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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서점의 몰락’이라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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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2,059회 작성일 2021-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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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몰락’이라는 착각
 
배동선 작가 / '수하르토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번역 제공
 
< 최근 스나얀 플라자에 있던 키노쿠니야 플래그쉽 서점이 문을 닫았고(이제 그랜인도네시아에만 남았음) 그라메디아가 자랑하던 따만앙그렉 점도 임대계약을 연장하지 않아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악사라 서점도 끄망본점은 지난해 말 폐쇄하고 온라인시장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들 서점에 익숙한 많은 인도네시아 도서애호가들이 아쉬워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오프라인서점의 수익악화, 단기적, 직접적으로는 코로나팬데믹으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 임대공간의 부담으로 발생한 대형서점들의 폐쇄 상황이 일반적으로  인도네시아 도서산업/출판업계의 괴멸조짐으로 보이는 가운데 UI 박사생의 기고문이 색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어 여기 소개합니다. >
 
UI 박사생 A.P. Edi Atmaja의 기고문
 
나는 팟캐스트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 중 내가 즐겨 듣는 것은 아마도 인도네시아에게도 중요할 거라 보이는 ‘레일라 추도리와의 귀가길’(Coming Home with Leila Chudori )과 ‘책의 호기심’(Kepo Buku)이라는 두 개의 팟캐스트다. 이들은 얼마전 ‘서점의 몰락’이란 주제로 콜라보 방송은 내보냈다. 이 콜라보 팟캐스트에 참여한 패널들은 레일라 추도리(자카르타), 라네 하피에드(Rane Hafied-방콕), 헤르토토 에코 P(Hertoto Eko P-싱가포르), 글고 스티븐 시똥안(Steven Sitongan-암본) 등이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이 팟캐스트는 많은 독자들이 서점에 직접 가기를 즐겨하고 몇몇 주요 서점들이 문을 닫은 것에 대해 애도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상황을 전해주었다.
 
레일라는 지난 4월 1일 문을 닫은 키노쿠니야 플라자 스나얀점을 언급했다. <귀향(Pulang)>과 <바다가 말하기를(Laut Bercerita)>를 쓴 소설가이기도 한 레일라는 수입서적 전문서점인 키노쿠니야의 폐쇄가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추억을 되새기게 했다고 말했다.
 
헤르토토는 한 술 더 떠 비단 키노쿠니야 뿐만 아니라 문을 닫은 모든 서점들에 대해 애도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서점들 뿐만 아니라 걸거리와 시장의 소규모 서점들도 많이 문을 닫았다는 사실을 계산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의 대부분을 점유한 레일라는 서점이란 박물관이나 도서관에 가장 근접한 문명의 한 형태라고까지 말했다.
 
라네와 스티븐은 대체로 대화에 소극적이었다. 라네는 오히려 레일라와 헤르토토가 로컬 서점들을 선진국의 서점들과 비교하며 논쟁에 불이 붙으려 할 때 이를 잘 조정하는 진행자의 면모를 보였다. 한편 스티븐은 필요할 때만 나와 한 마디씩 할 뿐이었다.

변화
오늘날 도서는 예전과 달리 모든 문제들을 모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시대가 바뀌었고 기술도 계속 발전하는 중이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선 도서와 출판업계는 디지털 시대 이전 세대가 이해하기 힘든 방향을 향해 변모해 가고 있다.
요즘같은 팬데믹 시대에 그 변화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이동을 제한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못하도록 하는 정부지침으로 인해 부침을 거듭하며 발전해 가던 책들은 힘없이 서가에 꽂혀 있게 되었다. 이는 단지 도서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홍보와 배포, 특정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물리적인 거래까지 굳이 낡았다고 표현하는 대신 ‘재래’ 방식이라고 표현되는 방식으로 거래되는 모든 상품에 해당되는 현상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출판사들과 저자들은 더 이상 서점에서의 판매에만 매달리지 않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판매하도록 내몰렸다. 서점이 문을 닫아 결재 카운터 직원이나 경비원 같은 현장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지만 웹디자이너, 웹관리자, 판매홍보, 발송물품배달 등의 다른 직종들의 더 큰 기회가 열린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오프라인 서점에 몰락을 애도하는 것은 명백히 착각에 기인한 것이고 당연히 해결책도 아니다. 사람들이 애도하는 문닫은 서점들이 자본가들이 투자한 대형서점들이란 점에서도 특히 그렇다.
 
서점이 도서관과 맞먹는 정도의 문명의 상징이라고 말한 레일라의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런 대형 서점들의 가장 큰 수혜자들은 누군가? 대부분 기본적 생계를 꾸리는 데에 아무 문제가 없는 잘 교육받은 중산층들이 바로 그 대상이다.
 
현재 상황은 디지털 민주주의의 문호를 더욱 넓게 열어 도서산업의 보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작은 자본을 가진 소규모 서점들도 현실세계에서 오랫동안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누려온 대형서점들과 인터넷 도서시장에서는 충분히 겨뤄볼 만하다. 따라서 오늘날 경쟁력 우위에 서는 것인 디지털시대에 빨리 최적화해 갈 수 있도록 주도하는 관리자의 창의성과 전문성에 달렸다.
 
디지털 민주주의는 대형 서점들이 독점하고 있던 지식시장에서 독자들을 해방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온라인 도서시장은 독자들에게 더욱 다양한 도서들을 더욱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어느 한 쪽에서 자체 검열시스템을 통해 일방적, 주관적으로 금지해버려 엠바고가 된 책들, 대형서점 관리자들이 소각해 버린 책들도 온라인 도서시장에서는 아무 관계가 없으니 얼마든지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다.
 
페이스북, 토코페디아, 쇼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우리들이 생활하는 ‘또 다른 세계’에서 우기가 지난 후 천지사방에서 버섯들이 무럭무럭 자라나듯 온라인서점들이 대거 출현하고 있는데 대형서점 한 두개가 문을 닫았다고 해서 인도네시아 도서산업이 위협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상하기 짝이 없다. 온라인 시장에 기생하여 만연하고 있는 해적도서의 판매문제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일단 여기선 논외로 한다.
 
서점 역시 발전하는 시대와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꾸준히 변모해 가고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서점의 몰락을 애도하는 분위기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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