흔들리며 나아간다. 가끔 검은 까마귀가 되어 소리를 지르고, 돛을 찢고, 고통을 되뇌이지만, 그럴수록 뗏목은 뭍에서 점점 더 멀리 나갈 뿐이다. 여자는 마침내 소리를 지르는 일조차 포기하고 그저 뗏목에 실려 파도 사이로 밀려간다. 그러나 나는 끝내 그녀가 희망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 뗏목이 아주 멀리, 더 멀리 나아가서 시인이 그리는 다른 세상에 닿기를 바란다. 아직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고 누구도 발을 내리지 않은 어떤 꿈에 가 닿아, 마침내 돛을 찢고 힘차게 헤엄쳐 그곳에 우뚝 서기를 소망한다.
 
 
*채인숙 / 시인.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라디오와 TV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 1999년 인도네시아로 이주하였고, 인도네시아 문화 예술에 관한 칼럼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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