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은 세계로
작성일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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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KS 9학년 차정민
안녕하십니까? 저는 2019년 2월 자카르타 한국 국제학교 중학교(JIKS)를 졸업하고, 24기 민족사관 고등학교 신입생이 될 차정민입니다. 많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축하를 받게 되고, 이런 글을 쓰게 되어 이제서야 합격된 것이 실감 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뉴질랜드에서 JIKS로 전학을 오면서, 처음으로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한국인다워지는 것이 너무 즐거워 한복을 입고 학교를 다닌 적이 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 행복했던 기억에 웃음이 납니다. 친구들이 때로는 놀리고 이상하게 보기도 했지만, 평소 사극을 좋아했던 터라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한복을 입을 수 있는 것이 좋았고, 한국말로 대화하는 친구들과 한국 수업을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신 JIKS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때 우연히 다큐멘터리를 통해 한 학교를 알게 되었고, 그곳은 대한민국의 수재들이 들어간다는 한국 민족사관 고등학교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교복으로 한복을 입고, 서예와 가야금, 국궁을 배우며, 학생자치공화국으로 운영되는 한국의 자립형 사립 기숙 고등학교였습니다.
“내가 이 학교를 갈 수 있을까? 갈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
대한민국 1%의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다는 민족사관 고등학교는 저의 꿈의 학교였습니다. 한국을 사랑하고 조국에서 살고 싶다는 꿈만으로 도전하기에는 너무 높고 뛰어넘기 힘든 목표였지만, 차근차근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지원 방법과 준비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민족 사관 고등학교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1차 서류 평가로 중학교 내신 성적이 상위 1%여야 하며, 그 후 2차 평가는 총 5개 분야 즉, 수학, 영어, 인성, 사회, 국어의 면접으로 총 100분간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다행히 내신은 1차 기준을 갖추고 있었지만, 2차 면접 시험이 걱정이었습니다. 면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중학교 3학년 학생들 중에서도 최상위권 수준의 학업 능력을 갖추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한국의 아이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학실력이었습니다. 저는 중학생 수준의 수학은 JIKS에서 한국 교육과정으로 배웠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고등학교의 수학1과 같은 경우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약 6개월 정도 특히 고등 교육과정 수준의 수학에 몰입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기초는 다져져 있었기 때문에 매일 정해진 양의 수학공부를 하고, ‘수학의 정석1’까지 수학 개념 노트를 만들어 모든 수학의 원리 및 개념을 다시 쓰고 정리하였으며, 문제들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하여 풀었습니다.
그리고 2차 면접 준비를 위해 인터넷으로 정보를 모으고, 꾸준히 책을 읽고, 스스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방법으로 훈련했습니다. 그리고 JIKS의 학교 수업과 수행평가는 그 연습했던 발표 능력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들이었습니다. 특히 발표수업을 자주 했던 정선화 선생님의 역사 수업이나 한혜진 선생님의 국어 수업은 면접에 아주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제 국어 면접에서 좋아하는 시를 감상하는 것이 질문이었으며, 저는 국어 수행평가로 발표한 적이 있던 김춘수 시인의 ‘꽃’을 분석 및 감상을 답변함으로써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어렵고, 실패할 확률이 높은 위험한 도전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무엇보다도 저에게는 12년 특례라는 금수저를 버려야 했지만,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제 목표로 삼았고 앞만 보고 노력하면 적어도 그 노력한 시간만큼 얻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그 이유로 그리 자유롭게 외출을 하거나,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 따위는 없기도 했었습니다. 또한 ‘만약 주변의 기대에 못 미치면 어찌할까’와 같은 생각들이 늘 머리를 맴돌았습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생각에 쫓겨서 공부를 하기보다 준비하는 과정 자체를 스스로 집중력, 인내심 등의 제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되는 기회로 삼자고 여기며 순간순간을 소중한 시간으로 생각하며 끝까지 달렸습니다.
지금도 합격의 사실이 저에게는 벅찬 기쁨이며, 앞으로 3년간 펼쳐질 미래에 대해 기대 반 불안 반입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며,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계획해야 하는 생활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시 한 번 멋지게 해낼 수 있도록 도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5년간 서예를 가르쳐 주시며 한국인의 길을 가르쳐 주신 인재 손인식 선생님과 가야금을 가르쳐 주신 조은경 선생님, 정선희 선생님, 그리고 직스의 9학년 김지윤 선생님과 이찬욱 선생님, 8학년 백형균 선생님, 7학년 장미란 선생님, 6학년 김상기 선생님, 5학년 이현아 선생님과 초등학교 송삼순, 김미선 선생님, Mr. Ian, Mr. Mark, Mr.Ben 선생님 등 끝없이 저를 응원해주시고 용기를 주신 은사님들과 직스의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JIKS의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해외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혜택일 수 있고, 금수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믿고 더 큰 도전을 해보려는 용기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앞으로 JIKS에서 저와 같은 용기 있는 도전을 해내는 후배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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