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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단 (KOICA단원 김민정) 내 이웃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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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401회 작성일 2014-07-20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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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CA 명예기자단
 
이름 : 김민정
활동기관 : Balikpapan SMK Negeri 3 / Kalimantan Timur
활동분야 : 컴퓨터 디자인
활동기간 : 2013년 8월12일 ~ 2015년 8월 11일
 
한국에는 보루네오 섬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깔리만탄 섬의 동쪽 kota minyak 이라고 불려지는 발릭빠빤에 살게 된지도 벌써 9개월이 되었다. 내가 사는 곳은 집들이 오손 도손 붙어있는 작은 동네이다. 집을 지키는 삿빰(security)도 없고, 담장도 없지만 이웃들 모두가 서로를 가족이라 생각하는 따뜻한 곳이다.  오늘 나는 이런 나의 이웃들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나의 첫 번째 이웃은 옆집 아저씨 마르수디. 배가 보기 좋게 나온 아저씨는 늘 윗옷을 벗고 맨발로 다니신다. 무슨 일이 생기면 무뚝뚝한 표정으로 다가와 뚝딱뚝딱 해결해주시는 옆집 아저씨. 나는 그런 아저씨를 맥가이버 아저씨라 부른다.
 
아저씨는 못하는 일이 없다. 처음 아저씨를 만났을 때, 아저씨는 맨발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고 부탁하지도 않은 세탁기를 설치해주시고, 학교에서 얻은 벽걸이 선풍기까지 뚝딱 설치하고서는 말없이 사라지셨다. 나의 실수로 현관문이 잠겼을 때, 망설임 없이 창문을 뜯어주시고는 ‘자 이쪽으로 들어가’ 라고 말씀하시던 아저씨의 얼굴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고양이가 머리 없는 쥐의 시체를 집 앞에 물어다 놓았을 때도 나는 아저씨에게로 달려갔고 수도꼭지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어김없이 아저씨에게로 달려갔다. 무뚝뚝하고 잘 웃지 않지만 나는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이 고맙고, 가끔씩 나를 향해 활짝 웃어주시는 아저씨의 얼굴이 좋다.
 
나의 두 번째 이웃은 동네 꼬맹이들이다. 10명 가까이 되는 우리 동네 꼬마들은 제법 시끄러운 편이다. 이 녀석들은 해지기 전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쉴 틈 없이 재잘거리는데, 그 장소는 언제나 나의 집 앞이다. 유일하게 담장이 없는 우리 집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고, 집 앞 기둥은 숨바꼭질의 장소가 되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면, 나는 보고 있던 책을 미련 없이 덮고, 모아두었던 사탕을 챙겨 밖으로 향한다.
아이들은 내 등 뒤에 적힌 KOICA라는 글씨를 보고 ‘코이짜 코이짜‘ 하며 뒤따라 걷고, 나는 나이도 잊은 채 신나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들의 반짝거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는 왠지 모를 힘을 가득 얻는 기분이다.
 
세 번째 나의 이웃은 이부들이다. 매일 저녁 일과를 마친 이부들은 마치 약속한 것처럼 집 앞 낡은 나무벤치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머지않아 온 동네는 시원스럽고 경쾌한 웃음으로 가득 차게 된다. 집 앞에 오순도순 모여앉아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눠먹는 모습은 어린 시절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동네의 풍경과 다르지 않다. 김치 담는 법에 대해 궁금해 하시고, 가끔은 대답하기 지겨울 정도로 ‘mau ke mana?’를 외치시지만 늘 나를 빼먹지 않고 챙겨주시는 이부들이 좋다.
 
함께 어울려 음식을 나눠먹고, 함께 장을 보는 소소한 일들도 한국의 생활에 익숙했던 내게는 특별한 일상이 된다. 나를 어린아이처럼 바라봐주고 작은 것 하나도 챙겨주려하는 이부들. 나의 어머니이자 소중한 이웃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이웃은 앞 집 고양이 ‘보이’ 고양이 이름이 ‘보이’라니 너무한거 아니야? 라고 생각했지만 곧, 어릴 적 옆집 강아지 이름이 ‘도그’였던 것을 기억해내고서는, 그럴 수도 있지 라며 웃어넘겼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쥐도 많고 고양이도 많다. 많은 고양이들 중에 최고의 고양이를 꼽자면 나는 망설임 없이 앞 집 고양이 보이를 꼽겠다. 보이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 마리의 수컷 고양이이다. 여태껏 보아온 고양이들 중에 가장 깨끗하고 멋진 고양이이다.
 
살짝 다가가 놀라지 않게 다리를 톡톡 두드리다가 부드럽게 목 주위를 쓰다듬으면 이내 배를 내놓고 뒹굴거리며 애교를 부린다. 이 녀석도 낯선 한국인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마, 이곳에 이사 온 초기, 집 앞에 놓여있던 머리없는 쥐의 시체나, 찌짝의 시체는 이 녀석의 선물이지 않았을까 라며 내 맘대로 추측해본다. 나를 향한 도전은 아니었기를 바라면서 한국에서의 내 삶.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지금의 삶. 고개를 들어 밤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일. 이웃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저녁시간. 고양이가 여유롭게 길을 거닐고,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가득한 동네. 나는 이 곳이 참 사랑스럽다.
 
지금의 한국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순간들을 매일같이 맞이할 때마다 가슴 가득 행복감이 차오른다. 인생의 한 가운데에서 그것도 인도네시아에서, 이렇게나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은 정말이지 큰 행운이 아닐까? 서로 맞잡은 손 안의 온기처럼, 따뜻한 온도를 나누며 내 이웃들과 함께 남은 임기를 꾸려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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