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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멋대로 하세요
배동선/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5월 16일 인도네시아 일간 꼼빠스지에 이런 사진이 실렸다.
Indonesia??? Terserah!!!
인도네시아? 니 멋대로 하세요.
(출처: 일간꼼빠스)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5월 16일 누적감염자가 17000명을 넘겼다. 사망자 숫자는 1,089명으로 2주 전의 8% 대에서 6.4% 수준으로, 세계 평균에 비슷해졌지만 200~300명 씩 늘어나던 확진자 숫자는 이번 주 들어 500~600명 선으로 크게 늘어나 폭발세를 보이는 중이다.
물론 이 수치는 그만큼 검사량이 늘어나 중증이 아닌 이들도 검사를 받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등 해외 송출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대거 인도네시아에 돌아오는 중이고 그들은 돌아오는 즉시 끄마요란 아시안게임 선수촌을 급개조한 격리병동에 격리되어 전원 검사를 받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PCR 검사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모든 능력을 경주하는 중이다. 하지만 검사장비의 문제보다는 검사시약이 준비되지 않아 검사결과가 늦어지는 경우가 잦은 모양이고 실제로 PCR 검사결과는 빨라야 3일 정도 걸려야 나오는 모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의 코로나 사망자도 70명을 넘긴 지 오래다. 업데이트된 자료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제 100명에 육박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의료진들이 실망할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졌다. 무딕을 금지한 정부가 약간 그 틀어쥔 힘을 느슨하게 빼자 5월 14일(목) 수카르타-하타 공항이 터져나갈 정도의 인파가 비행기를 타겠다고 몰려든 것이다.
(5월 14일(목) 수카르노 하타 공항 제2터미널 상황)
자카르타와 교외를 잇는 고속도로에서는 공장 자재를 실은 트럭들과 출퇴근자들이 경찰 제재를 받는 와중에 비행기를 탈 만한 상황이 되는 이들은 어떻게 정보를 알고 대거 비행기표를 사서 공항에 몰려든 것이다. 이들 중엔 분명 코로나 감염 의심자들이 있을 것이고 지방에 지역감염을 일으킬 수퍼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뿐 만이 아니다. 한때 인도네시아 최고 명물이자 최고급 백화점이었던, 그러나 이젠 그 명성만 남았을 뿐 시설이 시대적으로 뒤떨어져 버린 사리나 백화점에, 인도네시아 최초로 문을 열었던 맥도널드 본점이 문을 닫으면서 여기 특별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어 엄청난 인파를 만들어냈다. 나 역시 인도네시아 생활을 시작하던 시절 수많은 약속이 이 맥도날드 점에서 잡혔고 몇 년전 총기 폭탄테러 일당이 그 앞 도로에서 폭탄을 터뜨렸었다.
(사리나 백화점 맥도날드 본점 폐업 기념으로 몰려든 인파)
이 모든 것이 의료진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의료진들은 국민들에게 실망하고 그런 상황을 방치하고, 심지어 조장하는 정부에 환멸을 느낄 법하다. 이런 팻말을 적어 소셜미디어에 올린 의료진들은 이미 한 둘이 아니고 이런 행태에 대한 비난도 각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정부도, 경찰도, 매체와 소셜미디어도, 국회의원들도, 기업 마피아들도 모두 니 멋대로 하세요. 맘대로 하라고요.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으면서 동포사회에서도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진 이유는 단지 문재인 정부가 성공적인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신천지처럼 일부 분탕질을 치는 개인이나 집단은 어디에나 있지만 대체로 국민 전체가 경각심을 가지고 전염확산방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국엔 물품사재기도 없고 마스크 쓰라는 상대방에게 총을 쏘거나 뽀큐를 날리는 이도 없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아직 멀고도 멀었다.
정부 측에서 내놓는 예상은 5월말~6월 사이에 코로나가 정점을 맞은 후 7~8월에는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한다는 것이지만 이제 코로나 대폭발 국면을 맞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사실상 현재 미국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감염병을 잡기도 전에 봉쇄완화와 출구전략을 찾기 시작한 듯 보인다. 최소한 방역에 실패하더라도 국가의 정책실수가 아니라 국민들의 방종때문이라 주장할 빌미를 만드려는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지난 며칠간 보인 인도네시아인들, 특히 공항과 사리나 백화점 앞에 모여든 자카르타 사람들은 조속한 정상생활 복귀를 희망하는 대다수의 인니 국민들과 외국인 교민사회에 큰 실망을 던져 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아래 그림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감염병보다 멍청함이 더 치명적인 시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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