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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코로나보다 무서운 인도네시아 방역격리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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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1건 조회 12,229회 작성일 2020-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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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보다 무서운 인도네시아 방역격리 조치

배동선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팬데믹 위기에 빠진 지구촌 각국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에서도 코로나 상황이 국내 모든 이슈들을 뒤덮었다. 어느 새 등 뒤로 바짝 다가온 코로나-19가 우리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형국이다.
 
3월 30일 당시 인도네시아는 코로나 확진자 1,414명에 사망자 122명이었는데 그로부터 불과 20일 지난 4월 20일 감염자와 사망자는 각각 6,760명과 590명으로 다섯 배 가까이 늘었다. 매일 300~400명씩 늘어나는 확진자 수치는 곧 한국 누적확진자를 훌쩍 넘어설 텐데 8.7%라는 높은 치명율은 지역감염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 위독한 중증환자들 중심으로 검사가 이루어졌음을 뜻한다. 인접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인구 1백만 명 당 각각 평균 16,203명, 2,988명을 검사했으나 인도네시아는 136명에 불과하다. 무증상 감염자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전체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 발생한 자카르타가 인도네시아의 코로나 바이러스 진원지가 되자 자카르타 주정부는 3월 20일 역내 모든 학교의 원격수업과 기업들의 재택근무를 권고했고 중앙정부의 승인을 얻어 4월 10일부터 ‘대규모 사회적 규제(PSBB)’라는 강제조치로 확대 실시했다. 아니스 바스웨단 자카르타 주지사는 당초 도시봉쇄 수준의 보다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였으나 임기 내 동부 깔리만탄으로 행정수도를 옮겨야 하고 이를 위한 경기부양과 투자유치에 갈 길이 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현 정부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카르타 인접한 수도권 위성도시들과 서부 자바에서도 PSBB가 승인되면서 해당 지방정부들은 최소 1억 루피아(약 780만 원)벌금 또는 1년 이하 징역의 벌칙을 앞세워 5인 이상의 모임, 보건, 식료품, 에너지, 통신, 유통, 생필품 및 전략산업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허가없이 영업 중인 업소들을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 대중교통도 오전 6시~오후 6시 사이로 단축운행하고 민간차량도 정원의 절반 이상을 태울 수 없다.
 

오토바이는 물품운송만 가능. 4인승 차량은 4명, 7인승 차량은 4명만 탑승가능 (출처: 일간 꼼빠스 그래픽)
 
수도권 감염상황이 여전히 악화일로에 있고 그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방역으로 완화하려던 싱가포르에서 최근 코로나가 재폭발하자 자카르타 주정부는 당초 4월 23일까지로 계획했던 PSBB 조치의 무기한 연장을 일찌감치 시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전 산업, 그 중에서도 특히 여행, 호텔 항공, 소매, 외식사업들이 직격당하면서 수많은 서민들의 생계가 끊겼다. 4월 15일까지 1,642개의 호텔들이 잠정 휴업에 들어갔고 올해 직장에서 밀려난 280만 명 중 절반이 임시해고 상태에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예산 중 코로나 대책으로 405.1조 루피아(31.4조 원)를 재배정해 이중 75조 루피아(5.9조 원)는 보건 부문에, 110조 루피아(8.6조 원)는 사회보장망 확충에, 70.1조 루피아(5.5조 원)는 중소기업을 위한 세무혜택과 융자에, 150조 루피아는 경제회복자금으로 돌렸다. 팬데믹 피해를 입은 빈민들에게 가구당 60만 루피아(4만7천원)씩 현금 또는 현물로 3개월 간 지원키로 한 정부의 결정은 해묵은 관료주의의 폐해로 그 집행속도가 한없이 더디기만 하다.
 
PSBB가 시행되자 시내 고층건물 입구를 막아선 치안당국은 입주기업들의 자택근무를 강요했고 해당 기간 중 가동허가를 받은 생산공장들도 수출 오더가 속속 캔슬되고 자재수급이 지연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자카르타 전역에서 4월 17일 PSBB 조치 위반으로 임시 폐쇄된 회사들은 23개에 이른다.
 
같은 날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장이 버카시 군 현대자동차 공장건설현장과 자카르타 북부 보세공단 한인봉제업체를 방문해 한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지만 기본적으로 인도네시아 저임금인력 기반 제조업에 편중된 현지 한인사회는 코로나 사태의 파괴력을 결코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아직 현지에서 한국인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진 않았지만 한국에서 귀국자 중 확진자가 나오자 동포사회에도 감염이 진행되고 있음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공오균 코치가 신속진단키트 검사 양성이 나와 신태용 감독을 비롯한 한국인 코치진 전원이 4월 4일 귀국한 일이 있었지만 정작 동포사회에 큰 충격을 던진 것은 지난 4월 9일 자카르타 북부 끌라빠가딩 지역의 한 아파트에 방역당국이 방문해 외국인들만 대상으로 진행한 검사에서 한국인 한 명이 양성판정을 받아 현지 시설에 격리된 사건이다.
 
교민 A는 코로나 격리병동으로 임시 개조된 끄마요란(Kemayoran)지역 아시안게임 선수촌 아파트에 격리되었는데 음식이나 물품반입도 자유롭지 않은 상태에서 별다른 보호장구나 방역 프로토콜도 없이 감염의심자들과 같은 공간을 사용해야 하는 환경이 A씨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알려지자 교민사회가 발칵 뒤집힌 것이다. A씨는 5일간의 격리생활 끝에 유전자 증폭검사(PCR)에서 최종 음성확정을 받고 퇴원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지난 17일부터 4월 말까지 남부 자카르타 끄망빌리지 아파트 입구를 비롯한 수도권 3곳에서 한국식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가 설치되었지만 양성 판정이 나면 뾰족한 대책도 없이 무조건 선수촌 병동으로 격리된다는 공포감이 팽배한 동포사회에서 이 검사를 자진해 받을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상황이 허락하는 한 교민 가족들은 줄어든 항공편과 엄청나게 인상된 티켓가격에도 불구하고 현재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인식되는 한국으로 이미 떠났거나 자녀들의 법정 학교출석일수를 채워 귀국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입국자 전원에 대한 의무적인 코로나 검사와 자가격리가 실시된 이후 귀국자들이 올린 후기에서 정부가 개개인에게 보내준 격리물품들의 내용과 퀄리티에 감격한 교민들은 한 둘이 아니다. 더욱이 매일 업데이트되는 본국의 성공적인 방역과 신속진단키트와 코로나 구호물품을 통한 외교소식에 재인도네시아 한인동포들의 자존감과 자긍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드높다.
 

한국 정부가 귀국자 가족에게 보내준 개인 격리물품 3인분
 
국가개발계획위원회외(Bappenas)와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UI) 보건전문가들은 지난 3월 하순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부가 선제적 대응조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지 않을 경우 47,984~240,244 명 사이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으며, 설령 최선을 다한다 해도 최소 50만 명의 감염자와 11,898명의 사망자를 낳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아무런 조치없이 놔둔다면 감염자 수치가 최대 250만 명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도 포함되었다.
 
그래서 당장 한국에 돌아갈 수 없는 교민들은 현재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랍의 이슬람 국가들조차 감염병 확산을 우려해 올해 참배와 순례를 축소하거나 폐지한 마당에 아직도 상당수의 인도네시아인들은 지방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수 세기 동안 지켜온 라마단 금식월의 종교행사과 이둘피트리 귀성행렬을 고집하고 있고 마땅히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중앙정부가 이 위험한 사안을 적극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임박한 국가 최대 명절을 앞두고 국민 상당수의 생계가 끊기고 있다는 것은 매우 불길한 타이밍이다. 5월 중순이 되면 이미 두 달 넘게 엄청난 영업손실을 입은 기업들은 대부분 장기 휴무 중인 직원 전원에게 이둘피트리 상여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예산이 배정되어 있겠지만 관련 처리가 매끄럽지 못할 게 뻔한 그 시기 전후로 일정한 사회불안이 있으리란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지난 4월 15일 대통령 집무실은 경창철 치안첩보국(Baintelkam)과 화상회의를 통해 폭동예방을 비롯한 치안문제를 협의했는데 실제로 그 며칠 전인 4월 11일 ‘부자를 죽여라’는 구호를 담벼락에 그리며 약탈과 소요를 선동한 10대 5명이 수도권 위성도시인 땅그랑에서 검거된 사건도 있었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경제도 코로나 사태를 맞아 내리막길에 서 있다. 세계은행 총재를 역임한 스리 물야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은 올해 경제성장율을 최대 2.3%로 조정하고 최악의 경우 GDP가 0.3% 수축할 수도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경제는 1998년 수하르토 대통령을 하야시킨 태국발 외환위기 때처럼 거품이 잔뜩 낀 것은 아니지만 그때만큼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한때 현지 화폐가치가 급락하는 등 여러 신호들을 보이면서 5월 하순 이둘피트리를 전후해 폭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절체절명의 방역과 그 와중에서도 임기 내 이루어야 할 원대한 계획들을 위해 끝내 끈을 놓지 못하는 조속한 경기부양의 희망 사이에서 사뭇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는 머지않아 어느 쪽으로든 야무진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고 2만5천여 명의 우리 동포사회는 온 몸으로 그 결단을 감수해야만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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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issajo님의 댓글

melissajo 작성일

간만에 제대로 된 기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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