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기자단 흡연에 익숙해지는 인도네시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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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너무 다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면밀히 살펴봐야 나름의 의미와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인도네시아 문화들을 필자는 좋아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지기 힘든 느림의 미학이 있으며, 가능한 모든 것을 포용하려는 다문화국가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자무치(角者無齒)라고, 자주 보거나 또 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 더 안타깝고 이해할 수 없는 문화가 하나 있다. 바로 흡연 문화다.
요즘 우리나라는 흡연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사실 내 집 거실에서만큼은 흡연해서는 안 되지만, 이제 정말 내 집 안방 아니면 담배를 태울 곳이 없다. 흡연 장소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정말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행여나 베란다에서 피운다면, 윗집 옆집에서 항의전화가 빗발칠 테니까. 올해 들어서는 가격인상 탓에 애연가들을 믿어왔던 금전적 부담까지 지게 했으니, 그야말로 돈 없으면 즐기지 못하는 금테 두른 기호식품으로 변한지 오래다.
하지만 유독 담배에 관대한 나라가 인도네시아다. 비 흡연자가 생각보다 거의 없으며, 여성 흡연자의 수도 결코 적지 않은 편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러 펍을 가든, 주말에 자카르타 쇼핑몰을 가든 주변에는 흡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우리에게도 친숙하고 인도네시아에서도 친숙한 별다방 콩다방은? 흡연실은 항상 만석이고, 재떨이에는 구겨진 꽁초들이 수북하다. 물론, 이는 오직 필자의 주관적인 느낌으로만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인도네시아가 이슬람국가이며, 음주를 율법적으로 금지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진 편견이 만든 느낌일지도 모른다. 보통 흡연과 음주는 몸에 해로운 것으로 함께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 통계에 의하면, 인도네시아는 흡연자가 많기로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3위를 차지한다. 전체 인구의 약 34.7%가 흡연자며, 이 중 여성 흡연자는 4.5%라고 한다. 사실 여기까지는 몇 년 전 우리나라와, 그리고 세계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 흡연자들의 논리를 빌리자면, 내 돈 주고 내가 피는데, 최근에서야 흡연자들에게 엄격해진 우리나라의 잣대를 인도네시아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동흡연이나, 간접흡연에 대해 무지하다 싶을 정도로 의식 없이 뻑뻑 피워대는 부분을 꼬집고 싶은 것이다.
우선 통계적으로, 인도네시아의 학생들 3명 중 1명이 흡연을 한다. 사실 인도네시아를 단 하루라도 겪어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정말 자그마한 꼬마 아이들이 하나같이 입에 담배를 물고 있다. 이유는 자명하다. 아이들이 담배를 구매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으며, 담배가격이 비싸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들로 하여금 담배에 익숙하게 만드는 어른들의 흡연 습관 역시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의식 없이 뻑뻑 담배를 태우는 인도네시아인들의 흡연 문화와 관련이 있다. 몇몇 사례를 들자면, 인도네시아는 공중파 광고로서 담배가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담배광고가 가장 멋있고 웅장하다. 비유를 하자면 수도꼭지처럼 틀면 나온다. 그것도 눈을 휘둥그레 뜨게 할 정도로 멋진 장면이. 이는 사람들이 가장 텔레비전 앞에 많이 모여 있는 황금대 시간에 전파를 탈 수 있을 정도로 인도네시아 담배회사들의 자금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광고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 일례로 중, 고등학교 행사의 스폰서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담배회사다.
그렇게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시각적으로 담배와 흡연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이 익숙해지는데 어른들의 역할도 한 몫을 한다. 간단하다. 아이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태운다. 그렇게 간접흡연을 당하는 아이들의 연령대는 생각보다 더 다양하다. 담배가 뭔지, 이 연기가 뭔지 전혀 모르는 갓난아이들 앞에서도 부모라는 사람들이 연달아서 줄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것을 보면 말문이 턱 막힌다. 이것도 모자라 우리나라 정서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부모와 자녀가 한 자리에서 흡연을 하는 모습도 가끔 보인다. 참 눈살 찌푸려지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쇼핑몰에 있는 Food court에서 저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특성상 가족단위로 앉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금연구역도 아니다. 더군다나 음식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외국인 부모들은 자녀가 어리면 어릴수록 그곳에서 밥 먹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아이들은 흡연과 담배에 너무 쉽게 노출된다. 아까도 말했듯이, 담배를 구입하는데 있어 전혀 제약되거나 문제되는 것이 없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아무 죄책감 없이 담배를 판매한다. 심지어 한 갑을 구매하는데 비용이 부담스러울까봐 한 가치씩 판매하는 친절함도 보인다. 덕분에 길바닥에 쭈그려 앉아 담배 한 가치를 돌려가면서 피우는 꼬마 아이들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저렇게 담배를 시작한 아이들이 바로 지금 아이들 앞에서 태연히 담배를 피우는 부모가 된다는 것이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사실 인도네시아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태도에 대해 맹목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지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주변에 친한 인도네시아 친구들에게 잘못된 그들의 흡연습관을 일깨워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 그들이 적어도 최소한의 의식을 가지고 흡연을 한다면, 우리의 역할은 그것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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