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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거대한 문어가 옥상에 출현한 루마구리타(Rumah Gur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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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8,269회 작성일 2021-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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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문어가 옥상에 출현한 루마구리타(Rumah Gurita)
 
배동선 작가/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루마구리타 건물 옥상의 문어 조형물

‘루마구리타’(Rumah Gurita)란 ‘문어의 집’이란 뜻이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건물 옥상 위에 너무나 실감나게 만들어진 문어 모양 조형물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도대체 집 주인이 무슨 생각으로 옥상에 문어를 올려 놓았을까 의아해했는데 거기서 파생된 수많은 의혹과 상상으로 ‘사탄의 교회’라는 소문까지 낳았다. 그렇게 소문난 반둥의 이 집에 대해 한 TV가 방송을 내보내면서 그간의 의구심에 기름을 부었다.

기자들이 취재를 시도하면서 이 집이 몇 개의 이웃집 건물들에게 에워싸여져 있는 형태라는 것과 이 건물엔 곧바로 들어갈 수 없고 바로 이웃인 6번지 건물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취재진은 주택 관리인과 한바탕 말다툼을 벌여야 했고 결국 건물 내부를 취재하지 못했다.

예전에 이 사탄의 교회를 다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당국에 제보한 바에 따르면 이 집에 사탄숭배자들이 모여들어 섹스를 동반한 모종의 의식을 치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혐의나 주장은 아직까지도 그 어느 것 하나 확인되지 않았다.

루마구리타 집주인 프란스 할리마완은 TV 인터뷰에 나와 위에 언급된 의혹들에게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당연한 반응 아닌가?) 그는 예술 애호가로서 그곳 주택가의 모든 집들은 각각의 인생을 반영한다는 의도를 담아 지어지기 마련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들여다 볼 수 없었던 루마구리타, 문어 조형물의 집의 실체는 과연 평범한 일반 주택일 뿐일까? 이웃집을 통해 자기 집으로 들어가는 구조가 설마 정상적인 설계라고 할 수 있을까?
 
멀리서도 이렇게 눈에 확 들어온다.

이 집은 1980년대에 지어졌고 집주인은 주로 자카르타에서 생활하고 있어 집은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휴일이나 명절이면 집주인은 규칙적으로 반둥 집에 돌아온다. 왜 검은 문어 조형물을 옥상에 올려놓았냐는 질문에 집 주인은 자신이 원래 해양을 테마로 한 물건들을 좋아하며 그 조형물은 예술적 창작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옥상 위의 문어는 일반적인 예술적 조형물이라기보다는 멀리서도 매우 위협적으로 보인다.

살아있는 듯 역동적인 꿈틀거림이 느껴질 정도로 실감나는 이 검정색 문어가 하필 흰색으로 칠해진 집의 옥상을 점령하려는 것 같은 동작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원래 문어는 배경과 어우러지도록 피부색을 변화시키는 보호색 기능으로 유명한 동물이란 것을 제작자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한편 디테일이 살아 있는 이 정교한 문어를 완성하기 위해 두 말할 나위 없이 분명 거기 투입된 장인의 섬세한 손길은 그것 말고는 별로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벽돌 콘트리트 건물의 일부가 되기엔 도가 넘는 투자였을 것 같다.
 
옆집에서도 겁을 먹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해당 주택가의 반장은 저 문어가 단지 단순한 장식품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저 문어의 머리부분이 사실은 건물에 필요한 물을 모아두는 저수조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집에 관심을 보이며 유심히 바라보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 집을 지은 사람이 이웃들과 지나는 사람들을 겁주려고 저 문어를 올려놓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 건물이 사람들로부터 사탄의 교회라는 의심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이 집에 666이란 숫자가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세 개의 6을 각각 다른 글씨체로 만들어 설치했다. 세간에 악마의 숫자로 알려진 666을 품은 이 집을 사람들이 사탄숭배의 장소로 의심한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항간에는 이 집에서 벌어지는 광란의 섹스의식에 참여하려면 우선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 짜낸 피를 제공해야 하고 사탄 숭배에 앞서 낙태 클리닉에서 가져온 아기의 살을 먹고 그 피를 마셔야 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하지만 그런 의식에 직접 참석하거나 목격했다는 증인이 없는 상태에서 그저 근거 없는 헛소문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다.

사탄의 교회라는 혐의 외에도 이곳에서 광란의 섹스파티가 벌어지고 이교도의 이단의식이 진행된다는 소문도 있어 경찰까지 나서 조사했지만 관련 증거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영화 속의 문어 조형물은 실제 반둥 주택의 원본에 비해 허접하기 짝이 없다.

일이 이쯤 되면 관련 영화가 나오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많다.
이런 것만 쫒아다닌다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이번에도, 니로로키둘에게 헌정된 사무드라 비치호텔 308호 객실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 <308>을 만들었던 호세 뿌르노모 감독이 <루마구리타>를 영화화해 2014년 10월 30일 개봉했다. 영안을 가진 셀리나(Selina)라는 젊은 여인이 실연을 겪은 후 반둥으로 이사를 가 루마구리타에서 겪게 되는 사건들을 그린 영화다. 제작사는 힛메이커 스튜디오스(Hitmaker Studios)다.

사실 이제는 집주인이나 이웃이나 통반장이 나서 아무리 이 집에 문제가 없다 말하더라도 마음대로 그렇게 생각해 규정해버리고 만 사람들은 어쩌면 이제 그보다 더한 소문을 창조해 낼지 모른다. 예를 들며 저 집이 인어공주에게 목소리를 빼앗은 심해의 문어마녀가 마침내 뭍에 올라와 살게 된 집이라든가……

저 집에서 악마숭배가 정말 이루어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검은 문어 조형물이 너무 실감날 정도로 사실적이란 점만은 부인할 수 없다. 정말 잘 만들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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