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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호러 코미디 <스까완 리모(Sekawan Li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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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4회 작성일 2024-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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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코미디 <스까완 리모(Sekawan Limo)>


배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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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화진흥위원회에 보내는 보고서들은 영화산업의 주요 이슈들, 말하자면 영화수입과 국제공동제작 동향과 환경, 상영관 체인들의 경쟁상황, 정부의 주무기관 종류와 기능, 영화관련 각종 협회, 단체, 영화제, 영화사, 주요 감독들에 대한 정보, 상영관 분포, 영화 관련 조세제도, 정부 지원정책, 관객수 증감상황, 특정 기간에 발생한 영화계 중대사고나 문제점 등을 담는다. 말 그대로 산업적 측면에 치우친 영화 보고서다.
그래도 이슈가 된 국내외 영화들을 가능한한 다 챙겨보려 노력한다. 그것도 어쨌든 영화산업의 중요한 한 축인 것이 분명하니까. 특히 로컬영화 흥행순위 15위 안에 든 영화들은 가능한한 극장에서 찾아보려 하고 혹시 시간이 닿지 않으면 나중에 OTT에 올라오길 기다린다. 그래서 아래 노란색으로 표시된 것들 것 관람하고 리뷰 업로드를 마친 영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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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11. 18 기준 로컬영화 흥행순위 



사실은 로컬영화들을 10편 이상 리뷰한 것 같은데 그 중 상당수가 11월 기준 흥행순위 15위에 들지 못하고 밀려났거나 <가시 돋은 안개(Kabut Berduri)>처럼 관객수가 표시되지 않는 OTT 오리지널 영화들이었다.

이제 막 넷플릭스에 올라온 <스까완 리모(Sekawan Limo)>를 찾아본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웬일인지 이 영화에는 벌써 한글 자막이 달렸다. 넷플릭스 측은 아마도 한국인들이 많이 볼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시놉시스
영화에서도 <스까완 리모>의 의미를 주인공이 직접 설명한다. 스까완(Sekawan) 4, 리모(Limo) 5를 뜻한다. 영화 속 배경인 동부자바의 마디오뿌로(Madyopuro)산을 오를 때 반드시 짝수로 인원을 짜서 올라야 하며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된다는 불문율이 붙는데 이는 뒤돌아보면 분명 4명이 올라왔는데 일행이 다섯 명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귀신이 한 명 일행에 따라붙는다는 괴담이다.

그래서 요즘 웹소설이나 웹툰 작명센스에 따라 번역하자면 <네 명인데 다섯 명입니다> 정도의 제목이 달릴 이 영화는 호러 코미디로 분류된다.

감독이자 주연인 바유 스칵(Bayu Skak)이 분한 바가스는 썸녀 레니(라디아 아리아나 분)와 더 가까워지지 위해, 레니는 교통사고로 잃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해 각각의 동기와 심정을 가지고 산에 오른다.

 

거기에 디키는 두꾼의 지시에 따라 산 속 행운의 돌을 얻으려 하지만 귀신을 너무 무서워 바가스-레니 커플에 따라붙고, 자기 대학교 동행들을 놓쳤다는 주나가 짝수 인원을 맞추자며 합류한다. 주나는 대학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했던 아픈 기억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들이 기타 하나 달랑 들고 조난된 부호집 막내아들 앤드류를 중간에 구조하면서 다섯 명이 되어버린 그들은 자기들 중 한 명이 귀신일 거라며 서로를 의심하지만 그럴 틈도 없이 각각 자신들을 쫓아오는 뽀쫑, 꾼띨아낙, 건드루워 심지어 채권해결사 귀신을 피해 혼비백산 달아나기 시작하면서 등산 호러 대환장 파티가 펼쳐진다. 그런데 유독 바가스에겐 아무 귀신도 따라붙지 않는다. 결국 그들 중에 끼어든 귀신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나름 스릴러.


839d1590bd942a4858a8899459d35925_1732035273_7304.jpg▲왼쪽부터 주나, 앤드류, 바가스, 레니, 디키 


이 영화는 바가스가 수라바야의 한 공포 팟캐스트에 나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인도네시아 신파
소재도 나쁘지 않았고 각 캐릭터들도 나름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누가 귀신인지를 끝까지 잘 숨긴 것, 그러면서도 중간에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대략 알아챌 수 있도록 복선을 깔아둔 점, 젊은 감독의 작품인 만큼 영화에서 풍기는 풋풋함 같은 것들은 이 영화의 장점이다.

아마도 올해 초 크게 흥행한 <조금 달라(Agak Laen)>이 호러 코미디였던 점에 착안해 그 후속타처럼 만들어진 것 같은데 핵심 출연진 구성이 남자주인공 네 명에 여자 한 명이라는 점, 그들 대부분이 얼굴은 눈에 익지만 이름은 기억이 잘 안 나는 배우들이라는 점까지도 유사하다.

심지어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각 캐릭터들의 스토리텔링을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가 막판에 봇물 터지듯 그 문제들을 터트리며 동시에 갈등이 해소되는 구조도,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신파가 쏟아져 나오는 것마저도 똑같다.

하지만 뭐든 과유불급. <조금 달라>의 경우 감독과 관객들이 서로 타협 가능한 선에서 캐릭터들의 개인사를 보여주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복선과 유머로 영리하게 풀어나간 것에 비해 <스까완 리모>의 해결방식은 좀 막무가내다. 이거 설명하기 어려운데 이 영화를 직접 보면 왜 막무가내인지 이해하리라 믿는다. 말하자면, ‘이걸로 퉁쳐 주세요라는 감독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듯한다는 얘기다. 결국 시나리오엔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튼 <스까완 리모> <조금 달라> 벤치마킹은 대체로 성공해 250만 명 넘는 관객이 들어 올해 흥행순위 7위에 올랐다.

감독과 배우
바유 스칵이 재기 넘치는 감독이라는 것만은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자신이 감독한 모든 영화에 직접 주연으로 출연했는데 충분히 납득되는 연기력울 보여준다.

1993
년생인 그는 지금 막 31살이 되었는데 (생일이 마침 11 13) 21살이던 2014 <핑크색 기니 돼지(Marmut Merah Jambu)>로 데뷔해 지금까지 15편의 영화에 배우로 출연했다. 그중 여섯 편이 자신이 직접 감독한 영화다.

그가 처음 감독으로 데뷔한 영화는 2018년 작 <요위스 벤(Yowis Ben)>으로 그가 25살 때 만든 영화다. 이 영화엔 93만 명이 살짝 넘는 관객이 들어 2018년 로컬영화 흥행순위 15위로 중박을 치면서 나름 흥행감독과 잘나가는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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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유 스칵 감독 출연작 


2023
년 말에 2015-2023년 로컬영화 흥행순위 15위 안에 든 영화들 전량을 대상으로 관객수를 비교해 인도네시아 영화감독 41명의 흥행역량을 비교해 본 적이 있는데 바유 스칵은 거기엔 끼지 못했다. 하지만 만약 올해 다시 통계를 낸다면 이 영화 덕분에 30위 전후에 마크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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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유 스칵 감독

핵심 배역에 기용한 배우들은 대체로 경력이 일천한 편이어서 레니 역을 맡은 나디아 아리아(2015년 데뷔)를 제외하고는 B급이라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주나 역의 베네딕투스 시레가르는 아직 날씬하던 20대에는 좀 애매한 인상이었지만 30대가 되며 몸무게가 늘고 나니 능청스러운 캐릭터에 딱 맞는 인상이 되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출신으로 이번이 데뷔작인 디키 역의 피르자 팔라자는 좀 정신없는 소란스러운 연기를 했지만 그럭저럭 배역에 잘 녹아 들었다.

프로필을 확인하기 어려웠던 앤드류 쁘라무지토 역의 인드라 쁘라무지토는 바유 감독의 전작 <라라 아티>가 유일한 필모다.

즉 대부분 바유 감독의 또래이고 그의 전작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바유 감독이 이른바바유 군단을 꾸려보려는 의도가 살짝 엿보인다.

배경 문화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마치 <조금 달라>가 실제 부패범 도망자들이나 정권 실세에 대해 언급하고 군입대 사기 문제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던 것처럼 <스까완 리모>에서도 비슷한 부분들이 살짝 엿보인다.

주나는 학폭 피해자로 동료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돈을 뜯긴다. 디키는 온라인 도박에 빠져 빌린 돈 때문에 해결사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모두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실제로 벌어지며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들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학폭의 정도가 점점 도를 넘으면서 언론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일진들에게 목숨을 잃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들이 매년 적잖게 나오고 있다.

온라인 도박 역시 마찬가지다. 온라인도박 사이트들을 경찰이나 정보통신부가 척결을 하는 대신 비호하면서 이들을 관리하고 천문학적 금액의 뒷돈을 받아 챙겼다는 보도가 연일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도박은 필연적으로 빚을 만드는데 이른바 삔졸(Pinjol)이라는 온라인 대출이 성행하고 그로 인한 고리, 해결사의 만행 등으로 가정과 사회가 파탄나고 자살하거나 돈을 노린 존속살인사건들이 빈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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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컷 


디키는 이를 벗어나기 위해 두꾼을 만나는데 영력으로 귀신을 부리지는 못하지만 어디 가면 뭐가 있다며 귀신들에게 힘을 얻는 장소를 소개해 주는 꾼쩬(kuncen)을 만나 그에게 계시를 받아 산속 작은 폭포에서 기도를 하며 부적을 찾는다. 이런 모습은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수면 밑에서 벌어지는 온갖 주술 중에서도재물주술의 일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대개의 재물주술이란 기본적으로 귀신과 계약을 맺는 것인만큼 반드시 제물이 필요한데 그것은 누군가의 목숨이거나 수명 같은 것이다. 그것이 바가스 일행이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일행 모두가 재물주술의 저주에 휘둘린 것이다.

앤드류는 부모가 허락하지 않는 사랑을 하다가 여친이 임신한 것이 갈등과 방황의 이유가 된다. 앤드류는 여친에게 낙태를 권하는데 인도네시아에서 행해지는 낙태는 무조건 불법이며 음지에서 몰래 진행되는 낙태수술은 절대 저렴하지도, 안전하지도 않다. 대개의 경우 여자는 망가지고 남자는 나쁜 놈이 되고 마는데 그게 앤드류를 저주받은 산으로 이끌어가는 고민으로 작용한다.

가장 최근에는 낙태수술 중 죽은 젊은 여성을 그녀의 자취방에 죽은 태아와 함께 던져 놓은 것이 발견된 일도 있었다. 낙태수술을 한 사람이 그랬을 리는 없고 그 남자친구의 소행일 것이란 심증이 강하다. 이는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지는 낙태수술이 얼마나 안전장치 없이 자행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깊은 산 속으로 등산하다가 낙상이나 실종사고가 잦은 인도네시아의 등반문화도 영화 속 배경 중 하나다. 이런 사회-문화적 상황이 이 영화의 배경으로 깔렸다.

감상
할리우드의 패러디 영화 속 미국식 유머가 생경하고 별로 와닿지 않는 것처럼 인도네시아식 유머도 분명 그런 점이 있다. 영화 속 인도네시아식 유머는 대부분 캐릭터들이 중얼거리는주절거림속에 녹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한글 자막이 달려 있다 해도 그 뉘앙스과 배경문화가 단 몇 단어, 몇 줄의 번역에 모두 담길 수는 없다.

그러니 코미디 영화보다는 호러 영화가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유머보다는 공포가 더욱 유니버설 하니까.

좀 더 역량 있는 시나리오 작가가 붙어 막판막무가내 쥐어짬을 다른 식으로 전개시켰더라면 하는 마음이지만 인도네시아 관객들에게 어쩌면 그 부분이 약발을 발휘해 250만 명씩이나 관객이 들었던 건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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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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