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란 인도네시아의 미래 도서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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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선
1953년에 설립되어 1990년대 전성기를 맞았던 구눙아궁 서점(Toko Gunung Agung)이 얼마전 매장들을 모두 닫자 인도네시아의 도서출판산업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구눙아궁은 한때 국내 도서판매시장의 25%까지 점유했던 거인이었다.
그 이후 북스앤비욘드(Books and Beyond), 또가마스(Togamas), 키노쿠니야(Kinokuniya) 등의 유명 서점들이
아울렛을 줄이거나 온라인서점으로 전환하면서 오프라인 도서판매시장은 격변기를 맞는 듯했다.
인터넷의 영향
대부분 부정하지만 사실 인터넷의 발달이 오프라인 서점 쇠퇴의 원인이었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종이책보다
훨씬 저렴한 버전의 전자책이 세상에 나온 것 역시 인터넷이 없었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지난 십여년 동안 아마존의 킨들(Kindle), 구글플레이 북스(Google Play Books), 그라메디아 디지털(Gramedia
Digital) 같은 전자책 서점들이 속속 문을 열었다.
반면 인도네시아 사회의 책 읽기 문화는 위기로 내몰렸다. 아무래도 젊은이들은 책보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같은 SNS 플랫폼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즐기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 간편하고 휴대하기 편하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변화가 일부 작가들에게도 그리 환영할 만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전자책의 경우 대개
로열티/인세가 낮고, 인터넷을 통한 도서 판매량을 출판사
또는 온라인서점이 숨기려고 마음먹으면 확인하기 어려운 점, 인세에 붙는 높은 세금, 그리고 오프라인 서점에 비해 저조한 판매상황 등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꼬페디아(Tokopedia),
쇼피(Shopee), 부깔라빡(Bukalapak) 등
여러 인터넷 쇼핌몰/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 저가 또는 무료로 제공되는 대규모 불법복제도서의 문제가
추가된다. 온라인 콘텐츠는 사이버 보안이 취약할 경우 종이책보다 더욱 간단히 불법복제 피해를 당할 수
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글 쓰는 작가보다 다국적 기업의 직원, 공무원, 기업가 등을 더욱 유망한 장래 직업으로 꼽는다.
일단 성공적인 작가가 되려면 책이 많이 팔려야 하는데 종이책의 경우 초판 2,000권이
팔리면 성공한 것으로 친다. 요즘은 한번 인쇄할 때 2,000부를
찍는 게 사실상 최대치이고 그게 다 팔리면 해당 도서가 성공한 것으로 친다. 그 소진되는 기간이 짧을
경우 독자들의 수요가 있다고 판단해 재인쇄에 들어간다.
그런데 작가가 1년에 2,000권을 다 팔았는데
책 가격이 10만 루피아(약 8,700원), 로열티는 10%라고
가정하면 연간 작가가 받는 로열티는 2,000만 루피아(약 173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니 1년에 책 한 권을 내는 정도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 그렇게 한 번 낸 책이 수만 권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는 한 작가들은 다른 수입원을 찾아봐야 한다.
그래서 적잖은 작가들이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팔아서 공동작가, 자서전 등의 대필가, 카피라이터, 편집자 등이 된다. 번역자, 보고서 작성자 등도 선택지들 중 하나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의 전업
작가 수는 매우 적다. 다른 본업을 가지고 글쓰기는 부업인 경우도 많다. 모든 작가들이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공하는 건 아니란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전업작가로
나섰다가 입에 풀칠하기 힘들게 되는 경우도 사실 적지 않다
도서업계에 울려퍼진 죽음의 종소리?
정리하자면 젊은이들은 작가가 되는 것을 기피하고 독자들도 책읽기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으며 도서불법복제는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래서 이제 인도네시아의 도서산업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가?
일각에서는 도서산업의 영광스러운 전성기가 지났다고 말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도서산업이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문해력의 기초와 지식 보급은 '저렴한' 디지털 기반 콘텐츠보다 아직도 종이책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적으로 도서산업의 지속가능성은 수익에 달려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점은 어는 산업이나
마찬가지다. 그럼 도서산업은 과연 미래에도 출판사와 서점들을 유지하며 운영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수익을
지속적으로 낼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도서산업의 미래는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화는 분명 도서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갈아타는
독자들도 점점 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가 종이책보다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신기술에 익숙한 독자들, 특히 밀레니얼 세대, Z 세대 및 미래의 젊은 세대들에게 전자책이 더욱 잘 맞을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포맷을 사용하기 위해선 멀티미디어 요소 및 대화형 기능과 같은 추가 콘텐츠를 포함해야 하므로 독자들은 다양한 방식의 독서 경험을
할 수 있고 출판사들에게도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된다.
한편 전세계적으로 서적 인쇄량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히 교육 부문에서는 여전히 종이책
사용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다. 학교, 대학, 도서관, 의과대학, 법률
회사 및 여러 기관에서 교과서, 참고 자료 및 인쇄 출판물은 여전히 필수적이다. 족자카르타, 말랑, 반둥, 솔로와 같은 교육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즉 종이책 시장의 파이는
아직 여러 사람들이 달려들 정도로 많이 남아 있다.
전자책이 꼭 이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편리성과 접근성이 뛰어난 전자책이 금방 시장을
장악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직도 읽은 마지막 페이지를 접어서 표시하거나 문장에 줄을 그으며
읽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그래서 아직 종이책의 판매량이 전자책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 면에서 도서시장과 서점은 사멸해 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환경에 적응해 가는 것이다.
그 결과 출판사들은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출시하고, 오디오북 버전을 제작해 판매하며, 자기계발 장르의 도서 콘텐츠를 기반으로 교육 자료를 따로 제작하는 등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도서 불법복제와 환경 문제
인도네시아 도서 산업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불법 도서복제인데 이에 대한 딱부러지는 해결책이 아직 없다
가장 이상적인 해결방법은 소비자가 불법 복제가 도서산업에 끼치는 악영향을 충분히 이해하여 합법적인 도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저자와
출판사를 지원하는 것인데 복제 도서가 제시하는 놀랍도록 저렴한 가격의 유혹을 웬만한 독자들은 거부하지 못한다. 슬프지만
그게 현실이다.
디지털화 및 불법 복제 문제 외에도 종이책을 인쇄하는 데에 드는 종이, 잉크, 인쇄장비, 운송비 등 각종 비용이 크게 오른 것도 또 다른 문제다.
인쇄용지와 잉크 가격 상승은 출판사의 이윤을 잠식하거나 그것을 독자들에게 부담시킬 경우 도서 판매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진다. 출판사는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인쇄 프로세스와 가격에 관해 피치못한 선택을 해야 할 경우가 있는데 추가적인
비용을 내가 감당하느냐 아니면 독자들에게 넘기느냐 하는 것도 그런 결정 중 하나다.
도서인쇄산업의 종이 의존도는 삼림 벌채, 물, 에너지
소비 등 환경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책을 인쇄하고 배송하는 것은 탄소 배출의 원인을 제공한다. 그래서 일부 출판사는 재활용 종이 사용, 친환경 인쇄법, 디지털 출판과 같은 옵션들을 모색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책을 출판하는 것은 어쨌든 출판사로서는 중요한 투자이지만 모두 다 기대했던 만큼의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책이 시장에서 독자들 관심을 끌지 못하면 출판사는 재정적 손실에 직면한다. 특히 소규모 독립출판사는 이로 인해 존폐의 기로에 서기도 한다. 도서출판시장이
예측 불가능한 곳이 된다면 출판사의 지속적인 수익성 유지 또한 어렵게 된다. 그러니 최소 인쇄부수를
줄이거나 전자책 출판을 선택하는 것이다.
한편 변화하는 독자 선호도에 걸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출판 플랫폼, 마케팅
전략, 유통 채널 등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인터넷의 발전과 그에 따른 디지털화는 도서산업의 환경을 많이 변화시켰지만 지식과 스토리텔링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한, 도서 산업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그에 적합한 형태와 방향으로 진화해 갈 것이다.
*출처:https://money.kompas.com/read/2023/11/21/083000826/menakar-masa-depan-industri-perbukuan?page=all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년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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