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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단 "마까살의 한국 앓이. 이상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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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1건 조회 8,056회 작성일 2014-09-14 22:03

본문

이름 : 김대환

활동 지역 : Makassar.

활동 기관 : Univeritas Hasanuddin. (UNHAS)

활동 분야 : 한국어교육

활동 기간 : 2013년 8월 12일 ~ 2015년 8월 11일

 

마까살의 한국 앓이. 이상 무.

이곳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마까살 하사누딘 대학교에서 코이카 한국어교육 봉사단원으로 활동한지 벌써 1년이 되어간다. 한국에 있을 때 막연히 상상했던 봉사단원의 환경은 산간벽지 외딴 오지, 물도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코흘리개 아이들을 모아 놓고 한글을 가르치는 그런 삶이었다.

 

그러나 막상 이곳에 와보니 스타벅스, 맥도널드도 있는 대도시의 훌륭한 대학교에서 엘리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강의하고 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다름의 정도를 따지자면 끝도 없겠지만 크게 언어, 날씨, 사람들 생김새 정도가 약간 다르지 이쯤 되면 한국에서의 강사 생활과 별 차이를 못 느낄 정도이다. 이렇게 상상과 현실은 다르다.

 

봉사활동에 대한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졌다. 한국에 있을 땐 인도네시아에 가게 되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누겠다는 일종의 선민의식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역시 다르다. 이곳 마까살 사람들은 항상 나보다 더 많이 나에게 준다. 내가 이들에게 사랑 1만큼 주면 사랑 5만큼 돌려주고 관심 1을 주면 관심 10으로 되돌려준다. 이들에게 내가 주는 관심보다 항상 나를 더 많이 관심 가져 준다.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이곳은 내가 뭔가를 더 주기에 참 어려운 동네이다.

 

신문에 활동 수기를 쓰기로 하고 여기 마까살의 코이카 단원 생활에 대해 무엇을 쓸까 고민해보았다. 지난 신문 활동 수기 편에 같이 활동 중인 선배 단원이 마까살의 전통 음식, 관광지에 대해 이미 훌륭히 소개하였기에 나는 서두에 언급한 이곳 마까살의 한국 사랑,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에 대해 기억에 남는 활동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활동 1.

올해 초 마까살에서 처음으로 〈한국을 사랑하는 모임〉 오프라인 행사가 열렸다. 행사가 열린 배경이 재밌는데 이 행사의 발단 과정을 처음부터 알고 있는 코워커의 증언은 다음과 같다. 이 행사가 시작되기 전 까지 마까살에는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현지인들이 인터넷상에서 페이스북 그룹, 커뮤니티 카페 같은 온라인 활동을 소규모로 산발적으로 진행하며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확히는 올해 일월. 각 온라인 단체 대표들이 한국 문화에 대한 타는 갈증으로 그리고 그것을 풀지 못하는데서 오는 답답함을 토로하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급기야 서로 의기투합하여 오프라인 만남을 추진하게 된다. 이것이 사건의 발단 되겠다.

 

마까살의 몇 개의 온라인 그룹이 연합하여 최초로 오프라인에서 뭉친 이 행사에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순진한 코이카 단원 셋이 얼떨결에 참석하게 되는데 이 한국을 사랑하는 회원들은 그 곳에서 한국에 대한 폭풍(?) 질문세례로 타는 갈증을 해소하고자 한다. 이것은 사건의 절정 되겠다.

한국을 사랑하는 모임.

 

흡사 연예인 심경 고백 특종 기자 회견장을 방불케 하는 그곳에서 50명 가까운 현지인들이 장장 3시간에 걸쳐. 쉬는 시간 없이. 쉴 새 없이 질문을 하는데 순진한 코이카 단원 셋은 잠시 쉬자는 말도 못하고 화장실도 시차를 두고 돌아가며 갔었던 기억이 선하다. 질문의 내용도 가벼운 한국의 연예인, 성형수술 이야기로 시작하여 삼성, 남북관계, 국민성,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주제로 넘어가는데 점점 우리가 한국어로도 대답할 수 없는 영역에 다다르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한국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라 그런지 확실히 그들은 다르긴 달랐다. 질문은 날카롭고도 매서웠다. 아마도 그 때 인니어로 접할 수 있는 한국에 대한 모든 종류의 질문을 다 들어 봤던 것 같다. 그런 질문이 우리 앞에 도착하면 어설픈 인니어로 정말이지 제 마음대로 대답했던 기억에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일례로 “한국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빨리 발전할 수 있었는가? 그 동기가 무언가?”에 대한 모 단원의 답변을 소개하겠다. 우리나라 학계에 보고되어야 할 모 단원의 답변을 요약하면 이렇다. “일본을 이기고 싶어서!” 그 단원은 몇 분에 걸쳐 뭔가 장황하게 인니어를 구사했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일본을 이기고 싶어서, 일본 보다 잘 살고 싶어서, 일본이 잘 사는 게 동기가 돼서 등의 동어반복을 무한 리필(?)하고 있었다. 한국의 단기 압축 성장이 “일본을 이기고 싶어서 그랬어”라는 한마디로 정의되는 놀라운 순간이었다. 한국의 경제 성장 동기가 일본 이기려고 그랬다는 그 단호한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기에 이 친구가 왜 일본 이야기만 하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인니어가 부족한 탓에 침묵 할 수밖에 없었던 슬픔도 맛보았다.

 

또한 “한국 여자는 왜 그렇게 성형을 많이 하는가?”라는 질문엔 “연예인은 얼굴로 돈 벌어서 거의 다 하지만 일반인은 거의 안 해”로 동문서답을 “6. 25 전쟁은 왜 발발했고 북한은 왜 아직 폐쇄되어 있나?”는 질문엔 한국과 북한이 정전 중이란 걸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여전히 전쟁 중인 뉘앙스로 대답한 점 등. 수없이 많은 부끄러운 대답들이 머리를 스친다.

 

그렇게 한바탕 질문 폭풍이 지나가고 영화 시사회를 마친 배우처럼 사람들과 기념촬영을 미친 듯이 하였고, 길고도 험난했던 국면(?)에 한국어를 제법 할 줄 알지만 통역 별 마디 안 해줘 도움이 별로 안됐던 나의 코워커가 본인의 개인사업 한국어 공부방 전단지를 돌리면서 마치 이 순진한 한국인 코이카 단원 셋을 자신이 직원으로 두고 있어서 언제라도 공부방을 찾아오면 우리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훈훈하게(?)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독자의 흥미를 위해 약간 과장되게 상황을 묘사하였지만 그 날은 정말이지 이곳 마까살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아직도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다.

 

활동 2.

두 번째 이야기로는 역시 하사누딘 대학교의 한국-인도네시아 문화 코너를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나의 학교에서의 봉사 활동의 거의 대부분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 한국 문화 코너는 2013년 12월에 코이카 현장 사업으로 완성되었는데 내가 임지에 파견 된지 몇 개월 안 된 시점에 현장 사업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살도 5킬로나 빠졌었다.

 

그러나 막상 코너가 완성되고 학생들이 너무나도 한국 코너를 좋아해줬을 때 현장 사업 준비로 쌓였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못가 다시 살이 5킬로가 쪘다.

 

이곳 한국 문화 코너는 하사누딘 대학의 중앙 도서관 내에 루앙(ruang) 형태로 위치하고 있는데 주변의 프랑스 코너, 독일 코너, 미국 코너 중 단연 인기가 최고다. 아직 프랑스, 독일 코너는 공간만 있고 별다른 내용이 없기에 한국 코너의 인기를 자랑하기엔 성급한 면이 있지만 시설 및 내용이 잘 갖춰져 있는 미국 코너보다 더 인기가 높다는 점에서 충분히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수업활동 사진.

좀 더 시설을 살펴보자면 이곳은 한국 문화 공간 및 IT 공간으로 2개의 방으로 이루어졌는데, 문화 공간에는 각종 한국 문화 관련 도서와 한국어 교육 관련 도서가 배치되어 있어 한국어 공부를 하고 싶거나 문화 컨텐츠를 누리고 싶은 학생들이 많이 찾아온다.

 

또한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각종 한국 문화 관련 DVD, 한국 영화 DVD, 아이돌 가수 음악 CD가 갖추어져 있어 활발한 한국 문화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빔 프로젝트 시설을 갖추어져있어서 매 달 한번씩 한국 영화 상영의 날을 개최해서 영화 감상을 하는데 재미있는 영화가 하는 날이면 발 디딜 틈 없이 학생들이 몰려서 정말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실감 할 수 있다.

 

IT 공간은 컴퓨터실인데 수업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수업이 없을 땐 누구든지 자유롭게 컴퓨터를 활용 할 수 있는데, 학생들의 컴퓨터 활용 모습을 지켜보면 주로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 검색, 한국 노래 다운로드, 한국 예능 프로그램 시청이 주를 이룬다. 수업이 진행될 때에는 컴퓨터를 활용한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키보드에 한글 자모 스티커를 모두 부착해 놓았기에 한국어 타자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단어 및 문장을 직접 만들어 보는 한국어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가로 세로 낱말 잇기, 크로스 퀴즈, 빈칸 채우기, 사지선다 등의 방법으로 그날 배운 한국어 수업 성취도를 확인 할 수 있는 간단한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해 두었기에 교사는 성취도 평가에 매우 유용하고 학생들 역시 딱딱한 시험에서 오는 지루함을 덜 수 있어서 매우 재밌어한다.

 

마지막으로 이곳 한국 문화 코너에서는 마까살 단원 및 인근 지역 단원의 협력 활동이 서 이루어지고 있다. 단원들 각자의 기관 활동 외에도 함께 단원들이 힘을 모아 봉사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의의가 참 크다.

 

이곳 마까살은 한국인이 별로 없어서 한국인을 볼 기회가 별로 없는데 5~6 명이나 되는 많은 코이카 단원이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는 정말 열광적이다. 유아교육 단원의 한복 색종이 접기 활동, 컴퓨터 단원의 한국어 타자 대회, 한복 체험, 영화 감상 후 퀴즈 대회 등이 그간에 해왔던 활동들이다. 단원 각자의 기관 활동을 우선으로 하고 시간이 맞는 단원들이 자발적으로 틈을 내서 활동하기에 가끔은 피곤하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더 에너지를 얻게 된다.

 

이상으로 마까살에서의 기억에 남는 두 가지 활동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마치도록 하겠다. 이 곳 마까살은 인도네시아에서 손꼽히는 대도시 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이 얼마 되지 않고 대학 기관에서의 한국어 교육은 전체 술라웨시 섬에서 여기 마까살의 하사누딘 대학교가 유일한 실정이다.

 

한국어 학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분명 한국어 교육에 대한 관점으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갈 길이 아직 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까살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인도네시아 그 어디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모르는 현지인이 사진 촬영, 전화번호 요구를 하기도 한다. 앙꼿 및 택시 기사들은 자발적(?)인 코이카 단원 정보 공유로 동료 단원에 대해 나도 모르는 자세한 정보를 그들에게서 전해 듣는 신기한 일을 겪기도 한다.

 

이렇게 지금 이곳 마까살은 한국 앓이가 한창이다. 덕분에 단원 생활을 함에 있어서도 과분한 사랑과 환대를 받고 있다. 여기 이곳이 아니라면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볼까 싶기도 하다. 참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감사한 마음과는 다른 한편으로 이 곳 마까살의 한국에 대한 사랑이 커질수록 현지인이 갖고 있는 한국인에 대한 환상을 충족시키지 못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개인의 행동이 한국인에 대한 전체 모습으로 이미지가 굳어질 수도 있음을 알기에 일상생활 속에서 빈번히 신경을 쓰게 되는 부분도 많다. 이곳에서 한국에서 보다 더 도덕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더 애국자가 됨을 느낀다.

 

가끔 내가 봉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봉사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이 곳 마까살. 언젠가는 내가 더 주리라 다짐하며 미숙한 글을 마친다. 마까살의 한국 앓이 이상 무.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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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미님의 댓글

이소미 작성일

반가워요..
전 04~06년까지 따깔라르군에서 유아교육단원으로 있었어요.
8개월 후 마까싸르로 이사해서 임기 끝날 때 까지 살았기에 저에겐 마까싸르가 제2의 고향같답니다.
얼마전 부산 인도네시아스터디 모임에서 코이카 후배를 만났는데 마까싸르 단원들이 결합이 잘 되더란 말에 기분이 좋았네요.. 제가 있을 땐 반따엥군에 협력단원선배 한명 밖에 없었거든요..
제 계획으론 15년 크리스마스때 휴가를 내서 마까싸르를 갈까 하는데 운하스의 한국문화코너를 둘러볼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럼 다음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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