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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무용수마을의 바다라우히(Badarawuhi di Desa Penari)>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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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848회 작성일 2024-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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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마을의 바다라우히(Badarawuhi di Desa Penari)> 후기


배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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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인도네시아 첫 천만관객 영화가 된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KKN di Desa Penari)>의 속편 <무용수마을의 바다라우히(Badarawuhi di Desa Penari)>가 개봉된 것은 이둘피트리 연휴가 막 시작된 직후인 4 11일의 일이다. 영문으로는 <Dancing Village: The Curse Begins(무용수마을: 저주의 시작)>라는 제목이 붙었다.

내가 이 영화를 본 것은 5 3(). 이미 360만 명 넘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았을 때인데 스크린에서 내려간 곳이 많아 끌라빠가딩 경계선에 있는 벨라테라(Bella Terra)몰의 CGV 극장을 찾았다. 평일이었는데 의외로 20명 정도의 관객이 들었다. 평일 낮 시간에 그 정도라면 최소한 5월말까지는 계속 갈 것 같고 관객도 400만은 넘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상영관이 CGV 벨라테라라는 것이 변수다. 고급몰에 입점한 상영관들은 CGV Cinema XXI 가리지 않고 평일 4~6만 루피아( 3,300~5,000), 휴일 6~8만 루피아( 5,000~6,600) 정도다. 조금 허름한 곳도 최소 평일 3만 루피아인데 벨라테라는 평일 2만 루피아( 1,700), 금요일 25,000( 2,000), 휴일 3만 루피아( 2,500)로 티켓가격이 가장 낮은 곳에 속해 구매력이 작은 인근 서민층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래서 지갑이 가벼운 중고생들 데이트 코스이기도 하다.

물론 명색이 벨라테라이면서도 CGV 티켓 가격이 그렇게 싼 이유는 개발 당시의 계획과 달리 인근 상권이 전혀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점들도 듬성듬성 입점해 점심시간에만 조금 붐비고 저녁 때엔 유령건물이 되어 버린다. 언젠가 이곳에 차차를 픽업하러 간 적이 있는데 어둑어둑한 저녁 6시반 경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좀비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몰 안에 차차가 혼자 덜덜 떨고 있어 깜짝 놀랐다. 함께 영화를 본 후 그렇게 차차를 놔두고 먼저 집에 간 애인 녀석을 한참 욕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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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테라몰과 6층의 CGV 상영관 


그렇다고 CGV 상영관이 다른 곳에 비해 시설이 딱히 못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CGV 스튜디오 중 가장 가격이 비싼 골드클래스 스튜디오도 설치되어 있다. 단지 몰 자체의 유동인구가 적고 CGV가 입점한 6층엔 다른 입주업체가 없어 황량하고 스산한 기분이 들 뿐이다.

시놉시스
이야기가 한참 옆으로 갔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자.

이 영화는 전편의 프리퀄이다.
전편의 시간적 배경은 2009년인데 속편은 1980년을 배경이므로 전편보다 약 30년 전인 셈이다. 깊은 숲 속에 자리잡은 마을은 옛날부터 잔혹한 악마에게 지배당하고 있었다.


그 마을이 왜 문명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숲 속에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이 없다. 어둠에서 태어난 악마들은 인간마을의 경계선 너머 따빡 낄라스(Tapak Kilas)라는 곳에 살며 밤이 깊으면 경계를 넘어와 가축들을 헤치고 농작물을 망치는 저주를 드리운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매년 처녀 한 명을 그곳 마물들의 여왕, 뱀의 진(jin) 바다라우히에게 바친다.

제물을 바치는 방법은 우선 마을의 어린 처녀들 중 제물이 될 후보를 선별한다. 선별 방법은 처녀들에게 쓰디쓴 커피를 마시게 하고 그 반응을 보는 것이다. 그런 후 선별된 처녀들을 따빡 낄라스 깊은 곳에 만들어진 공연장에 데려가 춤을 추게 한다


빙의된 처녀들은 귀신들로 둘러 쌓여 춤을 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하나 둘 지쳐 쓰러져 현실 세계로 돌아오지만 그 과정에서 제물로 바쳐질 마지막 한 명이 결정된다. 바다라우히가 그녀의 혼을 거둬가면 그녀의 몸은 현실세계에서 죽음을 맞는다. 그래서 그렇게 죽은 수많은 처녀들의 묘비가 검은 천으로 가리워져 마을 묘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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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들 세계를 지배하는 바다라우히 


1955
년 바다라우히에게 선택된 한 처녀가 어머니와 쌍둥이 동생의 희생을 딛고 바다라우히 힘의 일부를 담은 팔찌 한쪽을 챙겨 마을을 벗어난다. 힘을 잃은 악마는 더 이상 마을을 공격하거나 제물을 요구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처녀가 바로 1980년 밀라의 어머니.

하지만 밀라의 어머니를 포함해 1955년 당시 바다라우히 앞에서 춤을 췄던 여인들은 저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독한 욕창에 걸려 고통받고 밀라는 어머니가 보관하고 있던 바다라우히의 팔찌를 원래의 장소에 돌려줘야 한다는 두꾼의 말을 믿고 사촌 오빠 유다와 그의 친구 아르야, 그리고 현지에서 만난 길잡이 청년 지토와 함께 동부자바 끄트머리의 어머니 고향까지 찾아 들어간다.

어딘가 음산한 분위기의 마을에서 밀라는 우여곡절 끝에 라띠(Ratih)라는 마을 처녀의 도움으로 따빡 낄라스에 들어가 바다라우히에게 팔찌를 돌려주는데 그때부터 25년간 멈췄던 악마의 저주가 마을에 몰아 닥친다.

여기서 말하는 바다라우히의 팔찌는 1편에도 등장하는데 진에게 홀린 친구를 통해 이 팔찌를 손에 넣은 위디야가 빙의되는 장면이 나오고 마지막 장면에 결국 따빡 낄라스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유(아그니니 하끄 분)가 숨이 다하도록 춤을 추는 장면에서도 그녀의 팔에 이 팔찌가 끼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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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마지막 장면, 따빡 낄라스에서 죽도록 춤을 춰야 하는 아유 


총평
4
11일에 개봉된 또 다른 호러영화로 <무덤 속의 고통(Siksa Kubur)>도 있었다. <무용수마을의 바라다우히>가 직전 천만관객 영화의 속편으로 초유의 관심을 끌었다면 <무덤 속의 고통>은 그간 <사탄의 숭배자(Pengabdi Setan)> 시리즈 1, 2편을 크게 히트시키고 <지옥의 여인(Perempuan Tanah Jahanam)> 2022년 아카데미 영화제에 출품해 흔히호러 영화 거장이라 불리는 조코 안와르(Joko Anwar) 감독의 작품이란 점에서 강력한 경쟁작으로 꼽혔다. <~바다라우히>에 앞서 <무덤 속의 고통>을 개봉 일주일쯤 후에 먼저 보았다.

두 영화는 똑같이 가파른 관객 증가율을 보였고 4월말 들어 두 영화가 동시에 증가세가 크게 꺾이는 등 시종 거의 비슷한 관객양상을 보였는데 처음엔 <바다라우히~> 1-2십만 명 정도 앞서가다가 3주차쯤에 골드크로스가 일어나며 순위가 뒤집혔다. 현재 대부분의 극장들이 아직 <무덤 속의 고통>을 상영하고 있지만 <바다라우히~>는 상영 종료한 곳이 많아 현재의 순위는 앞으로도 뒤집힐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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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5 4일 집계된 로컬영화 흥행 상위 15편 순위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23 4 <세우디노(Sewu Dino)>라는 영화가 마치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 속편인 척하며 개봉해 2023년 로컬영화 흥행수위를 차지한 바 있다. 사실 <세우디노>의 예고편 그 어디에도 대놓고 <~대학생봉사활동>의 속편이라 명시하진 않았지만 2022년 연말에 나온 <~대학생봉사활동> 감독 확장판 말미에 <세우디노>의 초반 10분 정도를 쿠키영상으로 담아 당시 개봉이 임박한 것처럼 알려졌던 속편이 바로 <세우디노>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이 영화를 본 490만 명 중 상당수는 그 쿠키 영상에 낚인 사람들이다. 비록 같은 작가가 쓴 원작의 영화화 작품이지만 <~대학생봉사활동>과 연결되는 내용이 아니란 걸 애당초 알았다면 그만한 관객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MD 픽쳐스의 상술이 돋보이는 장면.

<
무용수마을의 바다라우히> 역시 초반 흥행을 견인한 동력은 공전의 히트를 친 전편의 속편이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덤 속의 고통>에게 따라 잡혀 마침내 역전되어 버린 것은 그만큼 이 영화가 많은 약점을 드러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덤 속의 고통>은 따로 후기를 쓰겠지만 이 영화의 강점은 인도네시아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무슬림들의 종교적 사후세계관을 정면으로 건드렸다는 부분이 주효했고, 반면 <무용수마을의 바다라우히>의 강점이자 동시에 약점은 이슬람을 완전히 배제하고자바 토착 무속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전편 천만관객 영화의 가짜 속편 <세우디노>에도 미치지 못할 듯한 이유로, 1편에서 보여준 신비로움이 반감되었다는 부분이 가장 뼈아프다.

전편의 성공은 사람의 욕망이 넘어서는 안될 도덕적 경계선 또는 인간계와 마물들의 세계 사이에 그어진 물리적 경계선을 넘게 만들면서 그 필연적 대가로서 마주치게 되는, 인간의 생존방식과는 호환이나 공존이 불가능한 어떤 재앙적 존재와의 조우,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하지만 결국 빠져나오지 못한 이에게 닥치는 운명적 파멸…… 이런 것들을 잘 담아냈기 때문이다. 충분히 설명하거나 묘사하지 않은 어떤 것, 그래서 그 의도적 모호함이 자연스럽게 이끌어낸 관객 개개인의 상상력과 상념이 영화의 인상을 깊이 각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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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에도 재앙의 근원바다라우히라는 이름이 언급되지만 이 악마는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여전히 모호하고 신비로운 존재로서 영화의 배경을 완성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2편에서는 직접 소리치고 실망하고 분개하고 분노하며 획책하고 실행하여 복수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그 지점에서 1편에서 끝내 유지하고 있던 신비로움이 사라져버렸다.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미지의 존재가 그냥나쁜 놈이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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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지의 신비로운 존재였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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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나쁜 놈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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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un)>의 발락, <교황의 퇴마사(The Pope’s Exorcist)>의 아모스데우스 처럼 서양영화나 일본 만화들이 칠죄종 악마나 지옥의 72권좌 이름을 자주 들먹이며 그런 대단한 악마와 싸우는 퇴마사들을 보여주는 영화들 중 크게 성공한 것들이 거의 없었는데(물론루시퍼마몬이 나온 <콘스탄틴>은 대성공^^) 이 영화에서도바다라우히라는 악마의 이름을 영화제목에 박아 넣은 지점에서 전편의 신비로움이 이미 퇴색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호하기 그지없던 두꾼 바 부윳(Mbah Buyut)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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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꾼(무당) 바 부윳을 연기한 디딩 보넹 


오랜 외출 끝에 영화 후반부에 마을로 돌아오는 바 부윳은 마을에서 마물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그렇다고 악마들을 상대로 쉽게 승리할 정도는 아니다. 그게 그 세계의 법칙이다. 게다가 그는 큰 개로 변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고 영화 속 등장인물이 얘기한다. 실제로 그런 장면이 1편에 나온 바 있다.

그를 그런 신비로운 존재로 설정한 것이 1편의 성공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번 속편에서는 1955년 그의 젊은 시절 모습을 잠시 보여준다. 물론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 하지만 그러한 연출로 인해 그가 더 이상 신비로운 존재가 아니라 그냥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 다른 무당들과 별다를 바 없는 두꾼이란 사실을 까발린 셈이 되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바 부윳이란 캐릭터의 매력이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1955년의 그는 아무리 잘 봐도 20, 그런데 25년 후인 1980년의 그는 40대 후반쯤이어야 하지만 완전 호호 할아버지가 되어 있다. 일단 시기적으로 그로부터 30년 후인 2009년의 노인 모습은 납득이 되지만 1980년의 모습은 확실히 지나치다. 그나마 젊어 보이려 머리를 검게 염색했지만 1980년의 그는 2009년보다 늙어 보인다. 1편을 찍은 것이 2019년의 일이나 5년 후인 2024년 촬영 당시 더 늙은 것은 물리적으로 당연한 일이지만 영화적으로는 옥의 티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보다 그의 신비로움이 사라진 것이 더 큰 문제다. 만약 내가 시나리오 작가였다면 1955년의 그 역시 노인으로 그렸을 것이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어 마치 영원히 사는 신선 같은 존재라는 인상을 주면서. 그도 그럴 것이 바 부윳의 바(Mbah)는 도사, 두꾼의 경칭으로 붙여주는 것이고 부윳(Buyut)은 증조 할아버지, 즉 매우 나이 많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1편의 그는 그 호칭 그대로 나이를 종잡을 수 없는, 그래서 어쩌면 100살도 넘게 산 사람? 또는 사람의 모습을 한 호의적인 진/마물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그런데 2편에서는 1편에서의 인상을 완전히 파괴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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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과 2편 둘 다 얼굴을 보인 출연자는 이제까지 언급한 바라다우히 역의 아울리아 사라(Aulia Sarah), 바 부윳 역의 디딩 보넹 뿐인데 1편의 가장 신비로운 존재들을 2편에 투입해 1편의 흥행을 이어가려 던 것이 오히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장점들을 파괴해 결국 패착으로 이어졌다.

2
군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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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마을의 바다라우히> 출연진들 


그들 두 사람을 제외하면 1편과 겹치는 출연진은 아무도 없다. 영화적으로 30년 시간차를 둔 프리퀄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면 최소한 베테랑들을 써야 했는데 왠지 그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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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에는 <라덴살레 절도작전>, <꼬린> 등에서 열연한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아그니니 하끄, <시가렛걸>, <조금 달라(Agak Laen)> 등에서 작은 조연도 불사한 티사 비아니, 조코 안와르 영화의 감초 조연 끼끼 나렌드라 등 필모그래피 빵빵하고 연기력도 만땅인 배우들이 열연해 영화의 신뢰도를 높였다.

그런데 이번 영화의 주연 밀라 역을 맡은 1995년생 모델 출신 마우디 에프로시나(Maudy Effrosina) 2018년 데뷔해 <엽기적인 그녀>의 리메이크 <My Sassy Gilr>(2022), 퇴마영화 <코드랏(Qodrat)>, 수퍼히어로 영화 <피르고와 스파클링스(Virgo & Sparklings)> 등에 조연으로 출연하다가 일곱 편 째인 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경험이 일천해 연기력도 떨어지는 어린 여배우를 굳이 천만 영화 후속편의 주연으로 발탁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가장 중요한 조연으로 밀라와 함께 바다라우히 앞에서 마지막까지 춤을 추는 라띠 역의 클라레스타 따우판(Claresta Taufan)은 심지어 이번이 두 번째 영화 출연이다. 데뷔 영화가 <죽음의 롱겡춤(Ronggeng Kematian)>이란 작품이어서 작품 내용에서는 이번 영화와 어느 정도 통하기도 하고 연기가 아주 나쁜 것도 아니었지만 역시 전편의 배우들만큼 흡입력 있는 연기를 보여주진 못했다. 물론 그건 배우보다 연출의 문제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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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라우히 역의 아울리아 사라(맨앞), 라띠 역의 클레스타 따우판(왼쪽), 밀라 역의 마우디 에프로시나(오른쪽) 


그런 문제에서 바다라우히 역의 아울리아 사라 역시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1991년생으로 2008년 영화에 데뷔한 그녀도 2022년 이 영화의 전편이 히트하기까지 별다른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미숙한 이들 세 명을 쓰리톱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처음부터 그 한계가 어느 정도 그어져 있었다.

감독을 전편의 호러영화 고인물 아위 수리아디 감독에서 끼모 스땀불 감독으로 바꾼 것도 실책 중 하나다. 그가 2023년 최고 흥행작 <세우디노>를 만들었지만 이는 <~대학생봉사활동>의 가짜 후속작이란 후광효과가 컸고 2022년 두 편의 호러 dudgkh <이바나(Ivanna)> <자일랑꿍: 산데깔라(Jailangkung: Sandekala)>가 각각 270만 명과 150만 명 관객을 들이며 나름 흥행했지만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라 하긴 힘들다.

어쨌든 끼모 스땀불 역시 타율이 괜찮은 감독인 것은 분명하지만다누르 유니버스를 만들어낸 자타공인 호러영화 최고봉 즉 홈런타자 아위 수리야디 감독을 굳이 빼고 그럭저럭 치는 끼모 스땀불 감독을 투입한 시점에서 이미 1편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비용을 줄이려 했던 것일까? 1편에서는 바 부윳이 검은 개로 변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2편에서는 검은 개를보이지 않는 개로 표현해 CG 비용을 대폭 아낀 것을 보며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결과적으로 <무용수마을의 바다라우히> 2군 감독과 2군 후보선수들에게 1군 복장을 입혀 내보내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 전까지 나름대로 어느 정도 점수를 내며 선전한 경기인 셈이다.

문화적 배경
마을 처녀들에게 쓴 커피를 마시게 하는 장면은 귀신들에게 공물을 공양할 때 쓴 커피를 내놓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제사상에 웬 커피냐 하겠지만 인도네시아의 커피는 우리의 식혜 정도로 전통음료라 할 수 있고 인간에게 쓰디쓴 커피가 귀신들에겐 그렇게 입에 달고 맛있다고 한다. 그러니 귀신이 쓰인 이들은 그렇게 쓴 커피를 마신 후 입맛을 다시며 달다고 말하는 것이다.

마을에 돌아온 바 부윳이 문제해결에 나서며 그 첫 번째 행보로 검은 닭을 잡아 피를 뿌리며 걸어가는 모습이 나오는데 밀라의 사촌과 친구는 이를 보고찌마니 닭을 잡았으니 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찌마니 닭은 털과 살은 물론 부리, 벼슬, 내장까지 새까만 돌연변이 닭으로 일반 닭값에 몇십 배, 때로는 몇백 배를 호가한다. 대개의 경우 주술용으로 사용되며 그 효과가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검다는 게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찌마니 닭들 중 어떤 품종는 피마저도 검은 색에 가깝다.

마물들의 세계에서 앞서 바다라우히에게 제물이 된 처녀들은 바다라우히와 같은 복장을 하고서 뱀떼처럼 한꺼번에 뒤엉켜 움직인다. 이것은 원래 뱀의 진인 바다라우히를 닮아 제물로 바쳐진 희생자들도 마물과 같은 모습의 권속이 된다는 현지 무속 사상을 반영한다. 그래서 바다라우히가 출몰하는 곳에 뱀떼가 우글거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등에 구멍이 난 처녀귀신 순델볼롱의 원형은 흑마술을 맞아 아기가 산모의 등으로 나오는 처참한 출산과정에서 사망한 여인의 원혼이지만 그 순델볼롱을 추종해 부를 추구하던 이들이 사망하면(인도네시아에서는 모든 귀신들을 이용해 돈벌이가 가능함) 자신도 순델볼롱이 되어 섬기던 원귀의 권속이 된다고 한다.

결론
좀 박한 후기를 썼지만 1편을 보지 않은 사람, 그래서 애당초 큰 기대가 없는 상태라면 이 영화를 나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시나리오 작업에 1편 작가인 @simpleman이 참여했다고 하며 그래서인지 스토리 진행은 매끄러운 편이다.

특히 MD 픽쳐스 영화들은 라삐필름이나 팔콘픽쳐스 영화들과 달리 모두 영어 자막이 달려 있어 외국인이 상영관에서 보는 데에 큰 불편이 없다. 이 영화는 자바어가 많이 나와 표준 인도네시아어 자막도 달려 있다.

하지만 전편의 장점을 속편이 스스로 파괴해버렸으니 3편은 만들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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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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