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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라덴살레 절도작전(Mencuri Raden Saleh)>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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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240회 작성일 2023-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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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덴살레 절도작전(Mencuri Raden Saleh)> 리뷰

 

배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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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덴살레 절도작전(Mencuri Raden Saleh)>는 미술품 모작의 대가인 대학생 피코(익발 라마단 분)와 그의 매니저 겸 해커 우쭙이 인도네시아 근현대사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로 유럽까지 이름을 떨친 라덴 살레(Raden Saleh)의 모작을 만들고 팀을 꾸려 원본과 바꿔치기 하는 과정을 담은 경쾌하고 스타일리쉬한 범죄 스릴러다. 대개 호러와 코미디, 드라마로 삼등분하는 현지 영화 장르 중 범죄 스릴러는 그리 흔치 않은 드라마 하위 장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22 8월에 개봉해 235만 명의 관객이 들어 그해 로컬영화 흥행순위 7위를 차지했는데 좋은 출연진과 사전 준비가 철저히 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카메라워크, 감독의 역량과 썩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가 잘 어우러진 결과다.

넷플릭스에는 2023 1월에 올라왔는데 한국어 자막이 달렸다. 제목은 원작에 충실하여 <라덴살레 훔치기>란 다소 어색한 제목으로 번역되었지만 여기서는 필자가 이미 오랫동안 사용해온 <라덴살레 절도작전>이란 제목을 그대로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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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로컬영화 흥행순위 


디포네고로의 체포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가 주인공들을 입체적이고도 개연성 있게 만들려고 나름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역력히 보인다.

미술대생이자 모작 전문가 피코는 멀리 반둥 감옥에 수감된 아버지를 매주 면회하는 효성 지극한 아들로 그가 모작을 만드는 것은 아버지를 부양하고 아버지가 재심을 받을 수 있도록 변호사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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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KKN di Desa Penari)>의 주인공 중 한 명이었던 아그니니 하끄(Aghniny Haque)가 분한 사라는 생계형 태권도 선수로 피코의 애인이다. 늘 피코 옆에 따라다니는 모작 공범이자 해커인 우쭙(앙가 유난다 분)과도 친하지만 늘 피코와 자신 사이에 끼어드는 우쭙을 눈엣가시로 여기며 앙숙처럼 지낸다.

아버지의 차량 정비소에서 함께 일하는 고파르와 뚝뚝 형제는 늘 서로를 위하고 걱정하는 단짝이다. 고파르는 특히 기계를 잘 다루는 기술자이고 뚝뚝은 뛰어난 레이서다. 두 사람은 정비소에 들어온 차량을 개조해 불법 도로 자동차 경주에 나서곤 한다. 하지만 승률은 그리 높지 않다.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인 펠라는 스릴을 즐기는 금수저 천재로 이들 팀에 제일 늦게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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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아리 이르함(뚝뚝 역), 아그니니 하끄(사라 역), 익발 라마단(피코 역), 앙가 유난다(우쭙 역), 레이첼 아만다(펠라 역), 우마이 샤합(고파르 역)


피코는 아버지가 재심을 받기 위해 변호사에게 줘야 한다는 20억 루피아를 만들기 위해 우쭙의 도움을 받아 라덴 살레의 유명한 그림디포네고로의 체포모작을 만든다. 그런데 모작을 넘기는 자리에 전 대통령 뻐르마디(Permadi)가 나타나 대통령궁에 있는 오리지널 작품과 바꿔치기 할 것을 요구하며 훨씬 더 큰 금액인 170억 루피아를 제시한다. 피코가 거절한다면 반둥 감옥의 아버지가 곤경에 처하거나 사고를 당할 것이라고도 협박한다.

뻐르마디 전 대통령은 완전히 악당으로 그려진다. 그는 아들이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하야할 수밖에 없었으나 마치 스스로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듯 국가의 재산을 빼돌려 한몫 단단히 챙기려 하는데 그게 수천억 루피아를 호가할 라덴 살레의 그림 원본을 빼돌리는 것이다.

피코와 우쭙, 그리고 모작 거래장에 함께 나갔던 사라는 비록 원치 않는 본격적인 범죄를 범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지만 170억 루피아를 함께 나눌 벅찬 꿈을 꾸며 범행을 계획하는데 그 과정에서 고파르와 뚝뚝을 끌어들이고 범행 계획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 대담하고 디테일에 강한 레이첼까지 끌어들인다.

이 정도의 인물설정과 스토리 전개라면 이 영화는 절대 재미없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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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덴 살레의 ‘디포네로고의 체포 


무리한 전개와 반전
여섯 명의 주인공들 외에도 부패한 전임 대통령과 그 아들, 대통령궁 큐레이터 디니 등은 매우 흥미로운 조연들이다. 하지만 드위 사소노 배우가 분한 피코의 아버지 부디만 수비악토는 흥미로움을 넘어 좀 과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꼭 범죄스릴러 장르가 아니더라도 악당과 싸우는 인도네시아 영화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를 전개하는데 문제는 그게 너무 뻔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해당 영화의 세계관 속 최강자인 메인 빌런을 쓰러뜨리기 위해 주인공들이 고군분투하지만 마침내 그 빌런을 쓰러뜨리고 나니 사실은 그 배후에 더욱 악한 흑막 빌런이 따로 있고 그 빌런이 바로 직전까지 가장 가깝다고 여기던 친지, 가장 선하고 무해하게 묘사되던 인물이란 식의 전개다.

이런 흔한 전개는 <사트리아 데와: 가똣까차>. <스리아시> 같은 로컬 수퍼히어로 영화에서도 반복되는데 이 <라덴살레 절도작전>도 예외가 아니다. 피코의 아버지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재심을 희망하는 모습으로 나오며 피코는 아버지의 결백을 증명할 기회를 만들고 그 비용을 대기 위해 모작범죄를 불사한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아들과 그 친구들을 절도범죄로 몰아넣고 심지어 실패해 좌절하도록 시나리오를 짜서 전 대통령에게 넘긴 건에 바로 피코의 아버지였고 그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연신 피코의 뒤통수를 친다.

 

하지만 도대체 왜 그러는지에 대해선 별다른 배경설명이 없다. 그가 흑막 속 빌런인 셈인데 도무지 어디서 그런 능력을 얻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은 시나리오의 허점이자 감독의 실수다. 아마 감독의 머리 속에는 잘 연결된 스토리가 들어 있지만 그걸 스크린에 다 꺼내 놓지 못한 채, 자기가 아니 관객들도 알 거라 생각해버린 건 아닐까?

첫 번째 절도시도에서 피코의 팀 6명 중 뚝뚝이 붙잡힌다. 라덴살레 작품을 대통령궁에서 전시장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그림을 차량 째로 바꿔치기 하려다가 여러 건의 교통사고를 냈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사라는 경찰관과 격투까지 벌였는데 그림이 도난당하지 않았으니 잘된 거라며 경찰이 뚝뚝을 그냥 풀어준 대목은 개연성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더 이상의 무리한 전개는 없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감독과 배우들
이 영화를 찍은 피시네마 픽쳐스(Visinema Pictures) CEO 앙가 드위마스 사송코 감독은 늘 저작권 침해범을 소송하고 법정에 출두하는 모습만 신문에서 봐, 영화는 제대로 찍는 사람인가 싶었는데 <우리 오늘 일을 나중에 이야기해(Nanti Kita Cerita Tentang Hari Ini)>(2020), <커피의 철학(Filosofi Kopi)>(2015) 같은 좋은 영화들을 찍었고 많은 영화에 제작자로 참여한 베테랑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피코 역의 익발 라마단(Iqbaal Ramadhan) 1999년생으로 2018-2020년의 3년간 <딜란(Dilan)> 3부작의 주연을 맡았고 <인간의 대지(Bumi Manusia)>(2019), <알리와 왕후들(Ali & Ratu Ratu Queens)>(2021) 등 호평을 받은 영화들에서 열연한 인니 최고 청춘스타 중 한 명이다.

그 상대역인 아그니니 하끄는 <라덴살레 절도작전>에서도 실감나는 액션연기를 보여주는데 그건 그녀가 실제로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선수생활을 마감한 것은 2016년에 당한 무릎 부상 때문이었다. 이후 그는 2018 <위로사블렝(Wiro Sableng: Pendekar Kapak Maut Naga Gene 212)>이라는 무술영화로 영화계에 데뷔한 후 2022년 한 해 동안 <라덴살레 절도작전>을 비롯해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 <사트리와 데와: 가똣까차>, <코린(Qorin)> 등 여러 히트작에 모두 주연급으로 출연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우쭙 역의 앙가 유난다(Angga Yunanda)> 2000년생으로 역시 핫한 청춘배우 중 한 명이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 <여고괴담> 리메이크인 <적막(Sunyi)>, 청소년 임신문제를 다룬 문제작 <두 개의 파란 선(Dua Garis Biru)>, 청소년 로맨스물 거장 파자르 부스토미 감독의 <마리포사(Mariposa)> 등에 주연으로 등장했다.

이외에도 많은 배우들이 열연했지만 이들 세 명의 청춘들이 가장 화려한 이력을 보이며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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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앙가 드위마스 사송코 감독, <위로 사블렝>의 아그니니 하끄, <딜란 1991>의 익발 라마단(오른쪽), <마리포사>의 앙가 유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카메라워크인 것 같다. 거의 모든 방식의 카메라워크가 동원되었는데 거의 대부분의 경우 카메라가 끝없이 움직이며 관객들의 시선을 끌고 가며 영화의 완성도에 크게 일조했다.

이 영화가 2022년 인도네시아 영화제(FFI 2022)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고서도 하나도 수상하지 못하고 그 대신 급조된관객이 뽑은 최애 여배우상’, ‘관객이 뽑은 최애 영화상을 수상한 것은 배우들의 인기를 반영한 것이다. 점잖은 심사위원들은 청춘영화라고 폄하했지만 관객들이 상을 챙겨준 경우다.

여담이지만 2022년 인도네시아 대표영화로 오스카에 출품된 <무시무시하게 맛있는(Ngeri-ngeri Sedap)>은 많은 노미네이트에도 불구, 무관에 그쳤다. 인도네시아 영화제 수상작 심사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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