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란 아루나 (Aruna),인도네시아 사회적 기업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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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나(Aruna), 인도네시아 사회적 기업의 성공
백세현 / (주) Pigmalion Global 대표
착한 마음을 갖고 시작한 사회적 기업들 혹은 소셜 벤처들은 왜 생각보다 지속적으로 성장하지는 못하는 것일까. 우리가 편의점에 가서 ‘착한 기업’이 만드는 제품이 있다 할지라도 품질이 좋지 않다거나 마케팅이 잘 안되었거나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좋은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구매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회적 기업을 하는 이들을 만나보면 적지 않은 이들이 자신들은 너무도 좋은 의도를 갖고 있기에 세상이 알아줄 것이고 따라서 사업도 알아서 될 것으로 착각한다. 우리가 코카콜라를 마실 때 우리는 코카콜라가 좋은 기업인지 나쁜 기업인지를 따지기보다는 아주 나쁜짓 한 것만 아니라면 제품 자체가 좋아서 마실 것이다. 악덕기업만 아니라면 제품 자체가 우수하면 그걸로 승부를 볼 만하다. 이미 성공한 기업이 좋은 일을 하는 것은 그나마 쉬울지 모르지만 좋은 일 하려고 하는 기업이 꼭 성공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도리어 더 힘들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사회적 기업 ‘아루나(Aruna)’가 인상적이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사회적 기업 ‘아루나(Aruna)’는 영세 어부들이 160만명에서 80만명으로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이유와 이를 해결하고 싶은 대학생 세 명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며 시작되었다. 2016년 경 대학생 세 명은 중개상인들은 돈을 많이 버는데 반해 정작 어부들은 파산하고 어업을 포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이들은 이런 사회적 문제를 테크놀로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해결하고 싶었고 그래서 무턱대고 셋이 모여 창업을 한 것이다. 이슬람 국가는 아니지만 이슬람교도가 많이 사는 인도네시아에서는 닭고기, 소고기와 함께 해산물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영세어부들의 생존과 지나친 폭리를 취하는 중개상인들의 횡포를 막고자 하였다.
그래서 이들은 ‘아루나(Aruna)’라는 스타트업을 시작하였다. 아루나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여 어부들이 생선가공공장들과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어부들로서는 중개상들을 거치지 않으니 좋았고 생선가공공장들도 직거래를 하다보니 이전보다 훨씬 싼 가격에 해산물을 사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하여 아루나는 영세어부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의미있는 사회적 기업을 일궈나가는 덕분에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 관저로 초청받기도 하였다.
<젊은 아루나 공동창업자들 및 멘토. 맨 우측이 대표 파리드(Farid)>
중개상인들을 단순히 제거하려고만 했다면 갈등이 커졌겠지만 중개상인들에게도 역할을 주고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였다. 영세어부들을 중심으로 조합을 만들었고 이 조합 내에서 중개상들도 흡수하여 함께 일하게 만든 것이다. 중개상들은 전자기기를 잘 다루고 영민하기 때문에 아루나가 만든 디지털 플랫폼 앱을 빠르게 이해했고 이를 조합 내 영세상인들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데도 역할을 하고 있다.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내는 게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루나에게 초기 어려웠던 점은 영세어부들에게 앱 사용법과 스마트폰 활용법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테크놀로지 덕분에 이들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신뢰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조합을 만든 후 세미나 및 끊임없는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게 되었다. 또한 자선단체가 아닌 엄연히 사회적 ‘기업’이기에 영리활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이에 따라 수익모델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게 되었다. 이렇게하여 아루나는 해산물에 특화된 온라인 직거래 장터를 만들어낸 것이고 영세어부들과 해산물가공공장 혹은 소비자와의 직거래에 건당 수수료를 통해 사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었다. 흑자에 흑자를 거듭해 사업적으로도 성공 가도에 있다. 이러한 이들의 노력에 대해 영국의 BBC가 와서 촬영하고 인터뷰하기도 하였다.
초창기 자금 조달은 각종 스타트업 콘테스트를 휩쓸어 상금으로 충당하기도 했고 사업이 성장해나가면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성공하게 된 것도 특이점 중 하나이다. 아루나는 특히 올해 ‘알리페이’에서 행한 사회적 기업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거두기도 하였다. 작년부터는 한국 스타트업 ‘블루블랩(BlueBlab)’과는 신선한 해산물을 콜드체인으로 가능토록 하는 부문에서,그리고 ‘조이드론’과는 드론을 이용하여 잠재 어군 등을 찾는 부문에서 협업 중이다.
아루나의 경우, 영세상인들을 보고 단순 모금 정도로 하여 도와주는 활동에 머물렀다면 결코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고 지금처럼 영세어부들을 살려내지도 못했을 것이었다. 좋은 취지를 갖고 있어도 영리활동을 통해 제대로 된 수익모델 및 비즈니스모델, 그리고 기술력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인도네시아의 아루나도 결국 좋은 의도만으로 통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사업은 어디까지나 사업이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었기에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을 유지해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좋은 일 한다는 것에 너무 도취되어 모두가 다 알아주고 사업도 잘 될 거라고 착각하고 여기저기서 상 받으면서 정작 사업보다는 좋은 취지를 가진 기업가 정도로만 인식된다면 거기서 멈출 것이다. 결국 사회적 기업은 철저히 시장논리에 따라 성공시키면서 그 과정에서 좋은 일을 한다는 경영마인드를 갖지 않으면 쉽게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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