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로물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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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영화들은 나 말고도 후기나 평론을 쓸 사람들이 많으니 굳이 뭔가 해보려고 노력하진
않겠지만 그 사이 두 번 이 영화를 보았고 아마 내주에 한 번쯤 더 보게 될 예정이어서 한 마디 정도는 써볼까 한다. 평론은 아니다.
내가 <에일리언>을 처음 접한 게
대학시절이었으니 1982년 또는 1983년쯤이었던 것 같다.
이 영화가 미국에서 처음 개봉된 것이 1979년 5월이었는데
박정희 정권 말이었던 당시 일반 영화관으로는 수입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대학교 시청각실에서
이 영화를 처음 접한 후 저렇게 완전히 새로운 허구의 세계를 마치 어딘가에 실제로 있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영화라는 것에 경외감을 갖기도 했다.
당시 시고니 위버는 한 창 리즈 시절이었다.
이후 정말 재미있게 보았던 <에일리언 2편> 이후엔 실망의 연속이었다. 특히 에일리언에게 공격받아 멸망한
식민지 행성에서 리플리가 구해온 여자아이, 살어남은 해병대원 힉스 상병이 <에일리언 3편>이
시작하자마자 이미 죽은 것으로 처리되며 다른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이 영화가 전편을 정말로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생각은 최근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꽤 재미있게 보았던 <에일리언: 프로메테우스>에서 살아남은 고고학자 엘리자베스 쇼(누미 라파스 분)는 그 다음 편인 <에일리언:
커버넌트>의 시작과 동시에 이번에도 이미 죽은 것으로 처리되어 나온다. 수십 년이 지나도 등장인물들을 영화와 영화 사이에서 죽여버리는 저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에일리언: 커버넌트>의 속편이 나온다면
막판에 살아남은 캐서린 대니얼스 역의 캐서린 워터스턴 역시 이미 죽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버릇
어디 가려고.
그런데 이번 <에일리언 로물루스>를
정말 재미있게 봤던 요소 중 하나는 늘 선악이 엇갈리면서 등장하는 인조인간들 중 1979년 작에 등장했던
안드로이드 애쉬가 이번에도 CG로 되살아났다는 점이다.
▲그는
<반지의 제왕>에서 빌보 배긴스의 할아버지 버젼으로도 등장했던 배우로 2020년 사망했다.
죽은 리플리(시고니 위버)를 되살려내는 장면은
이미 있었지만 죽은 안드로이드를 살려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 싶다. 원래 안드로이드는 죽는 게 아닌가? 아무튼 어딘가 CG가 좀 조악해 티가 많이 나긴 했지만 1979년 원작이 소환되면서 스토리 진행에 대한 재미와 신뢰도를 한층 고조시켰다.
완전히 젊어진 출연진.
행성에 둘린 띠의 해석과 정교한 구현 등 센세이셔널한 시각 효과.
<에일리언 로물루스>는
다시금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년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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