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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영국 여행, 윌리엄 워드워즈 내 목숨의 하루하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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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5,597회 작성일 2019-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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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행, 윌리엄 워드워즈 내 목숨의 하루하루여
 
산나루 작가
 
 
“여행에서 남겨두고 갈 것은 발자국 뿐”이란 말 있죠? 첨엔 와우 멋진 말이다 싶었어요. 근데 그말 때론 맞고 때론 틀리다는 것 여행하면서 느끼게 되던데요. 영국 전역을 여행할 땝니다. 그라스 미어(Grasmrre Lakes) 호수와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드워즈(William Wordsworth)가 살던 마을에 갔었죠. 거기서 느꼈어요. 여행에서 남겨두고 갈 것은 발자국뿐이라고 말한 사람 여길 오지 않았었네 하는 생각 들더라고요. 어디나 그렇듯 호수와 산이 어우러지면 참 멋집니다. 그리고 그런 곳엔 마치 그려 넣은 듯한 집들이 즐비하죠. 이 삼박자가 유난히 더 멋지게 어우러진 곳이 바로 거기였어요.
 
 
아주 시크한 성격의 여행자가 여기선 진짜 발자국만 남기고 가야지 하고 마음먹어도 그렇게 될 까 싶은 곳이었어요. 안녕하세요? 산나루 손작갑니다. 여행 모임 길동무 일행이 전날 듬뿍 정을 나눴던 호수 윈드미어(Windermere Lake)를 떠나던 날 아침입니다. 호수 길을 몇 구비 돌아나자 호수 윈드미어가 끝자락을 드러내더군요. 참 드넓은 호수, 한가히 뜬 요트들 땜에 여유로운 느낌 넘치던 호수였어요.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요트로 인해 활력도 넘쳤고요, 그러니 작별이란 말이 새삼스럽던 곳입니다. 사실 여행은 작별의 연속인데 말입니다.
 
근데 웬 걸 호수를 벗어나자 느낌 다른 풍경이 훅 다가오는 오는 거예요. 여행은 또 이렇게 작별인가 하면 새로운 만남의 연속인 거 맞죠? 차가 달리는 속도만큼 작별과 만남이 교차하는 게 여행인 거 틀림없습니다. 조각 작품이지 싶은 마을을 스치는데 그 마을 앞 야트막한 개울에 엄청 두툼하게 걸린 돌다리가 있더라고요. 천년을 견딜 다리지 싶더라고요. 영국답다고 해야 할까 유럽답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거기 인형의 집이다 싶게 작은 집이 있었어요. 얼마나 작은지 두 사람만 들어가면 더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라네요. 내셔날트러스트 소유의 세계에서 가장 작은 기념품점, 여행하다보면 참 이야기 꺼리도 다양하죠?
 
 
이렇게 이국의 풍경을 즐기는데 호수 그라스 미어(Grasmrre Lakes)가 화악 열리더군요. 꿈속? 아니 현실이었어요. 다만 비현실적이었지요. 깍지를 끼듯, 꼭 껴안듯 겹쳐 있던 산들이 살포시 길을 연 그 여백에 호수가 들어앉았더라고요. 그런데 아름드리 무성한 가로수들이 한사코 호수를 가리는 겁니다. 속살을 못 보여주겠다는 듯 카메라를 막아서 사진도 별로 못 찍었어요. 조금만 멈추자는 말이 몇 번이고 솟구치는데 그냥 삼키고 말았죠.
 
여행하다보면 이런 애석한 순간 더러 있잖아요. 여행하면서 뭘 그리 서두르지 싶은데, 윌리엄 워드워즈의 혼이 서린 도브 코티지(Dove Cottage)를 만나기로 한 약속이 있으니 어찌할 수 없었어요.
 
도브 코티지, 우리가 거길 방문한 때가 윌리엄 워드워즈가 살았던 때로부터 2백여 년이 흐른 뒤였습니다. 집은 큰 길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어요. 골목 하나 돌아드니 조촐한 모습으로 여행객을 맞더군요. 윌리엄의 시구가 떠오른 때문일까요? 그 집 대문에 걸린 넝쿨 장미꽃 몇 송이에 아취 충만이네 싶더라고요.
 
 
성큼 들어선 도브 코티지, 집 안에는 윌리엄의 호흡이 멈춘 집필 흔적들이 가지런하더군요. 참 묘하죠? 그는 갔어도 그의 숨결이 집안 곳곳에서 느껴지는 것 말입니다. 어림없겠지만 말로 묘사만 할게요. 실내는 사진 촬영 금지였거든요. 사진과 초상화 등 유물이 즐비했습니다. 왕실에서 수여했다는 계관시인 증서도 끼어있었고요. 윌리엄의 손때 묻은 여행 가방도 있었어요.
 
윌리엄이 쓰던 책상, 붙박이 가구들 다 고색이 두툼했어요. 천장이 좀 낮은 2층에는 시간도 가로 누웠다 싶었는데 그 시간 반의 주인공이 도로시라고 하더군요. 워드워즈의 생애에서 결코 지울 수 없는 그의 누이 도로시 말입니다.
 
영국 3대 "호반 시인"으로 불리는 워드워즈의 벗들 R.사우디, S.T. 코울릿지가 자주 찾아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들의 숨결이 반에 반은 될 것이라 했어요. 그리고 바로 거기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도로시의 친구로 윌리엄과 결혼한 M.허친슨의 여리디 여린 혼이 그 나머지 반이라 했고요.
 
 
'바라기는 내 목숨의 하루하루여!'
윌리엄의 시 ‘무지개’의 한 소절입니다. 윌리엄의 연대기나 좋은 시들 저는 소개 안하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검색어만 치면 줄줄이 달려 나오니까요. 어쨌든 거기를 생각하니 목이 좀 마르네요. 윌리엄이 삼키던 2백년 묵은 공기가 그리워요. 다시 가기는 처음 가기보다 더 어렵겠죠?
 
여행을 돌이키면 누구에게나 더 머물지 못해 아쉬운 곳이 있어요. 도브 코티지도 생각하면 참 아련해지는 곳입니다. 호젓하게 머무르기에 그만한 곳도 드물 것 같아요. 마을의 오래된 교회도 있고, 산책하기 좋은 말끔한 고샅길도 있고요. 나무그늘 드리운 개울가 펍도 참 좋았어요. 거기서 한 잔 맥주 얼마나 맛나겠어요. 그러다가 조곤조곤 담소를 즐기는 마을 사람들에게 워드워즈의 이야기를 어제 본 듯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면 혹 윌리엄의 낭만의 뿌리를 캘 수 있을까요? 도로시는 왜 그렇게 오빠를 사랑하게 되고 왜 오빠에게 그처럼 헌신했을까요? 윌림엄의 낭만과 도로시의 사랑이 스민 곳, 신은 역시 공평한 건가요? 거기다간 수려하고 아름다운 산천 그것만 준 것 같아요. 땅이 척박하다 했어요. 귀리가 대표적인 작물이랍니다. 산과 언덕은 온통 초지였는데요. 거기 소나 양떼들이 한가롭더군요. 너무 목가적이어서 날마다 보면 슬퍼질 것 같은 생각도 들었어요.
 
 
윌리엄 워드워즈! 그는 스스로 이 산천을 선택했다죠. 그가 낭만파여서 택한 것일까요? 아니면 이 산천이 너무 낭만적이어서 택한 것일까요? 이 척박한 땅에서 윌리엄이 찾은 것은 오직 낭만이었답니다. 하니 그에겐 세상의 화려함 따윈 필요하지 않았겠죠. 왕실이 준 계관시인이란 영예도 자랑스럽지 않았을 것이고요.
 
여행객이 끊이지 않는 곳, 윌리엄이 살았을 때도 늘 손님이 많았다고 합니다. 가진 것이 별로 없는 가난한 시인은 그때마다 늘 귀리죽을 대접했고요. 그의 낭만과 도로시의 정성으로 끓인 귀리죽 맛이 어땠을까요? 그 귀리죽이 오늘날 영국과 유럽의 건강식으로 이름이 드높습니다. 아니 세계인의 건강식으로 또 장수 식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가는 길도 떠나오는 길도 아무데나 차를 세울 수 없는 좁은 2차선이었습니다. 풍경은 제 맘대로 펼쳐졌다가는 접혔지요. 멈추고 또 멈추고 싶은 여행자의 마음 이국의 운전자는 알바 아니었겠죠. 오직 다음 목적지를 향해 성실하게 달리더군요. 그러다 어찌어찌 멈춘 곳은 이미 많은 것이 아주 많은 것이 흘러가버린 뒤였죠.
 
우리들의 귀한 시간 오늘도 유유히 흘러갑니다. 벌써 5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묵은 사진을 꺼내 펼치며 다시 그때의 여행을 더듬은 이유입니다. 안녕! 호수 그라스 미어와 윌리엄 워드워즈!!  
 
* 이 글은 아래 https://youtu.be/OF6auDx_GP4영상 내용을 고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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