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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자바 호러 <악령의 소굴(Pemukiman Se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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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45회 작성일 2024-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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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 호러 <악령의 소굴(Pemukiman Setan)>


배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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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mukiman Setan은 악마의 마을, 사탄의 서식지 등으로 번역하면 좋을 듯하지만 영화의 주된 배경이 숲 속의 외딴 집이므로 영문제목 <A Devil’s Lair> 대로 <악령의 소굴>이 가장 적합해 보인다.

한 마을에 내린 마녀의 저주, 그 마녀의 자손들과 싸우는 신비한 남성, 유일하게 마녀를 죽일 수 있는 성스러운 칼.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영화적 장치들을 설치한 이 자바 호러 영화는 이슬람 요소를 완전히 배제했다. 호러영화를 대하는 영화감독의 성향과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대세 종교인 이슬람과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저변에 깔린 것이다.

찰스 고잘리(Charles Gozali) 감독은 주로 드라마 장르 영화를 찍던 사람인데 2022년 우스탓 퇴마사를 다룬 <코드랏(Qodrat)> 이후 이 영화가 두 번째 호러 영화다. 첫 영화 <코드랏>에는 이슬람 코드가 잔뜩 들어있었는데 이번에 완전히 다 빼 버린 것은 혹시 그 사이 그로 인해 종교와 관련해 마음고생이 좀 있지 않았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 마우디 에프로시나(Maudy Effrosina)는 마침 <코드랏>에 조연으로 출연했던 인물이어서 어쩌면 고잘리 감독의 뮤즈가 아닐까 싶지만 아직은 조코 안와르 감독의 타라 바스로 만큼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다.

 

마우디는 원래 MD 엔터테인먼트가 위티비(WeTV)와 아이플릭스(iflix) 용으로 제작한 웹시리즈 <안타라스(Antaras)>(2021)의 조연으로 인기를 얻은 케이스인데 바로 전작 부미랑잇 유니버스의 세 번째 영화로 완전히 폭망한 <피르고와 스파클링스(Virgo and the Sparklings)>(2023)에서도 그리 눈에 띄지 않는 조연을 맡았던 친구가 갑자기 2024년 들어 <악령의 소굴> 2022년 천만 관객 영화의 후속작 <무용수마을의 바다라우히(Badarawuhi di Desa Penari)>에서 연거푸 여주인공을 꿰찬 것은 그녀의 경력이나 연기력에 비해 너무 파격적인 캐스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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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의 소굴>() <무용수마을의 바다라우히>(아래)의 마우디 에프로시나 


악령에 빙의된 마녀의 후예 수크마 빠라트리카 역의 아딘다 토마스(Adinda Thomas) 2022년 천만관객 영화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KKN di Desa Penari)>의 세 여주인공 중 한 명 위디아를 연기했던 배우다. 1993년생으로 13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2024 9월 현재 미개봉작 다섯 편이 남아 있다. 잘 팔리는 배우란 뜻이다. 나도 <무용수마을~>에서 이 여배우의 연기를 인상깊게 감상했다. 워낙 좋은 영화였던 만큼 거의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지만 이 여배우가 자바어로 대사를 칠 때의 그 미묘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기억에 남았다.

자바어는 사실 인도네시아에서는 흔한 방언이지만 인도네시아 표준어를 배운 사람들에게 생소하기만 해 자바어를 읊는 두꾼이나 마녀들은 정말 미지의 주문을 외는 듯한 느낌이 들고 빙의된 아딘다가 말하는 자바어는 정말 지옥의 언어처럼 들리기도 한다. 


dacf28a46eebf3300e7e6a65c36f2770_1726504683_4686.png<악령의 소굴>(왼쪽)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오른쪽)의 아딘다 토마스 


영화는 수백 년 전은 될 듯한 한 자바 마을에서 한 마녀가 저주를 퍼부으며 목이 잘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래서 이 영화가 마녀의 저주와 관련된 영화일 것을 처음부터 예고한다.

빚에 쪼들려 해결사에게 쫓기는 알린(마우디 분)은 애인을 강권해 그가 속한 팀의 빈집털이에 동참하면서 음산한 저택에 들어서게 되는데 거기서 아딘가가 분한 마녀의 후예 수크마를 구해내면서 모두가 악령의 공격을 받게 된다. 그들이 모두 위기에 몰렸을 때 오랜 세월 대를 이어 마녀의 후예들과 싸워온 우립 마헤스워로(뜨꾸 리프누 위카나 분)가 개입하며 이제 본격적으로 마녀와 대적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류의 공포영화가 그렇듯 마녀는 잘 죽지 않는다.

마녀의 목이 잘리는 장면이나 벌레들이 창궐하는 장면의 CG는 대체로 무난하지만 역시 문제는 시나리오라고 할까? 관객들이 공감대를 갖기엔 각 등장인물들이 너무 밋밋하게 그려진 것이 영화의 흡입력을 약화시켰고 결과적으로 스토리 전개의 개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빚에 쫓기던 여주가 수퍼히어로급 여전사가 되며 마치 속편을 예고하는 듯한 엔딩으로 진행되는 것이 좀 뜬금없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귀신이 좀 나와주면 100만 관객은 훌쩍 넘는 인도네시아에서 <악령의 소굴> 50만 관객을 넘지 못했다. 그래도 대충 손익분기점을 넘은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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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5월 당시 로컬영화 흥행순위 13, 그러나 6월 이후 순위 밖으로 완전히 밀려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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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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