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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디지털 시대의 인도네시아 도서출판산업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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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995회 작성일 2023-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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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인도네시아 도서출판산업 현주소

배동선


인도네시아 도서출판산업이 최근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를 수치로 증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관련 자료들의 업데이트가 절망적으로 느리기 때문이다.

2023
년 현재 가용한 인도네시아출판협회(IKAPI) 자료는 2020년 것이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는 5,200개 남짓한 출판사들이 있고 이중 상업출판을 하는 곳은 3,280개로 나타난다. 이는 그라메디아나 미잔그룹 같은 대형 출판사들은 물론 직원 1-2명을 가진 영세 출판사까지 모두 망라한 수치다.

한편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기간의 3년 동안 출판된 도서 타이틀 숫자는 상당한 비율로 꾸준히 증가했다. 2018년엔 2017년 대비 25.8% 늘어난 16,162개 타이틀, 2019년에는 21.2% 성장한 16,749개 타이틀이 출판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가이자 밤부 커뮤니티의 창립자이기도 한 JJ 리잘(JJ Rizal)은 인도네시아 도서출판산업이란 모든 출판사들이 특별한 체계 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각자도생 시스템이며 명확한 도서유통 시스템도 확립되어 있지 않아 인도네시아 구석구석의 독자들이 책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국가 차원에서 제대로 된 도서출판산업 에코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적이 없기 때문에 도서출판산업의 업스트림에서 다운스트림까지 다양한 고질적 문제가 남아 있다.

도서용 종이
인도네시아에는 광대한 삼림이 존재하고 거기서 나는 펄프가 종이의 원료가 되는데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직 책에 사용되는 양질의 종이를 만들지 못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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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종이는 HVS(Houtvrij Schrijfpapier) 종이, 즉 펄프로 만든 종이이며 리그닌(섬유접착제)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HVS 용지는 빛을 반사하고 평량(grammage)이 커서 무겁다는 문제로 도서용지로는 부적합하다.

따라서 실제로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유통되는 도서들을 보면 갱지보더 조금 나은 수준의 종이가 사용된 경우가 많아 한국산 도서들과의 현격한 품질 차이를 보인다.

도서 유통
출판사들은 도서 유통과정에서도 어려움에 봉착한다. 그들이 책을 유통시키기 위해 찾는 곳은 아무래도 여러 도시에 입점해 있는 그라메디아 같은 대형서점들이다.

하지만 유통비용이 책값의 50~58%를 차지하므로 출판사들에겐 적잖은 부담이 된다. 일반적으로 출판비용은 책값의 40% 전후, 작가에게 지급할 인세는 7.5~10% 정도이므로 이미 총합이 100%를 훌쩍 넘어간다. 책을 팔아 출판사에게 오히려 손해가 난다는 뜻이다.

수퍼 갑인 대형서점의 유통마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쨌든 무리해서 손해를 줄이려면 결국 출판제작비를 줄이거나 인세를 낮춰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 쉽다.

게다가 대부분의 서점들은 도서를 매입하여 판매하는 게 아니라 위탁판매 방식으로 판매된 책에 대한 대금만 지급한다. 결국 출판사로서는 출판 초창기 비용 대부분을 우선 지출한 후 해당 비용을 회수하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그래서 출판사들은 오프라인 대형서점 대신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마켓플레이스가 요구하는 유통비용은 책값의 8~10% 수준이며 독자들도 보다 쉽게 마켓플레이스에 접근해 책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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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대표적 마켓플레이스 


하지만 토코페디아나 라자다, 부까라팍 같이 직접 책을 출판하지 않는 마켓플레이스는 사실상 도서산업의 제3자로 불법복제도서의 판매를 딱히 제지하지 않는 편이다. 그 결과, 이들 마켓플레이스에는 불법복제도서들을 정가 이하로 판매하는 상점들이 넘쳐나고 있는데 해당 도서를 제작, 출간한 출판사들에게 매우 억울하고 불리한 환경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정품이 40만 루피아인 책을 9만 루피아 쯤에 판매할 경우 정품과 불법복제도서를 구분하지 못하는 구매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싼 책을 살 것이고 출판사로서는 복제범들과 가격 경쟁을 할 수 없다. 바로 이 부분에 강력한 정부 정책 또는 단속과 계도가 필요하다.

격오지 도서 유통
한편 도서출판산업은 대부분 자바섬에 집중되어 있어 그 이외의 지역, 특히 낙후된 동인도네시아 지역(술라웨시-발리 축선을 기점으로 한 동쪽 지역)은 책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지고 배송비용이 비싸 자바에 비해 15~20% 정도 비싼 가격이 책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평균소득이 자바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동인도네시아 지역 주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서점과 도서를 찾아 자바보다 더 비싼 가격에 해당 도서를 구매하는 것은 사실상 불합리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 역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배송문제,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 중 하나는 도서 디지털화, 즉 전자책(e-book)을 도입하는 것인데 지작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인도네시아에서 전자책에 대한 무분별한 복제와 불법 배포가 이루어지고 있어 출판사 입장에서는 전자책의 편리성과 효능을 잘 알지만 기업이익 보호차원에서 종이책 출판을 선호하는 편이며 따라서 아직 전자책 판매 비중은 전체 도서 판매량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출처=https://hypeabis.id/read/23577/begini-potret-industri-buku-indonesia-pada-era-disrupsi-digital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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