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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이슬람 끄자웬 공포영화의 전형 <죽음의 순간(Menjelang Aj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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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8회 작성일 2024-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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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끄자웬 공포영화의 전형 <죽음의 순간(Menjelang Ajal)>


배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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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순간> 포스터


이 영화는 리뷰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이슬람 끄자웬을 설명하기에 적절하다 생각되어 후기를 쓰기로 했다.

끄자웬(Kejawen)을 설명하려면 한도 끝도 없지만 기본적인 뜻은가장 자바(Jawa)적인 것이란 의미로 루꾼(rukun)과 무샤와라(musyawarah)라는 대표적인 개념으로 나타난다.

 

루꾼이란진정성 여부를 차치한 표면적 화합과 연대’, 무샤와라는설득과 양보를 통해 만장일치를 이끌어내는 다자간의 의사결정방식을 말한다. 그래서 아주 거칠게 정의하자면끄자웬이란 수면 밑에 온갖 난리가 벌어지고 있다 해도 평온한 수면을 유지하는 자바 특유의 문화라고 하겠다.

이슬람을 전파하러 오스만 투르크에서 온 쉑 수바키르와 인도네시아 마물들의 대왕 삽다빨론이 40일 밤낮을 싸우고도 승부를 내지 못하자 삽다빨론은 이슬람 전파를 방해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서면서 그 대신 자신들을 섬기는 인간들의 개종을 강요하지 말고 기존의 관습과 문화를 파괴하지 말 것을 요구했고 쉑 수바키르는 고심 끝에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는 고사가 끄자웬의 성격을 시사한다.

 

그래서 배타적 유일신 종교인 이슬람이 자바 토착의 다신교와 공존하는 것이 그 특징적 단면이다. 그게 인도네시아 호러영화, 특히 끼아이와 우스탓 같은 이슬람 교사들이 퇴마사로 등장하는 영화들의 기본 정서를 이룬다. <죽음의 순간> 역시 그렇다.

시놉시스
이 영화는 세 남매를 키우는 어머니 스까스 역의 샤리파 다니쉬(Shareefa Daanishi)가 홀로 눈물겹게 하드캐리하는데 이들이 이슬람 선생 끼아이의 도움을 받아 악령의 저주와 싸우는 단순한 구도다. 악령과 끼아이(또는 우스탓)가 나오는 지점이 이미 이 영화는 가장 끄자웬적()이다. 다신교와 유일신교가 영화 속에서 충돌하기 때문에다.

식당을 운영하는 스까르는 장사가 잘 되지 않자 한 두꾼을 통해 어떤 신령의 축복을 받으려 한다. 하지만 그 신령이 식당으로 불러들이는 손님들은 산 사람들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식당엔 음산한 기운이 도는데 일을 돕는 암바르 아줌마는 손님들이 귀신인 줄도 모르고, 그들이 내는 돈이 사실은 나뭇잎이란 사실도 모른 채 신이 나서 음식을 팔고, 진짜 사람에게 판 음식은 금방 상해 식당은 더욱 어려워진다.

악령은 이제 스까르의 몸와 영혼을 차지하려 하고 이를 방해하는 이들을 잔혹하게 살해한다. 악령에게 빙의한 여자가 난폭한 행동을 하고 허공에 떠오르고 염동력을 발휘하고…… 인도네시아 호러영화에서 질리도록 본 장면들이 여기서도 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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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까르 역의 사리파 다니쉬 


이 모든 것은 악령을 접신시킨 두꾼의 탓이다. 그 주술을 해제하려면 주술을 건 두꾼이나 그보다 더 높은 영력을 가진 두꾼이 나서야 한다. 문제는 그가 얼마전 세상을 떠났다는 것. 주술을 해제할 길이 없어진 것이다.

그러자 이제 모스크의 우스탓이 나선다. 영화 속에서는 그를 까아이(Kyai)로 높여 부른다. 그런데 그는 주술을 해제하는 방법을 꿰고 있다. 그가 요구하는 것은 죽은 두꾼의 무덤에서 퍼온 흙과 야자가 단 한 개 달린 야자나무를 찾아 그 야자를 따오는 것이다. 두꾼도 아닌데 끼아이가 그런 백마술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끄자웬 이슬람이라면 이 모든 게 설명된다.

스까르에 깃든 악령을 퇴마하는 것은 큰 희생을 요구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두꾼에게 접신을 부탁했던 스까르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악령이 빙의된 무슬림은 평안한 죽음을 맞지 못한다. 마치 의복이나 반지, 틀니, 가발을 착용한 채 무덤에 들어가면 그 영혼이 고통을 받는다는 믿음처럼. 그래서 퇴마를 진행하지만 결국 그 끝은 스까르의 죽음 뿐이다.

이러한 전개 자체가 매우 교과서적이다. 무당을 통해 잡신을 접한 이는 결국 목숨으로 대가를 치러야 하며 그 모든 해결책은 우스탓 또는 끼아이가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슬람은 반드시 승리한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배우와 감독
1982
년생 샤리파 다니쉬는 22세이던 2004년 데뷔해 많은 영화에 출연했는데 2010년 그녀의 출세작 <다라의 집(Rumah Dara)>에 사이코 살인마로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호러영화 외길로 접어들었다. 물론 드라마에도 출연하긴 했지만 그녀는 호러영화에 너무나 적합한 마스크를 가졌다. 그래서 <아시(Asih)>를 비롯해 다누르 유니버스의 여러 호러영화들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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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리파 다니쉬 대표작 <다라의 집>, <아시>, <다누르2> 


다른 배우들 중 스까르의 딸 라트나 역의 까이틀린 할데르만(Caitlin Halderman)은 혼혈 여성 특유의 아름다운 마스크로 주로 로맨스 드라마에 출연했는데 2018년에는 소나무시네하우스가 만든 <발리에서의 영원한 휴일(Forever Holiday in Bali)>에서 천둥과 공연한 바 있다.

그녀에게 이 <죽음의 순간>은 세 번째 공포영화인데 첫 번째는 인도네시어 호러게임을 영화화한 <드래드아웃(Dreadout)>(2019), 두 번째는 귀신을 보는 장님 여인을 연기한 <이바나(Ivanna)>(2022)였다. 어디에서나 그녀의 미모가 빛났지만 연기력에는 물음표가 두 개쯤 찍힌다.

50b271fcc1d961a5e1bb866fca7c9d21_1725986137_3788.png▲까이틀린 할데르만이 출연한 공포영화들 


여성감독인 하드라 다엥 라뚜(Hadrah Daeng Ratu) 감독은 여성 전용 이슬람기숙학교(쁘산트렌)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 <막뭄(Makmum)>(2019) 이후 2023 <신비한 약속(Perjanjian Gaib)> <시진(Sijjin)>, 2024년엔 <시신목욕사(Pemandi Jenazah)>, <다른 신을 섬긴 죄(Dosa Musyrik)> 등 최근엔 주로 호러영화만 찍는 중이다.

영화가 너무 도식적이어서 클리셰들이 대부분 예상 가능한데도 <죽음의 순간> 71만 명의 관객이 들었다. 호러 영화 만세.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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