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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014-06-15 20:24 조회 6,08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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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단원 KOICA 인도네시아 협력 22기/ 잠비주 태권도협회 / 2012.5.28.~2014.8.11
 
2014년 8월이면 길고도 짧았던 나의 인도네시아 생활이 끝이 난다. 나는 2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해보고자 한다.
 
2012년 5월, 떨리는 마음과 설레는 마음으로 인도네시아 땅을 밟았다. 그때 당시의 기분을 떠올려보자면 솔직히 나는 도착 직후 다시 비행기에 올라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 이유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덥고 탁한 공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더구나 자카르타의 Macet은 "지하철 없는 서울"의 느낌. 인도네시아 현지 음식 또한 적응이 되지 않아 지쳐가고 있을 때면 초심을 떠올리며 하루 하루 버텼던 것 같다. 동기들과의 끈끈함, 언어의 습득 등으로 현지에 적응을 하기 시작하면서 잠비로 파견되었다.
 
잠비는 수마트라 중부 빨렘방 위쪽에 위치하고 있다. 공항이 있지만 전혀 "도시"같지 않은 잠비는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현지인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무턱대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도 생기고 다양한 행사에 초대되기도 하였다. 현지인들과 가족같이 지내면서 여기 생활에 정말 빠르게 적응했다. 모습만 다른 잠비 사람이 되어 가는 동안 현지인들과 트러블도 생기고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이 보였다. 하지만 서로 다른 문화를 배우고 인정하는 법을 배움으로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태권도를 가르치는 학생들과의 유대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잠비주 태권도협회의 지원이 부족한 관계로 선수의 인원수가 다른 지역보다 적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온전히 태권도만을 바라보고 열심히 운동할 수 없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더 애틋한 감정이 생겼다. 운동시간에 가족행사, 종교행사, 건강 상의 이유 등으로 빠지기 일쑤이고 지각을 밥 먹듯 하는 학생들에게 화를 낼 수 없는 상황에 슬럼프도 자주 왔지만 오로지 학생들 한명, 한명을 생각하며 훈련에 임했다. 아무도 도장에 오지 않아 집으로 돌아오더라도... "나의 진심과 노력이 통하는 날이 오리라." 믿으며...
 
 
각별히 태권도에 애착을 가지고 장래희망이 태권도 사범으로 바뀌었다고 말해주는 학생들이 생기고 대회에서 입상하고, 또 우승까지 거머쥐면서 뿌듯함과 고마움, 자랑스러움 등의 벅찬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 학생들 덕분에 "가르치는 일"에 대한 나의 생각도 바뀌게 되었고 나아가 나의 장래까지도 새로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내 앞에는 2개월이라는 시간만이 남아있고 2년이라는 시간이 내 뒤로 흘러가고 있다. 선배들의 "2년, 시간 참 빨리간다."는 말을 실감한다. 이제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좋은 점, 나쁜 점이 눈에 보인다.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살 때 주변사람들을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좋고, 싫고를 가려 사람을 대했던 나의 모습이 이제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대할 때도 나타난다. 나를 잘 따르는 착한 학생들에게 더 애착이 간다. 말썽만 피우는 학생들에게는 미운 마음도 들기 시작한다. 좋게 말한다면 완벽하게 현지화가 된 것이고, 안 좋게 말한다면 초심이 사라져 간다는 것이리라. 하지만 생활습관, 문화, 인간관계 등 모든 것이 이들과 나의 인생 수업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지나간 일을 후회하기 보다는 추억할 수 있기를... 지금 느껴지는 아쉬움이 남은 임기동안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기를.. 바래본다.
 
나는 인도네시아가 질리도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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