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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인도네시아 정치뉴스 읽기 - 지지율 급락으로 갈 곳 잃은 간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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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710회 작성일 2023-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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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정치뉴스 읽기 - 지지율 급락으로 갈 곳 잃은 간자르

배동선 작가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굵직굵직한 사회면 사건사고들로는 중부자바 반자르느가라의 한 재물주술 두꾼이 맡긴 돈을 찾으러 온 피해자들을 무려 12명이나 독살하여 암매장한 사건, 람뿡에서 테러용의자들을 검거하던 과정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테러범들 중 두 명이 현장에서 사살당한 일 등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사회가 전체 인구 80% 이상이 무슬림인 사실상 이슬람국가의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사실은 이슬람의 수면 밑에 거대한 무속 시장이 펼쳐져 있다는 것과, 발리에서 벌어진 두 차례 참혹한 폭탄테러 이후에도 아직 많은 테러범들이 구석구석에 준동하고 있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물론 곧 시작될 르바란/이둘 피트리와 이미 시작된 민족의 대이동무딕(Mudik)’도 지면의 상당부분을 뒤덮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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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2024 대선 유력 주자들. 왼쪽부터 간자르 쁘라노워 중부자바 주지사,
 쁘라보워 수비안또 그린드라당 총재, 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

한편 정치권에서도 많은 뉴스들이 있습니다. 이 원고의 성격은 신문과 방송 인니 정치뉴스들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읽기 위한 진입장벽 통과용 기본상식 2편 되겠습니다.

현재 지면에 실리는 인도네시아 정치뉴스들은 대부분 2024년 선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2024 2월에 대선과 총선이 함께 치러지고 그해 11월에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지방선거는 2년 가량 연기되어 각 지자체장들 임기가 이미 끝났거나 올해 9월에 끝나기 때문에 길면 2년 이상 현 정부가 지명하는 직무대행들이 지자체들을 운영하게 됩니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는 이들이 실제로 취임하기까지는 보통 6개월 전후의 인수위원회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2024 2월 새 대통령이 선출되어도 취임은 10월 경이므로 11월의 지방선거는 현 정권에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치러질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그것은 2월의 총선과 대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출된 이들이 아니라 정권에서 지명한 이들이 전국 지자체를 관리하는 환경이 선거에서 현 정부와 여당에 유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24
대선 판도는 지난 수 개월간 당선가능성 부문에서 선두를 질주하던 간자르 쁘라노워가 급격한 지지율 추락을 겪으면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원래 5월말-6월초 사이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U-20 FIFA 월드컵에 이스라엘팀 참가를 반대했다가 결국 판이 깨져 FIFA가 유치권을 박탈해버린 것 때문입니다.

물론 팔레스타인이 인도네시아의 형제라고 팔레스타인을 강점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경기 참가 보이콧을 외친 사람은 간자르 뿐이 아닙니다. 월드컵 조 추첨 자체를 무산시킨 이 와얀 꼬스타르(I Wayan Kostar) 발리 주지사, 그리고 간자르와 와얀이 속한 투쟁민주당(PDI-P) 외에도 같은 목소리를 낸 정치인들이나 사회 주요인사들, 시민들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물론 그들은 유치권을 뺏기는 사태까지 벌어지리라고 생각하진 못했을 것 같습니다. 단지, 이스라엘팀이 참가한 U-20 경기가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더라도 자신들은 정치적, 종교적 신념을 지켜 반대할 것을 반대하며 할 말을 했다는 이미지를 심으려 했던 거겠죠.

하지만 U-20 FIFA 월드컵 유치권이 박탈되자 이에 실망한 국민들의 비난이 간자르에게 몰리고 있습니다. 그가 대선 레이스 선두주자이기 떄문입니다. 각종 여론조사들이 발표되고 있는데 경쟁자인 쁘라보워 수비안토 그린드라당 총재와 엎치락뒤치락하던 간자르의 지지율은 7~10% 정도 빠지면서 선두권 최하위로 밀려난 상황입니다. 간자르가 해당 유치권 박탈 사태의 독박을 쓴 것이죠.

그런데 이건 좀 이상합니다. U-20 대회는 국가적 행사인 셈이고, 그래서 최근 있었던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 협회장 선거에서 현직 장관 두 명, 즉 에릭 토히르 국영기업부 장관과 자이누딘 청년스포츠부 장관이 각각 협회장과 부협회장으로 선출되었죠. 심지어 자이누딘 장관은 협회업무에 집중하겠다며 장관직 사퇴까지 했습니다. , U-20 유치권을 유지하고 대회를 진행하는 것은 정부와 축구협회의 책임이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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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축구협회 회장단으로 선출된 에릭 토히르 국영기업부 장관(왼쪽)과 
자이누딘 아말리 청년스포츠부 장관

그런데 유치권이 박탈되자 모든 책임을 간자르에게 묻고 있습니다. 심지어 도하까지 날아가 FIFA 회장을 만나 유치권을 유지하려 하다가 실패하고 만 에릭 토히르 장관에게는 충분한 노력을 했다며 면죄부를 주는 기사들이 발견됩니다.

간자르가 이스라엘팀 참가를 반대했다가 직면한 상황은 예전 이낙연이 박근혜 사면을 주장하다가 민주당 지지자들의 지지를 잃고 추락한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정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조코위 대통령이 그 책임을 간자르 개인에게 몰아가는 것을 방치 또는 방조하는 것은 보다 깊은 정치적 심계가 있다고 보입니다.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여기지 않는다는 방증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간자르가 그 모든 비난을 홀로 감수하는 희생정신을 발휘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의 당과 정부에 대한 충성심, 그리고 대권을 향한 열망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간자르에 대한 공세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도 진행됩니다. 그건 U-20 유치권 박탈되자마자 그린드라당 엘리트이자 2019 대선에서 쁘라보워의 러닝메이트였던 전 자카르타 주지사 산디아가 우노가 갑자기 쁘라보워의 재가를 받아 그린드라를 탈당하고 여권 내 유일한 이슬람 정당, 그것도 가장 세가 약한 축에 속하는 통합개발당(PPP)으로 이적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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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디아가와 쁘라보워

PPP
는 몇 차례 간자르 추대 의사를 표했던 여권 내 약한 고리이고 작년에 현 국가계획기획부(Bappenas) 장관인 수하르소 모노아르파 당대표를 밀어내고 마르디오노 직무대행 체제가 진행 중인 곳입니다. 메가와티 수카르노뿌트리 대통령 시절 4대 당대표인 함자 하즈(Hamzah Haz)가 부통령을 지내며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이후 6대 당대표 무하마드 로마후르무지(Muhammad Romahurmuziy)가 부정부패혐의로 2019 3월 현직 당대표 신분으로 체포되면서 그해 5월 총선에서 PPP는 겨우 19석을 얻으며 쪼그라들고 말았습니다.

현재 형을 마치고 당직에 복귀한 로마후르무지가 자기를 잡아넣은 조코위 정권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리 없습니다. 그러니 조코위 대통령이 최근 썩 탐탁지 않게 여기게 된, 그리고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쁘라보워가 경원하는 간자르를 영입하겠다는 얘기가 PPP에서 나오는 거죠.

그런 상황의 PPP에 쁘라보워에게 충성을 다하는 산디아가 우노를 보낸다는 것은 유력한 부통령 후보를 던져 주면서 혹시라도 간자르가 메가와티의 대선후보 지명을 받지 못해 투쟁민주당을 탈당할 경우 PPP로 가는 선택지를 막아버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PPP에 산디아가가 있다면 좀 부담스러운 간자르를 받을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물론 여권 정당들 중엔 그린드라와 PPP외에도 국민각성당(PKB), 국민수권당(PAN)은 물론 통합인도네시아연대 정당연합(KIB)의 수장인 골카르당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린드라와 손잡아 대인도네시아 각성연대 정당연합(KIR)을 구축한 PKB는 무하이민 이스칸다르 당대표가 부통령 지명을 받고 싶어 안달이고 골카르당의 아이를랑가 하르타르토 당대표(현 경제조정장관) 역시 자신의 부통령 후보 자리를 굳히려고 KIB KIR가 연합해 만드는 거대 정당연합에 투쟁민주당의 제휴를 거절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PAN도 최근 쁘라보워를 만나 그를 지지하기로 방향을 정한 듯하고요. 결국 PPP만 틀어막으면 여권 어느 정당에도 간자르가 갈 곳은 없습니다.

쁘라보워는 오히려 간자르가 속한 투쟁민주당이 거대 정당연합에 가입하는 것을 촉구하는 입장이지만 대통령 후보는 자신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결국 투쟁민주당이 간자르를 내놓든, 또는 메가와티의 장녀 뿌안 마하라니 국회의장을 내놓든 그 자리는 최대 부통령 후보 러닝메이트라는 겁니다.

바로 최근엔 쁘라보워가 뿌안을 만날 예정이라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투쟁민주당이 뿌안을 후보로 지명해 달라는 쁘라보워의 속내가 살짝 비치는 대목이죠.

, 그럼 간자르가 결국 투쟁민주당에서 지명을 받지 못하고 PPP를 비롯해 여권 정당 어디에서도 추대받지 못할 상황이 된다면 자기 지지율을 가지고 탈당해서 야권과 손잡게 될까요?

그건 간자르의 친정부 성향상 개연성이 적은 편이지만 설령 그럴 마음이 있다 하더라도 2024 대선의 야권을 형성하는 나스뎀당-민주당-복지정의당(PKS)에는 아니스 바스웨단 대통령 후보의 러닝 메이트로 아구스 하리무르티 유도요노(AHY) 민주당 당대표가 오랫동안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는 (아마도) 민주당 당원도 아닌 물도코 대통령비서실장이 작년에 수마트라 델리서르당(Deli Serdnag)에서 민주당 전당대회를 기습적으로 조직해 AHY도 없는 상태에서 당대표로 선출되었다가 재판에서 무효판결을 받았지만 최근 다시 헌재에 관련 청원을 넣어 민주당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것도 2024 대선과 무관할 리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PPP로 가는 산디아가가 야권 아니스와 러닝메이트를 이룰 수도 있다는 얘기를 누군가가 솔솔 불어넣고 있습니다. 아니스와 산디아가는 2017년 지방선거에서 자카르타 주-부지사 선거를 승리한 러닝메이트입니다. 그런 둘이 다시 2024 대선에서 짝이 된다는 얘기가 충분히 나올 수 있죠. 하지만 2017년엔 두 사람 모두 쁘라보워 그린드라당 총재의 지지를 받았고 이번엔 아니스가 쁘라보워의 적이 되어 있습니다. 예전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겁니다.

그러니 산디아가를 아니스에게 러닝메이트로 붙인다는 아이디어는 프로파간다에 불과할 것 같고 여권 연정에 남아 있고 싶은 PPP가 그런 무리수를 두어 힘없는 야당으로 전락하고 싶지도 않을 것입니다.

결국 산디아가의 PPP 이적과 아니스-산디아가 러닝메이트 설은 간자르가 투쟁민주당을 나와 야권 후보로 나서려 해도 이미 AHY, 산디아가 같은 인물들이 있어 비비고 들어갈 여지가 없도록 만들려는 포석이라 보입니다.

U-20
월드컵 이스라엘팀 참가 반대에 나섰던 간자르의 정치적 결정이 결과적으로 그를 불리하기 그지없는 상황으로 한껏 끌어내린 것 같습니다. 반전이 없다면 간자르가 2024 대선에 출마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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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리 부패척결위원회(KPK) 위원장


한편 부패척결위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피를리 바후리 KPK위원장과 엔다르 전 KPK 수사국장의 충돌은 이상의 상황과 조금 다른 방향인 것처럼 보입니다.

피를리는 작년 자카르타에서 열린 포뮬라 E 전기차 국제경기대회 관련해 당시 자카르타 주지사였던 아니스의 비리를 들춰내려 하고 수사국장 엔다르 경무관은 해당 수사방향에 반대했습니다. 그러자 경찰청장의 엔다르 파견 연장 결정에도 불구하고 피를리가 엔다르를 해임해 경찰에 복귀시키면서 KPK가 정치적으로 야권 대선주자인 아니스를 공격하려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얼핏 보기에 피를리 위원장은 여당 편이고 엔다르 경무관은 야당 편인 듯 보이는 상황이죠.

그런데 조코위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측은 대체로 피를리 KPK 위원장의 결정을 비난하는 모양새이고 그에 대한 징계위원회 성격으로 감독위원회가 피를리와 KPK 지도부를 소환해 조사하는 상황이 지난 주에 진행되었습니다.

물론 이건 어쩌면 현 정부가 야당을 탄압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렇게 공정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제스처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경찰 고위직 출신 피를리 위원장의 그간 행보가 전혀 다른 면에서 정권에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것인지도요.

아무튼 4월 둘째 주 인도네시아 정치권 상황은지지율 급락으로 갈 곳 잃은 간자르아니스 공격하려던 KPK 피를리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면초가정도의 키워드로 정리될 듯합니다.


*배동선 작가

- 2018년 ’  ’ 저자

- 2019년 소설 '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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