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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38. 연무(煙霧)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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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환의 주간포커스
작성자 jktbizdaily1 댓글 0건 조회 5,970회 작성일 2014-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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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적으로 본격적인 건기철이 시작되는 6월에 깔리만딴이나 수마뜨라 지역의 지방도시로 출장 이라도 나갈 때면, 공항주변의 연무로 인해 항공기가 연발되거나, 아예 결항되는 경험을 당해 보았을 것이다. 산림지와 토탄지역에서 발원되는 이 연무현상은 꼭 연례행사처럼 반복되어 다가오는 불청객이기도 하다. 특히 수마뜨라 리아우(Riau) 주에서 발생한 연무기류는 북풍을 타고 인접국가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일부 지역을 뒤덮어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일상생활을 해야 할 만큼 사태가 심각하다. 금년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양국 정부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연무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항의를 하고 있다. 그러자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은 책임전가를 위해 궁색한 변명을 내놓기 시작했다. 수마뜨라 지역의 연무는 주로 인도네시아 최대 팜농원 회사인 라자 가루다마스 그룹의 RAPP사와 시나르마스 그룹의 APP사 현장에서 발원된다고 단정하며, 이들 지주회사의 국적이 싱가포르라는 점을 들어 그 책임을 인접국에 전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주회사의 국적과는 별도로 실제 수마뜨라나 깔리만딴 농원지에서 활동하는 회사는 인도네시아 법인이며, 근무자들도 대부분 현지인이다. 한편 발하사르 깜부아야(Balthasar Kambuaya) 인도네시아 환경부장관은 리아우 주에서 발생하고 있는 연무는 말레이시아 국적의 8개 회사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하며, 이를 인접국과 연계시키고 있다.
 
한편 주무부서인 산림부 빤자이딴 화재방재국장에 의하면, 농지를 개간하기 위한 목적으로 화전민에 의한 방화는 그들의 전통적인 방식이며, 단지 건기철이라는 계절적 요인에 의해 건조성 기후와 강풍에 의해 확산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이와 같은 산불은 산업조림지(HTI)와 농원지역까지 번져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논리적으로 해당 회사가 스스로 방화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산불발생의 70%는 1~2 헥타 정도의 농원사업 자영업에 종사하는 마을주민들에 의해 방화되며, 30% 정도가 회사주체에 의해 발생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산림보호에 관한 법률 제32호/2009년에 의하면, 산림지 방화범은 3년에서 10년까지의 실형을 받을 수 있다.
 
인접 피해국가들은 매년 반복되어 벌어지는 이러한 환경공해의 발원지가 인도네시아임을 들어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줄 것을 종용하여 왔다. 급기야 6월 26일에는 말레이시아 정부관계자들이 유도요노 대통령을 면담하는 일정이 잡혀있고, 16년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싱가포르는 연무를 발생시키는 회사에 직접적인 대응조치를 강구하기 위해 관련회사에 대한 자료를 인도네시아 정부에 요청하고 나설 정도로 압력을 넣고 있다. 위성사진 판독결과, 리아우 주에서만 방화지역은 현재까지 92개소, 잠비주 12곳, 서부 깔리만딴주 18개소, 동부 깔리만딴주 12개소에 이른다. 방재청(BNPB)은 250억 루삐아의 예산을 들여 인공강우를 만들어 진화하는 방법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중국과 몽고 사이의 넓은 경계지역에서 발생한 ‘황사’가 철만 되면 한반도에 상륙하듯, 인도네시아에서 발원되는 주기적인‘연무현상’을 놓고 6월 한달 내내 주변국간에 설전이 오가는 피로가 쌓이자, 정부는 늦게나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화단계에 들어간 모습이다. 지난 24일 유도요노 대통령이 피해국에 적대적인 발언을 일삼으며 책임전가에 급급하던 고위관료들을 꾸짖으며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피해 당사국인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정부에 공식 사과하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그 다음 날인 25일 군, 경, 방재청, 보건부, 산림부를 망라하여 1차로 2,300명의 요원들로 구성된 재해대응 태스크 포스팀을 결성하여, 선발대 격인 해병대 병력 220명이 제일 먼저 두마이(Dumai) 시에 도착하여 현장에 분산 배치되기 시작하였으며, 추가병력도 속속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때를 맞춰 리아우 주 관할경찰은 방화혐의가 있는 주민 9명을 서둘러 체포하였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하는 날, 해당지역에 약간의 비가 내려 연무현상이 감소되기 시작하였다. 유류인상, 무역적자, 환율인상, 외환보유고 감소 등의 경제악재로 힘든 시기에, 자연재해인 연무문제로 인해 야기되는 외교분쟁을 서둘러 차단해보자는 대통령의 용단은 오래 만에 보는 군출신다운 모습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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