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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빠라 스마랑 3박4일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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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15-08-14 19:15 조회 9,33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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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헤리티지 소사이어티
코리안 섹션 회장 이수진
 
인도네시아에서 즈빠라는 나무 집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그곳에는 나무 전문가와 가구 공장을 하는 한국인은 50세대정도로 추산된다. 지금 즈빠라는 인도네시아 파푸아 전문가로 헤리티지 코리안섹션에서 몇 년전에 초청하여 강연을 했던 박조유 조각가님이 잠시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조각가님은 지금까지 8개월째 즈빠라에서 머무시며, 나무를 가지고 작품활동을 하고 계신다.  그러던 조각가님이 자카르타에 작품 전시회 준비 팜플렛 제작 일로 잠시 나오셨다. 인쇄소를 알아보고 적당한 곳을 선정해야만 했다.  그렇게 인쇄소와 미팅을 하는 사이, 조각가님이 절친한 친구로 발리에서 사는 인도네시아의 사진작가인 찬드라님이 스마랑에 가셨다는 얘기를 듣고 박조유 조각가님은 부랴부랴 짐을 싸서 스마랑행을 재촉하셨다. 이번에는 나도 따라 나서며 이종숙 전 헤리티지 회장님과 함께 가기로 했다.
 
스마랑을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기차를 택하기로 했다. 6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되었다. 우리가 탄 기차는 아침 7시 정각에 출발했다. 기차는 평일 아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빈 좌석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가득찼다. 우리 셋은 따로 떨어져서 띄엄 띄엄 앉아 있어야 했다. 생각보다 기차는 깨끗했지만 좌우로 많이 흔들거렸다. 얼마만에 해보는 기차여행인가? 기차길 옆으로 펼쳐진 풍경들은 정겨웠고, 기차가 지나가며 스치는 마을들은 평화로워 보였다. 차창 밖에 보이는 평야는 대부분이 논이었다. 드넓은 자바 평원이다. 기차가 다리를 지날 때면 웬지 모를 낭만에 젖어들곤 한다. 주식을 쌀로 삼고 있는 자바인들의 젖줄이 바로 이 평야를 흐르는 강이겠구나!  곡식이 익어 누런 들판의 풍경은 풍요로운 결실을 가져다주는 바람없는 자바의 곡식창고의 현주소이다. 지나가면서 이제 막 모내기를 하고 있는 몇몇 마을 사람들의 부산한 움직임도 눈에 들어왔다. 손으로 일일이 모내기를 하고 있는 멋스러운 풍경이었다. 70년대의 한국의 농촌과 같은 분위기였다.
 
스마랑은 인도네시아의 4대 도시라고 한다. 자카르타가 수도로서 제일 크고 그 다음은 수라바야가 2대 도시이고 3대 도시는 메단이며 그 다음이 스마랑이다. 요즘은 봉제 업체들이 스마랑으로 이동하면서 한국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스마랑에서 찬드라님과 만나서 점심을 먹고 우리가 바로 간 곳은 Lawang Sewu 라는 곳이었다. 역사 유적지답게 건물도 아주 아름다웠다. 도착을 해서 티켓을 구입하니 가이드가 한명이 따라 다니며 설명을 해주었다. 네덜란드 식민 통치시기였던 1907년에 지어진 건물로 현재는 기차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화장실 세면대에 AMSTERDAM이라고 또렷한 글자가 새겨져 있어서 화장실 내부의 장식들이 유럽을 건너 이곳까지 왔음을 알려주었다. 이곳의 또다른 이름은 천개 문을 가진 집 또는 귀신나오는 집이었다.  그만큼 피비린내나는 역사를 간직한 곳이리라. 옛날의 역사는 아랑곳없고 지금은 평온한 박물관이었다. 아치형으로 된 이쁜 문과 벽을 감상하다보니 스마랑의 역사가 눈에 선 해 지는 것 같았다.
 
박조유 조각가님은 마음이 급해지셔서 우리에게 즈빠라로 가는 걸음을 제촉하셨다. 얼른 차를 타고 즈빠라로 향해 출발했다. 오후 3시에 출발해서 즈빠라에 도착하니 5시반이었다. 즈빠라는 작은 도시인데 나무와 가구로 특화되어 있는 독특한 곳이었다. 지나가는 길에 쉽게 큰 목재들이 뒹굴고 있는 가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즈빠라에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간 곳은 박조유조각가님의 작업실이었다. 박조각가님은 즈빠라 조각센터 마을의 한가운데에 작은 작업실을 빌려서 사용하고 계셨다. 길 전체와 한 마을이 작고 큰 나무나 목각 작품으로 가득찬 가게들이 늘어선 곳이었다. 조각가님답게 목각의 최고 중심지에서 조각에 정진하고 계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과 마음뿐 만아니라 정신이 통일되는 분위기가 났다. 나무 집산지에서도 가장 나무가 많은 곳이라 이런 곳이 제대로된 나무쟁이가 작업하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조각가님의 작업실에는 나무부스러기가 수북히 쌓여있었고 나무 판들이 일렬로 잘 정돈되어 놓여있었다. 한쪽 벽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나무 원목들이 조각가님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며 벽에 기대어 쌓여 있었다.
 
조각가님은 마침 길이가3미터나 되는 아주 큰 높이의 나무통을 구해서 작품을 하고 계셨다. 아마도 그 나무는 600년 이상 자라서 오늘의 크기로 되었다고 한다. 한달이 걸려서 제대로된 작품으로 된다고 한다.  몇몇 작품이 실내 공간에 있었는데, 높이가 2미터 가량된 긴 나무작품은 하나 하나 끌을 사용하여 조각에 장식을 내어 표면이 매끄럽지는 않았으나 아주 정성과 손이 많이 간 것임을 금방알 수 있었다. 실내에 있던 작품을 초록 배경에서 사진을 찍기위해 마당으로 들고 나가서 세워놓자 작품은 더욱 더 아름답게 빛났다. 신기한 조각 작품에 우리는 넋이 빠진 듯했다.
 
즈빠라 한인회 사무실로 가서 우리를 기다리다가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박상규 한인회장님과 조영성 총무님을 뵙고 인사를 드렸다. 이층은 한인회 사무실로 쓰고 아랫층은 밀알한글학교 교실로 사용하고 계셨다. 즈빠라 한인회 사무실에서도 토요일마다 지역 주민을 위해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다.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한 몫을 하고 있는 즈빠라 한인회가 참으로 자랑스럽게 느껴져서 역시 먼 곳에서도 서로 돕는 한인사회로구나 하는 든든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지면을 통해 나는 즈빠라 한인회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린다.
 
이어서 가구공장을 크게 운영하고 있는 박상규 한인회장님의 공장을 방문했다. 거대한 공장 건물이 네개가 있고 창고가 양쪽으로 몇개나 있는 큰 가구공장이었다.  창고 한 켠에는 박조유 조각가님의 작품들이 26개가 늘어서 있었다. 작품을 보니 반가웠다. 조각가님의 작품은 나무의 색을 한껏 살리면서 결이 아주 아름답게 드러나는 것이다. 나무의 회절무늬가 아주 돋보였다. 조각가님의 작품을 보관을 해주는 데 참 감사함을 느꼈다.
 
즈빠라는 바다가 바로 인접해있는 해안도시이다. 바닷가쪽으로 까르띠니 해안가라는 공원으로 조성해놓았다.  해안에 무슨 특색이 있길래 까르띠니의 이름을 붙여놓았는지 의아했다. 해안은 서쪽에서 해변으로 연결되어 아름다운 일몰을 선사해주었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보니 날씨가 좋아서 해가 바다로 쏙 들어가는 신기한 광경을 바다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자카르타에서는 늘 구름이 많고 비가 와서 일몰 구경하기가 참 쉽지않았다. 즈빠라는 날씨가 아주 맑고 쾌청하여 깨끗한 일몰이 가능했다. 바다에서 해지는 풍경이 참으로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우린 모두 배에 타고 일몰을 즐겼다. 배를 타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본 것이 참으로 오랫만이었다.  밤이 되자 즈빠라의 밤하늘은 별과 달이 초롱초롱 얼마나 선명하게 보이는지 너무나 맑을 수가 없었다. 공해가 없으니 하늘의 별자리가 이렇게 선명하게 보이고 아름다울수가? 대도시에 사는 사람은 전혀 아름다운 별자리를 본적이 없었을 거다.  우리가 머문 날은 초승달이 큰별과 함께 떠서 나무 옆에 걸려있었는데, 참으로 잊지못할 멋진 밤풍경이었다.
 
까르띠니 박물관에 잠시 들러보았다. 1876~ 1904년이라는 짧은 생애를 살아간 까르띠니 여사의 집이 바로 즈빠라에 있었던 것이다. 평소 까르띠니가 어려서 타고 다닌듯한 마차가 입구에 놓여있었다. 작고 아담한 박물관의 모습이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박물관이 초라하기 이를데 없었다. 이 깊은 시골에서 난 인도네시아의 여성 해방의 선구자로서 제대로 된 박물관이 갖춰져있지 못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까르띠니 여사 덕분에 즈빠라가 나무와 가구의 도시가 되어 널리 세상에 알려졌다는 말도 있는데... 그분에 대한 옳바른 대우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즈빠라에는 유럽에서 온 가구 회사들이 많아서,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가구회사와 가구상점이 많이 있고, 더불어 유럽 음식을 파는 식당이 많이 있다. 그중에 몇 퓨전 레스토랑은 맛이 아주 좋아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염전과 직조 마을도 즈빠라에 있어서 가끔 마음을 정리할 때 그곳을 찾으면 좋다고 한다. 염전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과 염전의 독특한 풍경은 얼어붙은 사람의 마음을 녹여주는 데 알맞은 것 같았다.
 
즈빠라에서 스마랑까지 두시간 차를 타고 나와서 스마랑에서 큰 한국 음식점 청기와에 들렀다. 청기와는 스마랑의 약간 언덕지대에 있었고 그랜드 짠디라고 하는 큰 호텔이 가까이 있어서 참 좋았다. 우린 청기와 주인이 스마랑에 정착한 이야기를 들었다.
 
스마랑에서 첫날의 저녁은 이렇게 흘러가고 우리가 택한 호텔 그랜드 짠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스마랑에서 보기드문 규모가 있는 곳이고, 로비에 현대 조각등 미술 작품이 많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서둘러 응아란 산을 항해 가보았다. 가는 길에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가는 데 산과 나무가 가득찬 언덕으로 이어진 풍경이 마음 푸근하게 해주었다. 응아란산은 자카르타의 뿐짝 같은 곳이었다. 응아란산에는 8세기 힌두교 사원이 9군데 터가 있는데, 그중에서 5군데가 남아있었다. 울창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높은 산의 절벽마다 힌두교 사원이 지어져 있고, 고대의 인도네시아 역사를 살짝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산이 적당히 높은데도 독특하고 아름다운 산이었다. 지대가 높아서 다른 데보다 시원했다. 멀리 스마랑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쫙 펼쳐진 곳이었다.
 
이 힌두사원은 신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사원에는 시바사원의 벽면 장식을 한 아가스티야, 가네사, 두르가 등 힌두 석상의 부조가 새겨져 있었다. 사원군이 엄청 컸던 거 같은데 터만 남아있고, 더 많은 사원은 무너져서 없었다. 고대에도 틀림없이 이곳은 신성한 성지였으리라. 산 안쪽 깊숙이에는 작은 분화구가 하나 있고 그곳에서 물과 김이 펄펄 끓어올랐다. 수영장도 조그맣게 지어져 있었다. 신기한 분화구였다. 힌두사원은 신기한 분위기때문인지 주로 화산과 분화구가 있는 곳에 있다. 여러 힌두 사원이 화산 근처에 있다.  여기 중부 자바의 힌두 사원도 화산 분화구가 있어서 웬지 더 신비로워 보였다.
 
힌두사원을 다 돌아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하다보니 산책코스가 참으로 시원하고 소담스럽다. 산세 깊은 곳에 아름답게 지어진 힌두사원군이었다. 다섯 개의 힌두사원을 다 돌아보는데 2시간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구름이 걸려 있는 힌두사원은 터만 봐도 참으로 경이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멋스러웠다.  산속에 있는 힌두 사원을 하나씩 보면서 이런 데가 바로 신앙의 순례길로 신앙인들이 와서 참배를 하는 곳이로구다. 이곳이 예전부터 얼마나 신비로운 사원으로 많은 힌두 신자들의 신앙심을 고취시켰을까 하는 생각에 순례자의 길로서 참으로 적당한 곳이다. 가톨릭에서는 십자가의 길을 한다면 이런 장소가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거기서 15분 정도 차로 가자 온천으로 유명한 수잔 리조트가 나왔다.  높은 산 중턱에 결혼식장도 구비되어있는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한 호텔이었다. 자연 경관이 아주 멋지고 산 중턱이라 시원한 곳이었다.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은 호텔이 참 보기에 좋았다. 우린 산을 내려가서 삼뽀꽁이라는 중국 절에 갔다. 중국절답게 기와랑 지붕이 모두 빨간색이었다. 넓직한 마당에 햇볕이 강하게 쬐고 있었다. 큰 정화스님의 동상이 한쪽으로 눈에 확 띄게 보였다. 중국에서 거대한 상선을 이끌고 여러차례 원정대를 진두지휘하여 엄청난 무역을 했다는 정화는 원래도 2미터가 넘는 장신이었다고 하더니 정화동상은 굉장히 거대해서 옛날 살아있는 정화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역사의 유적이 깃든 스마랑은 산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축복받은 도시다. 바닷가에서 멀지도 않은 산과 언덕에 지어진 많은 집들이 아담하고 정겹다. 자카르타에 비하면 깨끗하고 정돈이 잘 되어있다. 고대의 역사가 깃든 곳임을 한눈에 느끼게 하는 도시 스마랑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또하나의 안식처이다. 한번 가본 곳이지만 즈빠라는 공기가 넘 깨끗하여 별과 달이 초롱초롱한 오염없는 도시라는 인상이 남게 되었다. 별로 멀지않은 아름다운 도시 스마랑과 즈빠라는 중부 자바의 보석과 같이 빛나는 곳이다.   (박조유 조각가님은 9월 5일~20일 롯데백화점에서 우드워킹 조각전을 준비중이시다). 즈빠라 한인회는 토요 한글학교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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