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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2회 작성일 2024-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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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부작용?

배동선

지난 2023년 11월부터 지속적으로 인도네시아에 출판된 한국 원작 번역도서들을 조사하여 몇 차례 업데이트한 끝에 2024년 3분기까지 업데이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자카르타 시내의 대형 그라메디아 서점 여러 곳을 방문했고 그라메디아, 하루출판사(Penerbit Haru), 바짜 출판사(Penerbit Baca), 트란스메디아 뿌스타카(Transmedia Pustaka)의 온라인서점에 수록된 도서들도 다시 한번 전수조사 했다.

신간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전 조사에서 누락되었던 한국 원작 번역도서들을 좀 더 찾아내는 성과도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수상한 점들이 발견되었다.

아낙 헤밧 인도네시아(Anak Hebat Indonesia)라는 출판사가 내놓은 한국 저자명의 도서들은 하나같이 그 원작을 찾기 어려웠다. 특정 출판사에서 나온 한국 원작 번역도서들이 모조리 출처 불명이라니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간의 데이터베이스를 찾아보니 이전에도 모니터링 되었던 이들 도서들이 '도서정보 부족 도서'로 따로 분류되어 있었다. 다음과 같은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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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출판사에 질문지를 보내고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본사 주소가 중부자바의 족자 근처 반뚤(Bantul)로 되어 있어 방문도 쉽지 않았다. 따라서 가용한 정보들을 토대로 추론해 본 시나리오는 이렇다.


1)
최성민, 차미래, 한도산, 최은보 같은 한국 이름의 작가들이 실제로는 인도네시아인들의 필명일 경우 (실제로 Kim Dee라는 필명을 쓰는 작가가 있다)

2)
악의적인 경우를 상정한다면 한국 뉘앙스를 풍기는 도서의 판매가 좋은 편임에 착안해 현지인 작가를 한국인 작가로 둔갑시킨 경우.

한국도서 전문출판업체도 아닌 특정 출판사가 하필 한글 필명의 작가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도서판매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혹시 출판사가 작품을 기고한 현지 작가에게 한국어 필명 사용을 요구한 것은 아닐까 하는 나쁜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데 이중 최성민(Choi Sungmin) 작가의 경우 그라메디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꽤 다작을 한 작가로 확인된다. 하지만 그의 전작들이 주로 BTS, EXO, 블랙핑크 등 케이팝 관련 도서들이었고 한국어 교본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든 것이 사실이다. 에세이나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어학교재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어 교사, 또는 한류에 심취한 현지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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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메디아 온라인서점 데이터베이스의 '최성민 작가' 작품: 출처: 그라메디아 온라인서점>

더욱 의혹을 증폭시킨 것은 '쉬운 한국어' 교재의 영문제목이다. 교재 표지엔 ‘Swiun Han-gu-geo’라는 제목이 달렸는데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다면 Shewoon Hankuk-eo 또는 Shiwoon Hankuk-uh 정도로 표시했을 것 같다. 통신원의 미국인 친구 윌버트(Wilbert)가 오래 전 처음 한글을 배운 후 자기 이름을 '윌븟'이라 썼던 것과 같은 맥락. 외국인들은 그야말로 들리는 대로 쓰고 외국어 표기법과 관계없이 창의적으로 표기한다.

위의 그림에 나온 그라메디아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최성민 작가 작품들은 100% 이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모든 점을 감안해 생각해 보면 최성민 작가는 이 출판사가 기획해 만들어낸 가상인물일 소지가 크다.

물론 위의 최성민 작가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라면 따로 사과를 구하겠다.

내가 위의 한국작가 이름이 표기된 상기 도서들을가짜 한국도서로 의심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기계발 장르의 한국도서들이 큰 인기를 얻던 2018년 이후 현지인 작가의 책 표지에 마치 한국 콘텐츠를 담은 것처럼 한국어 단어나 문장을 통으로 담는 것이 유행했는데 유독 이 출판사가 내놓은 도서들 중 그런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계발 장르 도서들은 얼핏 봐서는 한국 도서인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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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낙 헤밧 인도네시아의 한국어 표지 자기계발 장르 도서들출처: 아낙 헤밧 인도네시아 홈페이지> 


이러한 경향은 그라메디아의 출판그룹 중 하나인 그라신도(Grasindo)의 라노벨 출판물들에서도 많이 보인다. 표지에 한국어를 넣는 트렌드가 매출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지만 그라신도의 경우 독자들을 눈속임하려는 것이 아니라 책의 내용이 한국 배경 소설 또는 한국 아이돌에 대한 것임을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나름 분명하다. 그래서 혹시 있을지도 모를 법적, 윤리적 문제를 따지기보다는 한국이 인도네시아 도서산업에서도 문화강국으로 통하고 있다는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아낙 헤밧 인도네시아는 지난 7월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주최 '찾아가는 도서전'에도 미팅하러 온 출판사인 만큼 한국도서 출판에 관심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홈페이지에 도서 목록들과 일부 보도자료, 그리고 주소 이외에는 회사 연혁이나 경영진 같은 기본적인 회사소개조차 등재되어 있지 않아 활발한 출판활동에 비해 회사 자체를 평가할 만한 공개자료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낙 헤밧 인도네시아 출판사의 상기 한국어 표지 출판물들이 사실은 한국과 아무 관계도 없으면서 독자들에게 한국 콘테츠인 듯한 인상을 주려 한 것까지는 시류와 마케팅 트렌드를 탄 것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출판사가 유령작가들에게 한국인 이름을 붙여 책을 낸 것이 사실이라면가짜 한국도서의 출현은 한국의 위상을 제고한 한류 현상이라고 순수하게 받아들이기엔 좀 너무 나갔지 싶다.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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