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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가시 돋은 안개(Kabut Berduri)>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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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73회 작성일 2024-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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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돋은 안개(Kabut Berduri)> 후기


배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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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제목은 <안개에는 국경이 없다<Borderless Fog)>로 되어 있는데 원제 <가시 돋은 안개(Kabut Berduri)>와 함께 둘 다 영화 내용을 잘 표현한 제목들이다.

두리(duri)란 생선을 먹다가 목에 걸리면 죽기 쉬운 두꺼운 가시를 뜻하고 Kawat berduri라고 하면 가시철조망을 뜻한다. 그래서 여기서 말하는가시는 장미 가시 같은 것이 아니라 좀 더 거칠고 날카롭고 위험한 뉘앙스를 담는다. 마치 영화 <미스트(Mist)>의 그 안개처럼보이지 않지만 안개 속에 존재하는 뭔가 위험한 것에 방점이 찍힌다. 그러니 사실 <가시 품은 안개>가 더 정확한 표현이 되겠지만 영화 제목으로는 좀 임팩트가 떨어져 여기서는 <가시 돋은 안개>로 가기로 한다.

우선 총평부터 하자면 이 영화는 칭찬을 아끼지 않아도 될 만큼 잘 만들어졌다. 영화의 재미를 만드는 요소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 대표적인 큰 덩어리들을 꼽자면 스토리의 개연성, 등장인물의 입체성, 배우들의 설득력 넘치는 연기 같은 것들이다. 앞의 두 개는 시나리오의 문제이고 나머지 한 개는 배우의 능력과 연출의 문제다. 물론 그 외에도 장르와 장면에 적합한 카메라워크, 스토리의 정교함을 더하는 편집, 거기에 음악과 음향까지 영화에 색을 입혀주면 영화는 그 스스로의 생명력을 얻는다. 필자는 감히 그 모든 부분에 상당히 높은 점수를 주었다.

감독 에드윈(Edwin) 1978년생으로 조코 안와르 감독, 하눙 브라만티요 감독 등과 같은 또래다. 2003년에 데뷔해 전작이 수도 없이 많고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는데 최근작으로는 <그리움은 복수처럼 되갚아 주는 것(Seperti Dendam, Rindu Harus Dibayar Tuntas)>(2022)로 인도네시아 영화제(FFI 2022)를 비롯한 많은 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시나리오상을 수상했다. 일단 믿을 수 있는 감독이 만든 영화다.

시나리오는 에드윈과 함께 이판 이스마일(Ifan Ismail)이 썼는데 그는 <술탄 아궁: 왕좌, 투쟁 그리고 사랑(Sultan Agung: Thata, Perjuangan, Cinta)>(2018), <하비비와 아이눈>(2012, 2019) 등이 각본이 그의 작품이다. 역사 영화 시나리오를 많이 쓴 사람인 만큼 1964년부터 1990년까지 계속된 깔리만탄에서의 말레이시아와의 군사적 갈등과 공산당 반란, 학살 등의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이 영화에 딱 맞는 시나리오 작가다.

거기에 원톱 여주인공 뿌뜨리 마리노(Putri Marino). 1993년생, 2017년 데뷔했는데 난 2023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가렛걸>에서 이 배우를 처음 만났다. 여주인공 젱야의 딸로 청순한 여의사 아룸 쯩께를 연기한 그녀는 <브로토 부인의 하숙집(Losmen Bu Broto)>(2022)을 통해 여러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증명했는데 여기서는 권력자 아버지를 가진 경찰 엘리트, 그러나 죽고 싶은 만큼 큰 실수를 저지르고 그 트라우마로부터 도망치는 가운데 깔리만탄 다약족의 연쇄살인사건 한복판에 뛰어들게 된 정의감 넘치는 경찰관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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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뜨리 마리노 배우가 연기한 산자 아루니카 경위 


청춘 배우를 줄곧 연기해 오다가 이제 40살이 넘으면서 어딘가 아저씨 느낌이 강해진 요가 쁘라따마 배우는 다약족 출신 경찰관 토마스 마르티누스 경사를 연기했다.

오지 경찰서장 빤짜 누그라하 경위를 연기한 루크만 사르디는 1971년생으로 100편 전후의 영화에 출연한 베테랑이다. 경위가 서장인 경찰서는 자카르타로 치면 지구대 정도의 위상이지만 오지에서는 마치 우리 군대에서도 해안 방어선에서는 소대장이 웬만한 섬 하나를 관리하는 것처럼 그 지역 유지에 속한다. 진급하는 것보다 부정부패에 빠져 그 지역에서 왕처럼 살며 중앙의 눈을 피해 돈 벌기를 선호하는 사람도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빤짜 경위가 20살 넘게 차이나는 여주와 굳이 같은 계급이라는 영화 속 설정이 제법 설득력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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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요가 쁘라따마, 루크만 사르디, 뿌뜨리 마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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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얼 서스펙트>의 캐빈 스페이시 같은 포지션인 부장(Bujang) 역의 유디 아흐맛 따주딘은 외모나 연기력에서 우리나라 명품 조연 정규수 배우를 연상하게 만든다. 그의 연기력 역시 그렇다. 그가 출연한 영화는 몇 편 없지만 연극으로 잔뼈가 굵은 그는 분량은 적지만 핵심적인 주요 배역을 소화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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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꼴: 유디 아흐맛 따주딘(왼쪽)과 정규수 배우 


인신매매 등 모든 범죄를 서슴지 않는 악당 아감 빈 유솝 역의 끼끼 나렌드라는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 <군달라>, <사탄의 숭배자2: 커뮤니언> 등 수많은 유명한 영화에 출연했다. 명실공히 현대 인도네시아 영화의명품조연이라 할 만한 인물.

이런 사람들이 함께 만든 영화이니 재미있지 않을 수 없다.

시놉시스와 역사적 배경
넷플릭스에는 8 1일에 올라왔고 한국어 자막까지 있으니 영화 스토리에 대한 설명은 딱히 따로 할 필요가 없겠지만 영화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영화를 즐기는 데에 조금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인도네시아는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고 대부분의 국경은 해상에 그어져 있지만 국경이 그어진 섬들도 몇 개 있다. 대표적으로 뉴기니섬은 사과를 자르듯 섬 한 가운데에 세로선을 그어 왼쪽은 인도네시아의 파푸아, 오른쪽은 뉴기니 공화국으로 되어 있다. 동누사떵가라(NTT) 주도인 꾸빵(Kupang)이 있는 띠모르섬도 대략 동쪽 절반이 독립국인 티모르 레스테 공화국, 즉 동티모르다.

보르네오(Borneo)라 부르던 깔리만탄도 그렇다. 깔리만탄의 북쪽 5분의 1 정도가 과거 사라왁, 북보르네오 등으로 영국령 식민지였는데 1963 9 15일 말레이시아 연방에 합병하여동말레이시아가 되었다.

 

당시 무력과 외교력을 총동원해 막 파푸아까지 합병하여(실제로는 1969년에 편입) 남태평양의 거대 국가를 이룩한 인도네시아로서는 말레이시아가 덩치를 키워 권역 내 라이벌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수카르노 대통령은 이른바 드위꼬라(DwiKora) 선언을 내놓으며 말레이시아에 전쟁을 걸었다. 전쟁 상대방은 표면적으로 말레이시아였지만 실제로는 영국군, 호주군, 뉴질랜드군 같은 영연방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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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시대의 보르네오(왼쪽)과 독립 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로 갈라진 깔리만탄 


1964~1966
년 사이에 벌어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전쟁은 빽빽한 정글로 인해 양국간의 전면전보다는 소규모 국지전으로 진행되었으므로말레이시아 대결정책정도의 명칭이 붙었지만 어쨌든 전쟁은 전쟁이었다. 이 전쟁의 목적은 네덜란드령이었던 파푸아의 경우처럼 인도네시아에 병합하려는 것이 아니라 영국령이었던 사라왁 지역에 수카르노의 우호세력인 공산당이 통제하는 북깔리만탄 독립국가를 세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이 시기에 일단의 인도네시아 군인들과 자원병들, 그리고 말레이시아 공산당 게릴라들이 북부 보르네오와 말레이 반도로 파견되어 영연방군과 교전을 벌였고 일부는 심지어 싱가포르에 상륙해 해안에서 대부분 몰살당하지만 그중 일부가 시내로 들어가 은행 건물 하나를 폭파시키는 등 침투파괴공작을 감행했다.

이 시기에 깔리만탄의 공산당들은 두 개의 공산당 게릴라 조직으로 발전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반말레이시아 북부 깔리만탄 인민군(PARAKU)였고 또 다른 하나가 사라왁 인민게릴라(PGRS)였다. 이 영화에서 자주 언급되는빠라쿠는 당시에 만들어진 공산당 게릴라 부대를 지칭하는 것이다.

 

당시 수카르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공산당(PKI)와 매우 우호적인 사이였으므로 군수뇌부는 강대국 미국을 등에 업은 영연방과의 전쟁을 꺼리는 가운데 공산당 조직과 군내 공산당 우호집단들을 중심으로 말레이시아와의 전쟁에 나섰다.

그러다가 1965 10 1일 새벽 이른바 9.30 사태가 벌어졌는데 이 쿠데타는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가지 성격 규정이 가능하지만 한편으로는 말레이시아 대결정책 선두에 선 공산당 세력이 반공 장군들을 잡아죽이면서 시작한 공산 쿠데타였다


하지만 불과 이틀 만에 수하르토 장군이 쿠데타를 진압하면서 그 반동으로 전국적인 공산당 사냥이 시작되었다. 당연히 공산당 세력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전쟁은 동력을 잃었고 아직 수카르노가 하야하지도 않은 1966 8 11일 수하르토는 말레이시아와 전쟁을 끝내고 모든 관계를 정상화하는 조약에 서명했다.

쿠데타 직후 50-300만 명이 사냥 당해 목숨을 잃던 인도네시아 대학살 시기에 공산당 추종자, 우호세력들이 사냥을 피해 자구책으로 대거 빠라쿠와 PGRS에 들어오면서 그들의 군세는 오히려 더욱 커졌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 정부와 군의 칼 끝이 이제 빠라꾸와 PGRS를 향했다.

 

서깔리만탄 정글을 중심으로 포진한 그들은 이제 인도네시아의 사회불안세력이 된 것이다. 그리하여 1967-1968년 사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지 다약족 부대들과 힘을 합쳐 공산당 숙청에 나섰고 그들의 물류를 담당하던 화교들이 피신하면서 보급이 막힌 빠라꾸와 PGRS는 마침내 완전히 몰락하고 만다.

이때 정글 속으로 들어간 공산당 전사들이 거기서 죽어 망령이 되어 떠돌고 있다는 것이 <가시 돋은 안걔> 영화 초반에 흘러나오는 내레이션의 배경이다. 그래서 영화 중반에 나오는 녹슨 AK-47 소총들이 즐비한 숲 속 동굴은 오래 전 빠라꾸의 아지트였다는 설정이다.

국경도시의 부정부패
말레이시아와의 전쟁은 1966 8 11일 정식으로 종식되었지만 정글 속에 그어진 국경선은 여전히 남아 1990년대까지도 줄기차게 크고 작은 국경분쟁이 벌어졌다. 따라서 그 국경에서는 이민국 검문소, 국경 경비대 기지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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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국경경비대 대대장 다니엘 루멘타 중령 역의 니콜라스 사뿌트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소득 차이가 벌어지면서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이 말레이시아에 이주노동자로 들어갔는데 지금도 많은 수의 인도네시아인들이 불법으로 말레이시아에 입국하면서 인근 해역에서 밀항선이 뒤집어져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사태가 거의 매년 벌어진다. 그런 사건은 깔리만탄의 국경선에서도 당연히 벌어진다. 인도네시아 아이들을 국경 건너 말레이시아 쪽으로 팔아먹는 인신매매의 이야기도 이 영화의 한 축을 이룬다.

그래서 군인들이 등장하는 장면들이 많은데 그것은 그런 국경지대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특히 니콜라스 사뿌트라 배우가 연기한 고압적인 위수지구 대대장 다니엘 루멘타 중령이 경찰들을 한 수 아래의 조직으로 내려다보는 듯한 표정 역시 잘 계산된 장치다. 산자 경위의 힘있는 아버지는 다니엘 중령에게도 현지에서 딸의 안위를 부탁해 두었고 무뚝뚝한 다니엘 중령은 산자 경위가 원하든 원치 않든 산자 아버지의 부탁을 자기 방식대로 충실히 수행한다.

오지의 경찰들조차 부패했다. 빤짜 누그라하 경위 역시 그런 인물 중 하나다. 그리고 그의 조직 안에 있는 사람들은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부정부패로 벌어들인 돈을 강제로 나누어 받으며 공범이 된다. 조직폭력배와 같은 공범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2022년에 경찰청 내무국장 페르디 삼보 치안감이 부하들을 시켜 경호원으로 일하던 노프리안샤 요수아 후따바랏 순경을 사살해 처형한 사건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런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사람은 산자 경위처럼 이제 막 외부에서 유입된 부패하지 않은 젊은 경찰뿐이다. 그러나 반드시 목숨의 위협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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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조실에서조차 경찰을 농락하려는 현지 악당 두목은 당연히 든든한 백이 있다. 


강제 이주정책
깔리만탄 인구의 대부분을 이루는 다약족들은 서로 분열하고 있다. 파푸아처럼 정부파, 분리파로 극단적으로 나뉜 것은 아니지만 중앙정부에 순응하는 이들과 다약족과 자기 지역의 이익을 우선 순위로 두는 이들로 나뉘어진다.

예전처럼 전체 인구가 모두 다약족이었다면 그런 갈등은 크기 않았겠지만 수카르노 시절부터 지방 오지를 보다 쉽게 통치하고 반란, 반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인구가 넘쳐나는 자바 사람들을 인구가 적은 지역으로 보내 전체적으로 민족과 인종을 섞어 놓는 뜨란스이미그라시(Transimigrasi), 이른바 국내이주정책을 시행했다. 여기엔 주로 동부자바의 마두라족 사람들, 그리고 뜬금없게도 북말루꾸의 암본인들이 대거 응했다.

그래서 서깔리만탄에도 자바인들이 많이 유입되어 있다. 특히 군인들과 경찰들은 대부분 자바 사람들이다. 물론 다약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현지에서 소요가 벌어질 경우 그들에게 최류탄이나 고무탄을 가차없이 쏠 수 있는 사람들은 현지인 다약족보다는 외지에서 온 자바인들이다.

요가 쁘라따마의 토마스 마르티누스 경사는 다약족 출신 경찰관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그는 자기 민족들을 위해 좀 더 정의롭고 싶지만 어느새 그는 충분히 부패했고 동족을 붙잡아 자백을 받은 후에도 분에 못이겨 구타를 멈추지 않는 인간이 되어 있다. 하지만 그건 그가 살고 싶은 방식의 삶이 아니어서 영화 속의 토마스 경사는 고뇌하고 또 고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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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마르티누스 경사 


참수
최근 내가 본 영화들 중 잘린 목이 가장 많이 등장했다.


사실 인도네시아에서 누군가의 목을 자르거나 효수하거나 가지고 다니는 행위는 현대에 들어서도 많이 벌어졌다. 일본군 강점기, 독립전쟁, 인도네시아 대학살 사건 당시에는 물론 1998년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격동기에서 종교간, 민족간 충돌이 일어나면서 동부자바에서 흑마술사로 지목된 사람의 목을 베어 효수하여 들고 다녔고 깔리만탄에서는 마두라족과 다약족이 충돌해 서로의 목을 베어 동네 입구나 수로에 매달아 놓곤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한편으로는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이 발전하면서 잘린 목 같은 특수효과 물품들을 제작하는 기술이 크게 발달하고 흔해졌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에 본 현지 호러영화들 중 잘린 머리가 등장하지 않는 영화가 오히려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나가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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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돋은 안개>의 장르를 논하라면 미스터리 스릴러에 호러를 살짝 섞었다고 말하겠다. 위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 잘 녹아든 스토리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자주 언급하는암봉(ambong)’이라는 존재는 산신령 또는 정글의 수호신 같은 존재다. 사람들은 암봉이 그들을 보호한다고 말하지만 부패한 이들의 목을 베어 매다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 존재를 굳이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려 하지 않은 점이 오히려 이 영화의 매력을 더했다.

잘 정리된 배경 위에 놓인 입체감 넘치는 등장인물들이 만들어 나가는 스토리는 그 흡입력이 대단하다. 특히 타라 바스로와 아그니니 하끄에 이어 뿌뜨리 마리노라는 여배우가 만들어낸 독특한 색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극장에서 개봉되었다면 4-500만 명 정도는 충분히 모으지 않았을까?
본 사람들이 이미 많겠지만 새삼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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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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