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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인도네시아 도서시장의 한국도서 번역본 역사와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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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383회 작성일 2023-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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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도서시장의 한국도서 번역본 역사와 현황

배동선


인도네시아에서도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20쇄 이상,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는 10쇄 이상 인쇄되었고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도 많이 팔린 책 중 하나로 꼽힌다.

이상하게도 한국과 인도네시아 교민사회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사실 가장 많이 팔린 한국 도서는 오수향 작가의 『1등의 대화습관(Bicara Itu Ada Seninya)』이다. 그라메디아 서점에 가 보면 이 책만 따로 쌓아 놓은 코너가 종종 눈에 띄고 아울렛별 베스트셀러 진열장에도 거의 빠지지 않고 이 책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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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라빠가딩 몰 그라메디아 서점에 진열된 오수향 작가의 <1등의 대화습관> 양장판 


예전엔 주로 한국 여행이나 한국어에 관한 책들이 팔렸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한국 문학작품들이 인도네시아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는데 이는 최근 10~15년 사이 동남아를 강타한 한류에 힘입은 바 크고 BTS RM을 비롯한 K-pop 스타들의 추천도 추동력을 준 것이 사실이다.

각 출판사들의 한국도서 출판 경험
현재 한국 소설과 자기계발서 등 논픽션이 인도네시아 독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한국도서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00년대 후반의 일이다. 당시 그라메디아의 사내 출판그룹인 엘렉스 미디어 콤푸틴도(Elex Media Komputindo – 이하 엘렉스) 2009년부터 한국 교육만화 장르를 들여오기 시작한 것이 거의 처음이라 볼 수 있다.

엘렉스는 당시 『Why?』 시리즈를 들여오기 시작했는데 이후 워낙 장기간 서점에서 해당 시리즈를 접한 인도네시아인들 중엔 이 책이 한국 콘텐츠임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지금은 현지 서점에 깔린 교육만화의 태반이 한국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교육만화가 들어와 있다.

이런 교육만화류는 한 개 타이틀의 판매 누계가 쉽게 1~2만 권을 넘어가는데 『Why?』 시리즈는 250만 부 이상이 팔렸으므로 엘렉스도 이로 인해 큰 돈을 벌었고 저작권을 가진 한국의 예림당도 쏠쏠한 인세수입을 올렸을 것이다. 평균 책값 10만 루피아에 인세 10%, 해외 출판사에 대한 인세 지급에 대한 소득세 30% 등으로 단순화해서 계산해 보면 250만권에 대한 인세수입은 얼추 14억원 정도가 된다.

한국 『Why?』의 성공에 힘입어 엘렉스는 『텐텐 시리즈(Ten Ten Series), 『쿠키런(Cookie Run), Job?, 『오마이갓(Oh My God!), 『퀴즈 과학상식(Science Quiz)』 등의 다른 시리즈들도 들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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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메디아 매대에 진열된 『Why?』 시리즈 교육만화 


현재 엘렉스는 25개 이상의 한국 출판사들로부터 교육만화 콘텐츠를 들여와 번역본을 출판하고 있다.

한편 한국소설과 논픽션 작품들이 인도네시아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조금 뒤인데 2011 GPU를 통해 출간된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Ibu Tercinta』 또는 『Please Look After Mom』이란 제목으로 번역됨)가 거의 최초다. GPU(Gramedia Pustaka Utama) 역시 그라메디아 사내 출판그룹이다.

이후 GPU는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 (Anak Teladan),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Kim Ji-yeong, Lahir Tahun 1982), 정문정 작가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Tak Mungkin Membuat Semua Orang Senang)』 등 많은 작품들을 인도네시아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현재 GPU는 약 20개 한국 출판사들과 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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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메디아가 번역 출간한 한국 도서 (GPU) 


비교적 최근인 2011년 설립된 하루출판사(Penerbit Haru)도 인도네시아 도서 시장에 대한 한국 도서 보급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하루출판사는 2012년 『그래서 나는 안티팬과 결혼했다 (So, I Married the Antifan)』를 출판한 후 채 두 달이 안되어 2쇄를 찍는 등 현지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루출판사는 이제 다양한 도서를 출판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10대 청소년들을 주요 독자층으로 하는 한국도서 번역본 출판에 주력했고 이후 일본 도서 번역본들도 내놓기 시작했다.

하루출판사는 처음엔 로맨스 장르소설에 주력했는데 『나는 안티팬과 결혼했다』(김은정), 『아내를 구하는 4가지 방법 (4 Ways to Get a Wife)(현고운), 『노골적 연애담(Explicit Love Story)(이새인) 등의 책을 2012년에 출간했고 2015년엔 『혈액형에 대한 단순한 고찰 (Simple Thinking about Blood Type)(박동선) 등을 냈다. 하루출판사는 소설 외에 하이틴 로맨스 만화도 출판하려 했지만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하루출판사의 최근 가장 잘 팔린 책은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I Want to Die but I Want to Eat Tteokpokki)(2019), 하루출판사는 2013년 서울 국제도서전과 만화책전(코믹북페어)에 참관할 기회를 갖고 한국도서 트랜드를 익히며 더욱 많은 한국 콘텐츠들을 수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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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출판사가 출간한 한국도서 


한편 바짜(BACA)는 한강의 『채식주의자(Vegitarian)』를 2017년 출판했다. 빠짜 역시 그라메디아의 사내 출판그룹이지만 GPU, 엘렉스에 비해 좀 늦게 생겼다.

2016
년 맨부커상 수상작인 <채식주의자>가 인기를 끈 것은 인도네시아 유명 소설가 에카 꾸르니아완의 『호랑이 남자(Lelaki Harimau)』도 그해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가 결국 수상하지 못했는데 관련 기사를 본 독자들이 한강 작가의 작품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바짜가 『채식주의자』를 출판하게 된 것에 대해 담당 편집자는 큰 행운이었다고 말하며 이 책은 현지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Mata Malam), 편혜영의 『홀(The Hole), 단편집 『시체들(Potongan Tubuh)』 등 성인독자를 위한 한국문학도서들이 집중 출간되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무거운' 소설은 인도네시아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해 이후 방향을 바꿔 『달러구트 꿈 백화점 (Dallergut: Toko Penjual Mimpi)』 같은 힐링이 되는 재미있고 가벼운 라노벨(라이트노벨)들로 방향을 선회했다. 바짜는 현재 한국의 7개 출판사와 협력해 왔다.

현지 출판사들의 현황과 방침
최근엔 한국 도서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인도네시아 여러 출판사가 동시에 같은 도서를 원하는 경우가 있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입찰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일본에 비해 한국은 그 프로세스가 그렇게 빡빡하진 않다는 것이 인도네시아 출판사들의 중론이다.

한국도서를 출판하는 다른 모든 현지 출판사들이 마찬가지지만 GPU의 편집자 줄리아나 탄은 한국어를 인도네시아어로 유창하고 유려하게 번역할 수 있는 좋은 번역가들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인도네시아엔 한국어 전공학과가 있는 대학들도 있고 한국어를 독학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중 한국어가 유창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고 그 중에서도 번역된 내용을 유려한 필치의 인도네시아 문장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낼 작가적 소양을 가진 번역가들이 더욱 적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어 번역사들은 출판사들에게 있어 가장 제한적 자원이긴 하지만 워낙 낮은 번역료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다행히도 최근 인도네시아 출판사들은 한국 정부의 지원 덕분에 비용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게 된 덕에 한국 출판사들과 보다 용이한 협력이 가능하게 되었다. 한국 정부는 해외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한국도서 출판지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도서를 많이 출판하고 있는 그라메디아(GPU ), 하루출판사, 바짜 등도 해당 혜택을 받았는데 바짜 편집자 디아나 쁘라나사리(Diana Pranasari)는 가장 최근에도 정명섭 작가의 『기억 서점(Memory Bookstore)』을 번역 출간하면서 해당 지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 한국 도서가 많이 진출하는 이유로 각 출판사 편집자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다.

1.
한국 도서의 주제가 인도네시아인들에게 가깝고 친숙하게 느껴지는 문화적 친밀함
2.
하지만 솔직히 보다 큰 요인은 인도네시아에서 최근 수년간 강하게 불고 있는 한류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책 자체가 가진 힘과 주제.

특히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들의 주제가 인도네시아 상황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한국 책은 사회적 문제, 특히 인도네시아 작가들이 좀처럼 다루지 않은 세대적 트라우마를 자주 다루고 있다는 것이 편집자들의 일반적인 평이다. 또한 주제 역시 현지 서적에 비해 훨씬 다양하다.

이들 출판사들은 출판 도서의 높은 품질을 담보하기 위해 출판물 숫자를 통제하는 편인데 특히 하루출판사와 바짜는 연간 8~10개 타이틀을 번역 출판하는 반면 GPU 7개 타이틀 전후를 유지한다.

한편 엘렉스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고 말한다. 팬데믹 전에는 한달에 6~8권의 새 교육만화를 발간하고 5권 이상을 재인쇄했는데 그게 팬데믹 이후엔 새 교육만화는 3~6, 재인쇄는 4권 정도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도서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진출상황과 그 추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한국도서 번역출판본들의 전수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라 보인다. 세 달쯤 서점들과 도서전을 돌며 자료들을 모으고 다녔는데 이렇게 해서는 끝이 없으니 다음 달엔 일단 수집된 자료들을 가지고 우선 첫 보고서를 내고 이후 관련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
이 원고는 주로 코리아넷 명예기자 엘피다 루비스(Elfida Lubis) 2023 6 16일자 ‘Lika-Liku Literatur Korea di Indoensia(인도네시아 속 한국문학 역사) 기사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힌다.)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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