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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7,575회 작성일 2015-03-3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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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빈  
자유기고가   
                                      
 
 
스마트폰의 보급화가 이루어지면서, 우리는 말 그대로 ‘스마트’한 시대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관련 인프라가 전혀 스마트하지 못한 인도네시아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자타공인의 스마트폰 강대국 국민으로써 참 답답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많다. 우리나라는 전파가 터지지 않는 곳을 찾기가 힘들고,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는 거의 와이파이(그것도 기가팍팍 기가와이파이)가 준비되어있지만, 이곳은 반대다. 심지어 지역별로 전파가 잘 터지는 통신사가 있으며, 잘 안 터지는 곳에서는 이동하면서 통화하기가 어렵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너무 느리고, 전체 통신사가 먹통이 되는 일도 다반사다. 우리나라 SK는 나름 합리적인 보상절차로 먹통을 겪은 고객들에게 전부 배상을 했는데, 여긴 사과문자도 없다. 사례를 하나 들자면, 몇 달 전 업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복귀하는 직장동료를 배웅하기 위해 회사 전 식구가 공항에 모였던 적이 있었다. 잘 보내고 이제 집에 가기 위해 운전기사들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데, 묘하게도 그 때 모든 전화기가 통신사 구별 없이 먹통이 된 것이다. 그 때 기사 찾는다고 발바닥에 불이 나게 주차장을 달리면서 쓰던 통신사를 욕으로 잘근잘근 씹어 먹은 기억이 있다.
 
요즘 주말에 사람들이 붐비는 쇼핑몰이나, 프랜차이즈 커피숍에만 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유독 몰이나 커피숍을 갈 여력이 되는 사람들에게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회사에서 피처폰을 들고 다니는 직원을 본 적이 없다.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워낙 많기로도 유명하지만, 그 중에서도 젊은 세대 비중이 높아 특히 인터넷•모바일 관련 산업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청년 인구 중 77%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고 있으며, 모바일 보급률은 91%에 달한다. 지난해 스마트폰 사용자는 1억 명을 돌파했으며 모바일 인구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꾸준히 전환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도네시아도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스마트해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것이 바로 젊은 세대들이며, 바하사 가울(Bahasa Gaul)과 다양한 커뮤니티의 활성화가 이를 가장 잘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우선 바하사 가울은 예전에 청소년들이 쓰던 속어, 은어, 약어들이 피처폰 문자메시지에서 SNS로 넘어오면서 그 범위가 음지에서 양지로 바뀐 현상이다. 사실 문자메시지에서 바하사 가울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길게 쓰지 않고 짧게 의미전달이 가능했으며, 의성어나 말장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자메시지 외에는 쓰일 곳이 없는 짙은 폐쇄성이 맹점이었는데, SNS의 가장 큰 장점인 공유와 파급력과 만나 유행어라는 트렌드를 일으킨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봤고, 또 이제 알고 있개 때문에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도 통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우이에서 진행되는 비파 3 과정에서도 바하사 가울이 한 단원 분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젊은이들과 대화할 때 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으면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이는 더 이상 그들만의 문화가 아닌 모두의 문화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전자가 눈에 들어오기보다는 살면서 체감되는 변화라면, 지금 이야기 할 커뮤니티는 생활의 질을 확 변화시킨 눈에 보이는 변화라 할 수 있다. 우선 모바일 인터넷 쇼핑몰이 활성화되어서 해외구매대행이나 가격을 낮추기 위한 공동구매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이 시장의 수익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우리나라 11번가가 인도네시아 통신사와 합작해서 해당 서비스 런칭을 시작했다. 품목들도 굉장히 다양하고 세분화되어 있는 편이라, 점심시간에 정신없이 서핑하는 회사 직원의 액정을 똑같이 넋을 놓고 바라본 적이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 구매에 대한 반감과 못미더움이 있어서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 이곳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한 적이 없지만, 직원들에게 직접 후기를 들어보면 시간이 조금 걸리는 것을 빼고 문제는 거의 없다고 한다. 우리한테는 시간이 걸리는 것은 큰 문제지만, 그들은 아니다. 아, 쯔빳쯔빳. 다만, 폭우가 내려 말없이 딜레이 되는 경우는 불만사항이라고 한다.
 
커뮤니티는 그 종류와 가지수가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지만, 그 의의와 효과가 확실한 두 커뮤니티를 사례로 설명하려 한다. 우선, 페이스북이다. 인도네시아 SNS 커뮤니티의 시작이자 끝이며, 그들에게 일상을 공유하는 즐거움을 처음으로 선사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엄청난 이용률을 자랑하며,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계정이용자가 많다. 우리나라가 그랬듯이, 인도네시아인들도 일상을 공유하는 선에서 끝내지 않고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데, 가장 의미있는 활동이 정치참여라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인들의 정치사랑은 유별나기로 유명한데, 기성세대에 비해 저조한 젊은 세대들이 SNS를 통해 정치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사람들과 나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정치인들이 정권이나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SNS를 통해 조사를 많이 하는 편이며, 공신력 역시 강한 편이다. 또 다른 커뮤니티는 네벵(Nebeng)이라는 커뮤니티인데, 인도네시아가 앞으로 수 십 년간 안고 가야할 문제인 교통문제를 줄이기 위한 커뮤니티이다. 처음에는 교통비를 줄이자는 차원에서 같은 동네에서 같은 방향으로 출퇴근하는 인원들끼리 카풀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 이 커뮤니티는 이제 자체 캠페인도 진행하고 공영방송 뉴스에도 기사화되는 파급력을 가진 카풀 네트워크로 변모했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유감스러운 것은, 개발도상국은 필연적으로 선진국들이 이루어낸 업적을 따라갈 수밖에 없으며, 선례가 있기 때문에 도달하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이 스마트폰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비록 그 업적이 좋든 나쁘든 간에 말이다. 우리나라가 스마트폰 강국이라는 경쟁력을 얻으면서 소통, 특히 오프라인 소통을 잃어버린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때 뽀로로나 게임이 들어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필수품이 되어버렸고, 사람들끼리 모였을 때도 대화주제가 공감하기 어렵거나 관심이 없다면 조용히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을 보면 된다. 마주 보지 않고도 소통이 가능하게 해줬더니, 마주 보는 시늉도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스마트폰이면 스마트하게 가능한데, 이 스마트폰이 없으면 그동안 손가락으로 처리했던 회사업무, 인터넷뱅킹, 커뮤니케이션, 스케줄 정리가 되지 않는다. 우스운 일이다, 소통과 편리함이 스마트폰의 강점인데, 자연스럽게 단절과 불편함에 항상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인도네시아 스마트폰의 보급화에는 삼성을 비롯한 다른 업체들의 전략적인 저가형 스마트폰 판매가 일등공신이다. 덕분에 월수입에 상관없이 누구나 스마트폰을 쥘 수 있게 되었다. 비싸지 않은 이 스마트폰이면 나도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무료한 흑백티비와 같은 삶을 살아온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칼라티비로 확 바뀐 것처럼 달콤했을 것이다. 예전에 무심코 틀었던 인도네시아 시트콤의 한 장면 중에서 등장하는 가사도우미가 사람들의 대화에 신경도 쓰지 않고 조그만 스마트폰만 보고, 묻는 말에도 스마트폰을 보느라 건성으로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 씁쓸했던 것은 단지 우리나라가 생각나서 그랬던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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