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란 가룻군에 '양칠성로' 명명식 5년 만에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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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룻군에 '양칠성로' 명명식 5년 만에 현실화
배동선
▲가룻군 뗀졸라야 영웅묘지의 양칠성 무덤을 방문한 히스토리카 인도네시아 역사협회
회원들
서부자바 가룻군(Kabupaten Garut)이 오는
11월 10일(금) 인도네시아 국경일인 영웅의 날(Hari Pahlawan)을 맞아
가룻군 내 27개 신작로에 로컬 영웅들의 이름을 딴 명명식을 거행한다고 11월 7일자 드띡닷컴에서 보도했다.
여기엔 꼬마루딘로(Jl. Komarudin)도 포함되는데 꼬마루딘은 가룻군에서 활동하던
인도네시아 공화국군 소속 유격대에 일본군과 함께 합류해 네덜란드군과 싸운 조선인 청년 중 한 명인 양칠성의 인도네시아 이름이다.
인도네시아 독립전쟁 종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찌마눅 강변에서 네덜란드군에게 총살당한 그의 시신은 가룻
소재 뗀졸라야 영웅묘지에 안장되어 있다.
인도네시아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국가영웅들을 매년 발표하고 있는데 수까르노 초대 대통령, 수디르만
장군, 디뽀네고로 왕자 등 현재 151명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국가영웅의 반열로 추대받지는 못했어도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영웅들이 각 지역에 많이 있고 그 중 일부는 지자체 차원에서 결정해 도로와 건물에 이름이 사용되고 있다. 반둥의 모하마드 또하(Moch Toha), 모하마드 람단(Moch, Ramdan) 같은 거리도 반둥 로컬 영웅들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한국의 현충일과 비슷한 개념인 11월 10일
국가 영웅의 날은 1945년 일본군 패망 직후 인도네시아 식민지를 되찾으려는 네덜란드를 대리해 먼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영국군 소속 인디아 사단 3만 명과 인도네시아 정규군, 민병대, 학생군 등을 포함한 16만
명이 수라바야에서 맞붙은 수라바야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져 가장 많은 인명이 스러져간 날을 기념한 것이다.
양칠성은 다른 조선인 청년들과 함께 빠수깐 빵으란 빠빡(Pasukan Pangeran Papak) 유격대에서
싸웠으며 유일하게 무덤이 남은 인물이다.
일본 강점기 시절 고국을 멀리 떠난 이역만리
타국에서 인도네시아인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 그에 대해 친일부역자라는 일각의 비난이 끊임없이 이어져 본국은 물론 교민사회에서도 제대로 연구되거나
부각되지 않았다. 누가 나서 적극적으로 기념하기엔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2018-2019년부터 인도네시아 독립전쟁 당시 조선인 청년들의 활약상을 조명해
온 인도네시아 역사협회 히스또리까 인도네시아(Historika Indonesia – 회장 압둘 바시드)의 부단한 노력 끝에 처음 가룻 양칠성로에 대한 아이디어가 처음 나온 지 5년
만에 그 일이 현실화되었다.
히스또리까 인도네시아는 저평가된 인도네시아
독립영웅들을 발굴하고 어렵게 사는 베테랑들과 그 가족들을 지원하는 단체로 역사학자, 교수, 교사, 기자, 역사를
전공하는 학생들을 회원으로 한 로컬 협회다.
드띡닷컴의 해당 기사에서 길게 작성된 신작로 도로명 목록을 차례차례 따라 내려가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는데 마지막 번호인 27번에 코마루딘(양칠성)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과 함께 그렇게 간신히 턱걸이하듯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오랜 기간 지속적인 노력을 해온 히스또리까 측 인사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일말의 부끄러운 마음도 지울 수 없다.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년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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