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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비자 위한 최소 투자액 100억 루피아 증액의 진짜 이유는?

작성일202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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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비자 위한 최소 투자액 100억 루피아 증액의 진짜 이유는?

 

배동선

 

발리에서 임대업을 운영하는 요가 안타라(Yoga Antara)라는 영세사업자가 짱구(Canggu) 지역을 비롯한 각 지역의 영세중소기업들에 대한 당국의 감시를 강화해 달라고 촉구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외국인들이 발리 영세사업 부분에 대거 뛰어들어 토착 주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으니 외국인들의 사업허가에 대한 정기점검을 강화해 달라 했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발리의 외국인들에 대한 인도네시아 당국의 태도가 마치 예비 범죄자들을 보듯 고압적으로 변질되어 간 것이 사실이고 매년 몇 천 명의 외국인들을 강제 추방했는지 자랑하듯 발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외국인들에게 인도네시아에 와서 관광하고 투자해 달라는 것인지, 입국해서 허튼 짓 하면 가만 안 두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인지 모호하기 짝이 없다. 특히 날로 외국인들의 지갑을 벌리도록 강요하고 부자들만 환영하는 이민국의 태도를 보면 그렇다.

 

이번에도 이민국은 현지 영세중소기업들의 민원에 적극 부응해 외국인들이 불법으로 영세중소기업 영역을 잠식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기염을 토하면서 외국인 투자자 비자 요건인 투자액 10억 루피아( 8,500만 원) 100억 루피아( 85,000만 원)로 열 배 올리겠다는 참신하고도 무식한 방법을 완벽한 해결책인양 테이블 위에 턱 올려 놓았다.

 

실미까림 이민국장은 지난 10월 1일(화) 발리 이 구스티 응우라 라이 공항 오토게이트 설비 개통식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투자조정청(이하 BKPM)이 외국인들에게 사업자식별번호(NIB)를 남발해 심지어 미용실 사업허가까지 받은 외국인들이 있다며 개탄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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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까림 이민국장 (AFP/David Gannon) 


BKPM의 졸속한 규정이 불러온 폐단? 

그러면서 뜬금없이 BKPM을 비난하고 나섰다. 외국인 최소 투자금액을 10억 루피아로 규정한 BKPM 2017년 규정이 사실상 외국인의 영세중소기업 투자를 허용한 셈이어서 이민국 직원들이 발리에서 영세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외국인들을 제대로 단속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며칠 후인 10 4() 발리에서 외국인이 운영하는 기업들의 운영상황을 조사하고 외국인 투자자 비자 소지자들 최소 투자액을 100억 루피아로 늘리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0억 루피아 투자에 신규 투자자 비자를 내주는 일은 최소한 더 이상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즉 이제부터 투자자 비자를 받으려면 최소 100억 루피아를 가지고 들어와야 하고 이미 10억 루피아를 투자하고 투자자 비자를 취득한 이들도 100억 루피아로 투자액을 증액하지 않으면 해당 비자를 연장해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민국은 현지 로컬 사업자들이 해당 현행법을 외국인 영세사업자들에게 엄격하게 집행해 달라고오랫동안 촉구해온 것에 대해 화답한 것이며 투자액 인상 조치가 지역사회 지도자와 정치인들로부터도 환영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건 뭔가 말이 되는 듯하면서도 말이 되지 않는다. 실미 이민국장은 발리에서 일부 외국인들이 영세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 사실은 발리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PMA 10억 루피아 이상을 투자하고 투자자 비자를 취득한 사람 모두에게 올해 안에 투자액을 100억 루피아로 증액하라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BKPM 규정 때문에 발리에 외국인 영세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겼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외국인 투자가 들어간 PMA는 기본적으로 영세기업 부문에 진입할 수 없다. 외국인 명의로는 미용실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신원을 밝히지 않은 BKPM 관계자가 나섰다.

 

최소 투자액이 토지와 건물 가치를 제외하고 100억 루피아 이상일 경우에만 외국인 자본이 참여한 현지법인(PMA) 설립허가가 가능합니다. 그 이하의 투자액은 국내기업(PMDN)만 가능하고요.”

 

외국인이 10억 루피아 자본금의 영세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위탁계약으로 현지인 명의를 빌려 설립한 국내기업(PMDN)을 외국인이 운영한다는 의미다. 예의 미용실의 경우처럼 말이다.

 

비록 그러한 명의위탁이 법적으로 원천무효라 해도 실존하고 있는 사업형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만약 외국인들이 영세기업 사업부문에 뛰어드는 것이 문제라면 그 해결방법은 외국인 최소 투자액을 100억 루피아로 증액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허가를 내줄 때 법규정에 따라 제대로 심사하면 될 일이다.

 

그러니 저 발언을 내놓은 BKPM 전 직원의 취지는 외국인 투자자 최소 투자액을 굳이 100억 루피아로 상향조정하지 않아도 현재의 법규정만으로도 PMA가 아닌 영세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외국인들을 얼마든지 단속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왜인지는 몰라도 해당 내용을 자카르타포스트와 인터뷰한 취재원은 끝내 자신의 신원을 감춰달라 부탁했다고 하는데 이는 해당 사안이 그만큼 민감함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이민국은 마치 외국인 투자자 최소 투자액을 10억 루피아로 정한 BKPM 규정이 애당초 잘못되어 발리의 영세중소기업 부문이 외국인들에게 장악되고 발리의 토착 사업자들이 생계에 위협을 당하게 된 것처럼 상황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규정을 지키지 않고 허가를 남발했거나 감시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공무원들이 철퇴를 맞아야 할 일인데 그걸 외국인들의 일탈인 것처럼, BKPM의 어리석은 규정 때문인 것처럼 치부한 것이다.

 

그러면서 외국인 최소 투자액을 100억 루피아로 10배 증액해 최소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영세중소기업 영역을 벗어나 중형기업 영역에서 활동하도록 유도하려 한다는 고귀한 취지를 내세우지만 원인과 배경부터 틀렸으니 이 결론도 맞을 리 없다.

 

하지만 이민국은 이미 투자자 ITAS 비자를 취득한 사람들이 해당 비자를 유지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100억 루피아로 투자액을 증액할 것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고 그렇지 못할 경우 기존의 투자자 비자를 취소할 것이라는 위협도 마다치 않고 있다.

 

물론 실미 이민국장은 투자액 증액 시한을 1년 더 연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뒤에 살짝 덧붙였다. 자기 임기가 2주 후면 끝나는데 말이다.

 

투자자 비자를 위한 투자액 증액의 함의

이민국의 해당 정책은 일견 발리의 영세중소기업 부문에서 로컬 사업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결과적으로 인도네시아 전국 각지의 PMA에 투자한 모든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자가 해당 규정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한 예를 들어보자.

 

네 명의 외국인이 25억 루피아( 21,000만 원)씩 각각 투자해 100억 루피아 자본금의 PMA 현지법인을 세운 경우다. 투자자 네 명은 모두 투자자 ITAS 비자를 취득해 인도네시아에서 살고 있다.

 

각자의 투자액을 100억 루피아로 증액해야만 해당 비자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민국의 새 규정에 따르면 이들 네 명은 이미 10억 루피아 이상을 투자하고 있어 BKPM의 외국인 최소 투자액 규정을 충족시켰지만, 이민국 새 규정에 따라 각자의 투자액을 100억 루피아로 증액해야 네 사람 모두 투자자 ITAS 비자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럴 경우 해당 PMA의 자본금을 400억 루피아로 늘어난다. ‘투자자 비자 유지가 특정 PMA의 증자 사유가 될 수 있을까?

 

한편 만약 PMA의 자본금을 100억 루피아로 유지한다면 네 명 중 한 명이 다른 출자자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 자신의 투자액을 100억 루피아로 맞추는 것도 가능하다. 그 경우 나머지 세 명은 투자자 비자를 유지할 수 없으니 투자자 비자가 아닌 다른 비자 취득을 모색해야 한다. 투자자 비자 제도 이전으로 되돌아가 매년 1,200 DPKK를 노동부에 내면서 1년짜리 비자를 받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다.

 

우린 BKPM과 이민국의 규정이 서로 충돌해 문제가 생겨 흐지부지되길 기대하지만 이 두 부처의 규정은 충돌할 것 같지 않다. 두 규정을 합치면 이렇게 깔끔히 요약된다.

 

외국인 투자자의 최소 투자액은 여전히 10억 루피아. 그런데 투자자 비자를 받으려는 사람들은 100억 루피아를 투자할 것

 

딱 떨어진다.

 

외국 자본이 발리의 영세중소기업 성장의 밑거름이란 의견

한편 인도네시아 영세중소기업협회(Akumindo)는 이민국과 사뭇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에디 미세로 사무국장은 로컬 영세기업 사업자들이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해당 부문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외국인 기업들이 범람해 산업을 완전히 압도하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발리의 영세중소기업 부문에서 외국인 투자로 인한 어떠한 문제도 제기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사업자에 대한 민원이 접수된 바 없으니 그들의 사업활동을 제한할 계획도 없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다.

 

그럼, BKPM에도 Akumindo협회에도 접수되지 않은 외국인 영세기업에 대한 민원이 왜 발리 이민국에만 빗발쳤을까? 이민국은 정말 그런 민원에 근거해 투자자 비자 요건으로 최소 투자액은 100억 루피아로 증액하려 한 것일까? 참 미스터리우스하다.

 

발리의 토착 영세기업들 생계 유지를 위해 투자자 비자를 받은 전국 각지의 모든 외국인들에게 투자액을 100억 루피아로 증액하도록 강요하기로 했다는 건 아무래도 성립하지 않는 명제다.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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