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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인도네시아 영화 수퍼히어로 장르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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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851회 작성일 2023-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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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영화 수퍼히어로 장르의 미래


배동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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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르고와 스파클링스> 포스터

인도네시아 수퍼히어로 세계관인 부미랑잇 유니버스(Bumilangit Universe)의 세 번째 영화 <피르고와 스파클링스(Virgo & the Sparklings)> 2023 3 2일 개봉했다.

피르고는 영어로버고라고 읽히는 virgo, 처녀자리 성좌의 인도네시아식 발음이고 이 영화에서는 불을 다루는 주인공 수퍼히어로 리아니(Riani)가 속한 밴드의 이름이기도 하다.

 

리아니는 밴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능력을 다스리고 발휘하는 훈련을 거친 후 어둠의 세력과 흑마술을 세상에 퍼트리는 상태 밴드 스콜피온 시스터스(Scorpion Sisters)와 싸운다.

수퍼히어로 리아니는 1973년 얀 미타가라(Jan Mintagara)의 만화에서 탄생했고 이후 2017년 아니사 니스피하니(Annisa Nisfihani)와 엘리 고(Ellie Goh) 함께 만든 동명의 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영화의 분위기는 부미랑잇 유니버스의 전작 <군달라)(2019) <스리아시>(2022)가 비교적 고독하고 우울한 캐릭터의 수퍼히어로를 선보인 것과 달리 이미 포스터에서부터 통통 튀는 신세대의 젊음을 보여준다. 물론 영화 자체는 그런 분위기를 구현하는 데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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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군달라>, <스리아시>, <피르고와 스파클링스> 포스터


2023 3 23() 오후 이 영화 리뷰를 위해 아르타가딩 XXI 극장에 갔더니 이미 스크린에서 내려간 후였다. 필자가 극장에 가서 인도네시아 영화 리뷰를 하는 기준은 특정 영화가 유료관객 100-200만을 넘어 그해 주요 영화 중 하나라고 간주되는 시점이거나 개봉 전부터 평단의 주목을 받던 작품, 또는 <피르고~>의 수퍼히어로물처럼 현지에 새로 열린 신생 장르의 영화들이다.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들은 넷플릭스나 프라임비디오를 통해 찾아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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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르고~>가 채 3주도 버티지 못하고(실제로는 약 2?) 스크린에서 내려온 것은 인도네시아 수퍼히어로 장르에 길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사건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총 관객이 7만 명을 넘지 못했다. 최소 30만 명은 넘어야 일반적인 인도네시아 영화의 손익분기점을 달성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피르고~>는 사실상 폭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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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르고와 스파클링스> 주요 내용. 관객은 66,708

이 영화를 연출한 1972년생 오디 C 하라합(Ody Chandra Harapa) 감독은 2003 <뚜숙 자일랑꿍(Tusuk Jailangkung)>이란 공포영화 조감독으로 데뷔해 이후 조코 누그로호 감독 같은 유명 거장들과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며 착실히 감독 커리어를 쌓아 왔지만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한 <스위트 20(Sweet 20)>이 흥행에 성공해 국내 영화제에 수상후보로 오른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특히 한국계 현지영화사 소나무 시네하우스가 만든 2018년작 <‘발리에서의 영원한 휴일(Forever Holiday in Bali)>도 그가 감독했는데 이 영화는 공식적인 관객 집계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폭망했다. 탄탄한 경력의 중견 감독이지만 폭망 가능성을 시한폭탄처럼 늘 가지고 있는 인물인 셈이다.

주인공 리아니 역의 2003년생 아디스티 자라(Adhistry Zara Sundari Kusumawardhani)는 일본식 걸그룹 AKB-48의 인도네시아 프랜차이즈 JKT 48 출신의 가수다.

 

자라 JKT 48’이란 이름으로 활동했었다. 그러다가 2018 <딜란 1990(Dilan 1990)>을 통해 영화에 데뷔했는데 작품운이 좋았는지 2018-2020년 내리 3년간 로컬영화 흥행수위를 달린 <딜란> 3부작에 모두 출연한 것은 물론 좋은 영화로 소문난 <쯔마라 가족(Keluarga Cemara)> 1, 2, 청소년 임신과 출산문제를 다룬 기나 S. 누르 감독의 2019년 문제작 <두 개의 푸른선 (Dua Garis Biru)>, 2020년 팬데믹만 아니었다면 100만 관객은 훌쩍 넘겼을 <마리포사(Mariposa)> 등에 출연해 풋풋한 연기를 보였다.

그런 그녀를 함부로 소비해버린 <피르고~>는 사실 좀 용서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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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스티 자라의 최근 출연작들

영화가 잘 안되면 그건 당연히 감독 탓을 할 수밖에 없지만 영화 제작 예산이나 제작 환경, 같은 시기에 개봉한 경쟁 영화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19
년 발군의 조코 안와르 감독이 연출해 170만 명 가까운 관객이 든 부미랑잇 유니버스의 첫 영화는 <군달라>는 나름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지만 길고 긴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지난 후 2022 11월이 되어서야 나온 두 번째 영화 <스리 아시(Sri Asih)>는 첫 영화의 3분의1 수준인 58만 명이 들었다.

 

하지만 당시엔 <와칸다 포레버>, <블랙아담> 같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타와 맞붙었으므로졌지만 잘 싸웠다는 수식어가 붙었다. 비록 시나리오는 대체로 엉성했지만 예전 <판데르베익호의 침몰(Tenggelamnya Kapan Van Der Wijck)>의 하야티(Hayati)처럼 비련의 여주인공만 연기하던 페비타 피어스(Peveta Pearce)가 몸을 만들어 액션 연기를 대부분 직접 소화한 것이 꽤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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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달라>는 도시를 장악한 악당들과 맞서 싸우고 <스리아시>는 세상을 멸망시키려다 머라삐 화산 속에 감금된 악한 불의 여신의 화신들을 상대한 것에 비해 음악으로 세상 사람들을 현혹하는 어둠의 록 밴드와 싸우는 <피르고~>는 너무 가볍고 장난스러워진 모습이다. 트레일러만 봐도 좀 경망스럽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운데 2023 3 8일자 자카르타포스트의 관련 리뷰[1]에서도 야심적으로 만든 이 영화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운드와 조명, 카메라 워크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2019
년 갑자기 태동한 인도네시아 수퍼히어로 장르는 앞서 언급한 <군달라>로 시작되었지만 인도네시아 전통 와양 그림자극에서 인도 마하바라타 전설 속 영웅들 일곱 명을 매년 한 명 씩 영화를 통해 소개하겠다며 총 7편의 영화 제작을 미리 발표한사트리아 데와(Satria Dewa)’ 스튜디오가 나서면서 마치 미국의 DC와 마블처럼 인도네시아도 부미랑잇과 사트리아 데와의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군달라> 이후 곧 나올 예정이었던 사트리아 데와 측 첫 수퍼히어로 영화 <사트리아 데와: 가똣까차(Satria Dewa: Gatotkaca)>가 팬데믹 고비가 완전히 넘어간 후인 2022 6월 개봉해 불과 18만 명 남짓 관객을 들이는 것에 그쳐 사실상 폭망하면서 인도네시아 수퍼히어로 세계관 한 축이 처음부터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부미랑잇 측의 첫 작품을 <사탄의 숭배자(Pengabdi Setan)>, <지옥의 여인(Perempuan Tanah Jahanam)> 등의 연이은 성공과 HBO 등의 러브콜로 현재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조코 안와르 감독에 맞서 사트리아 데와 측도 차세대 최고 감독으로 손꼽히는 하눙 브라만티요(Hanung Bramantyo) 감독을 내세웠는데도 벌어진 불상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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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트리아 데와: 가똣까차> 포스터

하눙 감독은 같은 해 <7번 방의 선물> 리메이크의 대성공으로 586만 명 관객을 들이며 로컬영화 흥행순위 3위에 올라 어느 정도 체면을 회복했으나 바로 위인 흥행순위 2위에 조코 안와르 감독의 호러영화 <사탄의 숭배자 2: 커뮤니언> 640만 관객에 눌려 이래저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실제로 치명상은 입은 것은 인도네시아의 수퍼히어로 장르 그 자체였다. 양쪽 스튜디오의 최근작들이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흥행에 대실패하면서 후속편 제작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부미랑잇 측은 <스리아시> 영화 말미 쿠키 영상에 또 다른 수퍼히어로 고담(Godam)을 잠시 보여주며 후속작을 예고했는데 약속된 후속작이 나오지 않을 경우 로컬 수퍼히어로 장르는 잠시 휴지기를 갖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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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르고의 원형과 현대물

 

[1] 출처: 자카르타포스트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 인도네시 현대’ 저자

- 2019년 소설 '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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