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크라우드펀딩 한번 해볼까
작성일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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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크라우드펀딩 한번 해볼까
백세현 대표 / Pigmalion Global
“크라우드펀딩이나 한번 해볼까 해요. 엄청 화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우리가 페블와치처럼 되지 말라는 법 없죠”라고 한 스타트업 대표가 너무 쉽게 말을 던졌다. 그런데 뭔가 편치 않은 이유가 있다. 너무 크라우드펀딩을 만만하게 보는 것 같아서였다. 자신의 제품이 너무도 독특하고 혁신적이라서 유명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올리면 단숨에 인기를 끌 것으로 확신하는 것 같았다. 신념도 좋고 자신의 제품에 대한 확신도 좋기는 하지만 요행을 바라는 것도 있는 것 같아 스타트업을 아끼는 마음에 걱정이 들었다. 그렇게 그 스타트업은 해외 유명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크라우드펀딩 받아보겠다고 야심차게 도전했다. 게다가 정부지원책도 있고 하여 여러모로 가능성도 높아 보이고 자신있어 하는 것 같았지만 왠지 불안했다.
우려가 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는 임팩트 있는 비디오가 너무도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약 2천만원짜리에서 3천만원짜리 홍보 동영상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였다. 물론 비디오 중요하다. 하지만 해외 크라우드펀딩에서 좋은 결실을 일군 스타트업들은 제품이 단연코 특색있고 차별화되어 이미 펀딩 시작 전부터 해외 기자들에게 몇 마디만 던져줘도 곧바로 연락이 오고 자국에서 기사화될 정도였다. 동영상을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제품 자체가 이미 주목을 받을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것이지 비싼 동영상 잘 만들어서 일군 결과가 아닌 것이다. 도리어 다소 투박해도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것 같으면 크라우드펀딩 후원자들 즉 백커(backer)들은 반드시 클릭해서 내용을 확인하게 마련이다. 제품에 대한 요소보다 동영상 자체에만 올인하면 마치 좋은 결과가 반드시 나올 것이라고 단순화하는 것 같아 우려가 들었다.
둘째로는 펀딩 받는 것만 생각하고 어떻게 실제로 해당 제품을 상품화할 것인지 제조할 것인지 그리고 결함제품이 나오게 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는 부분도 그러했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제품이라도 실제로 나온 결과물이 오차율이 높다든가 결함률이 높다든가 할 경우 백커들에게 어떻게 보상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없어 보였다. 실제로 신문기사나 언론에는 미화 백만불 혹은 이백만불 달성 이런 부분은 주목을 받아 기사화된다 하더라도 그후 실제 결과제품이 나와 배송되었을 때 환불을 요청하거나 불만을 토로하는 백커들의 불만족 부분에 대해서는 다뤄지지 않는데 실제로 그런 경우가 적지 않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셋째로는 해외 유명 언론사에서 자사 샘플 제품이 다뤄졌는데 가령 페이스북에 올라간 방송 동영상 조회수가 엄청 높고 좋아요가 많았다는 것을 보고 크라우드펀딩하면 대박일 것 같다고 착각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스타트업들의 경우 모두가 다 성공적으로 크라우드펀딩을 해낼 수가 없었다. 엄청난 돈을 들여서 멋져 보이는 백인들을 배우로 하여 동영상을 만들었고 펀딩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펀딩이 별로 안되어 갔다. 그러자 다시 현지에서 마케팅 회사를 비싼 돈 들여 고용하여 펀딩이 시작된지 이미 10일이 지난 상황에서 홍보를 시작했다. 물론 너무 늦었다. 그리고 그렇게 현지 마케팅 회사를 고용했다 해서 백커들이 보았을 때 별로 매력이 없어 보이는 제품이 갑자기 큰 주목을 받기란 힘들다. 결과적으로 해당 스타트업의 펀딩은 참패였다. 모금 목표액을 적게 잡아 100퍼센트 달성했다고는 말할 수 있겠지만 보통 모금 목표액으로부터 1000퍼센트 초과 달성했다든가 하는 부분이 중요한 홍보 효과를 가져오는 부분 중 하나인데 그마저도 불가능해진 것이다.
어떤 스타트업은 해외 유명 방송에서 소개 동영상으로 나간 것에 대한 조회수가 엄청 높은 것을 보고 무턱대고 크라우드펀딩 시작했는데 백커는 해당 대표가 아는 지인들 몇 명이 다 였다. 이 스타트업도 엄청 비싼 동영상 만들었고 현지 마케팅 회사도 고용해서 진행하였지만 작게 잡아놓은 모금 목표액조차 달성하지 못했다. 물론 완전 참패였다.
펀딩 자체는 잘 했지만 실제 나온 제품의 만족도가 너무 떨어져 해외 백커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쳐 감당하는 것만으로 몹시 마음 고생하고 금전적으로 손실도 엄청나게 본 스타트업도 있었다. 물론 펀딩도 잘 되고 실제로 사업에서도 잘 된 경우도 적지는 않다. 요점은 그런 외적인 요소들도 중요하지만 결국 제품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입소문을 얻은 제품은 바이럴이 매우 빠르게 이뤄진다. 반면 제품 자체가 정말 매력이 없는데 현지에서 비싸게 유명 마케팅회사 고용하고 홍보해봤자 제품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기에 그런 외적인 요소들보다는 자신의 제품에 대해 정확히 알고 완성도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독특하다거나 특이하다는 것이 곧 본 제품의 시장에서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스타트업 중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크라우드펀딩을 거뒀다는 기사들이 많이 나온 경우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언론에 소개된 것만큼이나 실제로는 시장에서 성공적이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구현해낼 수 있다고 한 기술이 실제로는 제대로 구현이 안되었다든지 제품이 나오기는 했는데 완성도가 너무 떨어진다든가 혹은 주장한 기능은 있기는 한데 제품의 질이 너무 형편없다든가 혹은 실제로 배송하기로 한 날짜로부터 몇 번이고 지연되었지만 이에 대한 소통이 제대로 안되어 백커들이 엄청나게 항의하는 경우 등등.
세계에서 가장 얇은 시계를 만들겠다고 했던 스타트업 ‘센트럴 스탠다드 타이밍’(Central Standard Timing)의 CST-01의 경우도 7,658명의 백커들로부터 백만불 이상을 모금하였지만 실제로 구현하는데는 실패하였다. 이런 경우는 사실 비일비재하다. 스타티스타(www.statista.com) 통계포털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 실패율은 거의 60퍼센트가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크라우드펀딩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결 등이 여기저기서 제시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제품 자체가 시장성이 있거나 독특하고 혁신적이어서 큰 주목을 받고 이미 성공한 사례들에서 공통분모를 뽑아서 제시하는 정도이다.
리워드(reward)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회사 가치가 아직 높지 않을 때 지분을 잃을 필요가 없고 제품의 시장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고 유명세를 타면서 홍보가 되어 세일즈에도 도움이 된다는 장점들 떄문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도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보다시피 그리 만만치 않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혹자들은 벤처투자가(VC)로부터 투자 받는게 도리어 나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는데 크라우드펀딩을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투자 유치한 스타트업이 실제로 있었기 때문에 흑백 논리로 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해낼 수 있다면 좋은 점도 물론 많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들의 경우 여러 좋은 어드바이스를 줄 수도 있고 투자금이 들어오니 확보된 자금력으로 더 빨리 움직일 수도 있고 VC의 네트워크도 가져올 수 있어 사업적으로 도움이 된다. 반면 투자를 받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물자가 소요되고 아직 회사 가치가 낮을 때 받다보니 너무 높은 지분을 잃게 된다는 점, VC 어드바이스가 도움이 되기보다는 도리어 방해가 될 때도 있고 네트워크도 별로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절대적으로 크라우드펀딩이 더 낫다든가 VC로부터 투자유치하는 게 더 낫다든가 단순화시켜서 말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by-case)로 보아서 자신의 상황에 가장 맞는 방식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자신이 가진 제품이 시장적으로 가질 수 있는 매력이 충분히 있는 것인지에 대해 확신이 필요하고 피보팅(pivoting)이 필요한 경우 과감히 할 줄도 알아야 하며 어느 정도 마케팅 스킬을 갖추고 도전한다면 크라우드펀딩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은 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처음에 말한 바와 같이 무턱대고 만만하게 보고 요행을 바라고 달려드는 것은 재고가 필요하다. VC를 통한 투자를 유치하는 것과 잘 저울질하여 자사의 상황에 맞춰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Kimdongjun님의 댓글
Kimdongjun 작성일짱 멋지신 백팀장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