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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영화 <죽음의 문턱에서(Di Ambang Kematian)>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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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570회 작성일 2024-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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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음의 문턱에서(Di Ambang Kematian)> 리뷰


배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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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영화 <죽음의 문턱에서(Di Ambang Kematian)>은 무려 2023년 로컬영화 흥행순위 2위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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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2023년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결산보고서를 써야 하는 입장에서 최소한 2023 100만 관객을 넘긴 로컬영화들은 대략 챙겨봐 둬야 하지만 위의 20편들 중 여덟 편밖에 보지 못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중 돈 주고 볼 만한 영화는 흥행순위 1위의 <세우디노> 7위의 <황혼 무렵>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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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에서>는 그 중 가장 마지막에, 그것도 아마존프라임 OTT에 올라온 것을 보았다. 이 영화를 리뷰하면서 새삼 느낀 것은 2024 2 28일 현지 개봉한 <파묘> <기생충> 60만 관객 기록을 훌쩍 뛰어넘어 4 3일 공개된, 한국영화로서는 절대 갈 수 없을 것이라 여겼던 230만 관객을 들인 것에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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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의 파괴력은 한국에서 개봉한지 6일만에 현지 개봉해 <파묘>가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달성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이 인도네시아에서 마케팅 포인트가 되었다는한국과의 동시성”, <도깨비>의 김고은, <스위트홈>의 이도현, <명량>의 최민식, <공조>의 유해진으로 대변되는한류또는 그들이 현지에서 누리는 인기, 그리고 영화 자체가 인도네시아인들이 좋아하는 호러 장르였다는 것 등에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은 인도네시아인들의 최애 장르인 호러 영화들이 사실은 국내외 모두 합쳐 납득할 만한 스토리를 가진 만족할 만한 작품들이 별로 없던 상황에서 매우 세련된 연출, 흥미로운 테마와 반전을 가진 스토리 고급진 호러영화가 인도네시아 호러팬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그 기대를 한껏 만족시킨 것이 주효했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인들이라고 호러영화라면 앞뒤 안가리고 모두 달려들어 보러가는 게 아니다. 당연히 좋은 영화를 보러가고 싶지만 좋은 영화가 많지 않으니 그나마 개중 나은 영화들에 관객수가 쭉쭉 올라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영화 <옥수역 귀신>, <마루이 비디오> 등은 현지에서도 참패를 면치 못했고 한국 원작을 리메이크한 <적막(Sunyi)>, <헬로우 고스트> 100만 관객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비록 330만 명의 관객을 모아 2023년 로컬영화 흥행순위 2위를 차지한 이 영화와 현지 230만 관객의 <파묘>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 쉽게 납득하게 된다.

시놉시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오빠와 여동생으로 이루어진 한 가족이 있다. 사업가인 아버지는 돈을 잘 버는 편이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금지한 한 방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어머니는 이미 오랫동안 시름시름 앓고 있는데 온몸엔 이유를 알 수 없는 상처가 생겨 약을 바르고 붕대를 둘러도 낫지 않는다. 그리고 2002년 새해를 맞는 날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예의 금단의 방에 악마에게 제단을 차려놓고 행하는 불길한 주술의식을 행한다는 것을 알고 아버지의 저주로 어머니가 죽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늘 운이 없던 아버지 수얏모는 돈을 많이 벌어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한 두꾼을 통해 연결된 악령에게 매번 염소의 목을 잘라 피와 머리를 바치는 대가로 금전적 만사형통을 허락받는 계약을 했던 것이고 그 의도는 절대 가족을 해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당초의 계약보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 그게 동티가 나 악마가 10년 마다 가족 한 명의 생명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재물주술이라 번역되는 뻐수기한(Pesugihan) 주술은 늘 누군가의 목숨을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흑마술보다 더욱 매섭고 악랄하다. 그래서 10년 후인 2012년 장남 요가도 악령에게 목숨을 뺏기자 아버지는 그간 재물주술로 일군 사업을 정리하고 모든 재산을 고아원 등에 기부한 후 이제 마지막 남은 딸에게 향한 악령의 저주를 없애기 위해 전국을 떠돌며 용한 두꾼들을 찾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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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포메트 


여기 등장하는 보스 악령은 염소의 머리를 하고 있는데 이는 기독교 악마들 중 바포메트(Baphomet)에 해당한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 속에는 이슬람적 요소들이 거의 배제되어 그 흔한 우스탓도 등장하지 않는다. 공포영화들은 영화의 성격과 스토리에 따라 이슬람 요소의 설치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는 것 같다. 혹시라도 악령의 승리 또는 무승부를 시사하는 시나리오에서 이슬람적 요소는 철저히 배제된다는 인상이 강하다.

기본적으로 <죽음의 문턱에서>는 빗나간 재물주술, 악령과의 섣부른 계약이 가져오고 만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그렸다. 그 메시지가 일정한 교훈을 준 것은 분명해 보이나 별다른 반전 없는 스토리, 흔히 말하는꿈도 희망도 없는전개는 별로 어필하지 못했다.

좋은 호러 영화의 미스터리는 여운을 남기는 것이 보통이지만 <죽음의 문턱에서>는 이 영화를 330만 명의 관객들이 봤다는 것 자체가 미스터리로 남았다.

재물주술
인도네시아의 주술들을 대분하면 사람을 죽거나 병들게 하려는 목적의 산뗏(santet) 저주, 총알도 뚫지 못하는 도검불침의 몸을 만드는 일무 끄발(ilmu kebal), 나를 버리고 간 여인 또는 짝사랑의 상대방에게 억지로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 심하게는 그를 지배하고 심지어 그 마음을 완전히 파괴해버리는 뻴렛 주술(ilmu pellet), 그리고 귀신의 힘을 빌어 이웃이나 후손들의 부, 또는 영계에 있는 금품을 현세의 내 주머니 속으로 가져와 당대의 부자가 되려는 뻐수기한(pesugihan), 즉 재물주술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산뗏 저주술이 가장 악독할 것 같지만 사실은 반드시 가장 가까운 가족들의 목숨을 제물로 요구하는 재물주술이 가장 음습하고도 악랄하다. 그래서 영화 속 두 남매의 아버지 수얏모가 재물주술에 심취해 돈을 벌기 시작하자 더 큰 돈을 벌려고 욕심을 부리는 것은 인지상정에 속하고 그 결과 가족들에게 차례차례 저주와 죽음이 닥치는 것은 재물주술의 일반적 수순이라 하겠다.

재물주술이 인간의 목숨을 요구하는 것은 세상이 황금만능주의에 가득 찼음을 웅변하는 것이지만 이는 단지 영화나 소설 속에서만 벌어지는 상상 속 사건들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에서는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이승의 100만 원은 영적 세계의 1억 원이라며 자기에게 1000만원을 맡기면 특정 의식을 통해 자신이 영적 세계로 넘어가 10억 원으로 환전해 현실세계로 가져오겠다고 말하는 두꾼들이 있다. 그 말도 안되는 소리를 철썩 같이 믿고 돈을 맡기는 사람들도 100만 명에 한 명쯤은 존재한다. 문제는 인도네시아 인구가 27천만 명이니 그런 두꾼에게 실제로 돈을 맡기는 사람들이 최소한 270명 정도는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10억을 만들어주지 않고 차일피일 약속을 미루는 두꾼을 끝내 찾아가 따진 피해자는 마침 재물주술의 마지막 단계를 하고 있다는 두꾼에게 속아넘어가 특정 의식을 하는 과정에 주술이 담긴 성수를 마시라고 요구받는데 그 성수는 십중팔구 시안화칼륨 즉 청산가리다. 피해자는 은밀한 의식을 하던 도중 그렇게 살해되어 암매장되는데 그런 사건이 드러나 두꾼 소유의 집이나 땅에서 여러 구의 시신이 발견된 사건들이 일년에 두 세 번 매체를 통해 보도되곤 한다.

영화에서 그런 것처럼 악령이 직접 강림해 사람들의 목숨을 수확해 가는지는 알 길 없지만 난 실제로 가족들의 목숨을 저당잡혀 재물주술을 시전하는 두꾼들과 가장들이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것이라 믿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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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주술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연쇄살인한 두꾼 슬라멧이 2023 4 4() 피해자들을 

암매장한 곳에서 현장검증 하는 모습 


감독과 배우들
아자르 키노이 루비스(Azhar Kinoi Lubis) 감독으로서는 이 영화가 그의 대표작이 되었다. 최근<이교도: 악령의 저주(KafirL Bersekutu dengan Setan)>(2018), <날 따라 지옥으로 가자(Ikut Aku ke Neraka)>(2019) <망꾸지워(Mangkujiwo)>(2020), <스피릿돌(Spirit Dall)> 등 호러영화들을 주로 만들었지만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정도로 그리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이 영화로 2023년 로컬영화 흥행수위 2위에 오르며 주가를 크게 올렸다.

여주인공 나디아를 연기한 따스끼야 나미야(Taskya Namya) 2022년 이후 줄곧 <이바나>, <자일랑꿍: 산데깔라)>, <황혼 무렵(Waktu Maghrib)>, <수잔나: 끌리원의 금요일밤> 등 나름 흥행한 호러영화들만 출연했는데 주연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디아의 오빠 요가 역의 와프다 사이판 루비스(Wafda Saifan Lubis)는 필모그래피 중 2022년의 <꾼띨아낙 3>을 제외하면 늘 드라마 장르 영화에 주로 출연했던 배우다.

아버지 수얏모 역의 뜨꾸 위프누 위까나(teuku Rifnu Wikana) 2004년에 데뷔해 80편 넘는 영화에 출연한 만년 조연배우였다. 매년 네 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한 셈이니 뜨꾸는 그의 인상과는 별개로 매우 성실한 사람이 분명해 보인다. 아무튼 어딘가 야비하고 불량해 보이는 인상, 심한 여드름 자국 때문에 늘 악역을 맡던 그가 이 영화에서는 흑마술에 빠졌지만 가족들을 하나 둘 잃으며 마지막 남은 딸 만은 어떻게든 살려보려는 아버지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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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따스끼야 나미야, 와프다 사이판 루비스, 뜨꾸 위프누 위까나 배우 


말하자면 A급이라고 말하긴 어려운 감독이 비슷한 등급의 배우들을 기용해 만든 이 영화가 330만 관객을 들이며 2023년 흥행순위 2위를 차지한 것은 사뭇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이들의 연기가 나빴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지도 못했다. 바포메트 악마를 영화 속에 구현하기 위한 분장과 시각효과 면에서 상당한 노력이 있었던 것, 염소 목을 배고 머리를 들고 다녀야 했던 배우들이 비위를 상했을 정황도 다 이해할 수 있지만 영화의 스토리라인이 너무 밋밋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도 330만 명이라니.

얼굴가죽을 벗기는 특수효과가 충격적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전국 어떤 두꾼들도 감히 개입할 수 없을 만큼 그들 가족에게 내려앉은 강력한 저주의 암울함이 인상적이었던 것일까? 점프 스케어로 일관된 이 영화에 어떤 매력이 있었길래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330만 명이 이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았을까?

이 영화를 본 후에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나 혹시 이거 보면서 졸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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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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