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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영화 리뷰] 리메이크작 <7번 방의 선물> 속 한국 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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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2,558회 작성일 2022-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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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작 <7번 방의 선물> 속 한국 신파
 
배동선 작가
 
원작과 같은 영문제목 <Miracle in Cell No. 7>으로 리메이크된 이 영화는 2020년 5월 제작을 발표하면서 스틸컷을 일부 내놓아서 촬영작업이 다 끝난 것으로 알았는데 그 사진 속 배우들이 실제 영화에서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아 당시 사실은 촬영 시작 전 제작발표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코로나 팬데믹 와중이었고 그런 상황이 최소 1-2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되던 때여서 대충 사람들 관심을 우선 끌어 모을 목적이었던 거겠죠.
 
▲2020년 공개된 이 그림 속 인물들은 실제 영화에 단 한 명도 출연하지 않는다
 

이 영화가 관심을 끈 것은 2013년 당시 한국에서 1,200만 명의 관객이 든 동명의 메가히트 영화를 인도네시아가 처음으로 리메이크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헬로 고스트>도 줄을 서 있어요.
 
▲2013년 한국 원작
 
이 영화 리뷰에 나선 것은 9월 8일 개봉한 후 Filmindonesa.com에서 불과 10일 경과한 9월 17일 현재 관객수가 240만 명을 넘어 인도네시아 전체 로컬영화 흥행순위에서 5위에 진입했기 때문입니다.
 
9월 17일(토) 아르타가딩몰의 XXI 영화관에서 5개 스튜디오 스크린에 걸려있었는데 거의 전석이 꽉꽉 차는 것을 보면 한국영화 리메이크로는 처음으로 6백 만 전후까지 관객이 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영화감독 차대세 선두주자로 조코 안와르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하눙 브라만티요 감독으로서는 다행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9년 조코 안와르 감독이 <군달라(Gundala)>라는 영화로 문을 연 부미랑잇 유니버스의 로컬 수퍼히어로 영화 프랜차이즈가 이후 <스리아시(Sri Asih)>, <피르고와 스파클링스(Virgo & Sparklings)> 등 후속편들이 준비되고 있는 한편 이에 대항하는 사트리아 데와 유니버스의 첫 영화를 하눙 감독이 맡아 제작했는데 그 <사트리아 데와: 가똣까차(Satria Dewa: Gatotkaca)>가 올해 초 개봉했다가 폭망하면서 완전히 체면을 구겼기 때문입니다.

조코 안와르 감독은 올해 <사탄의 숭배자 2: 커뮤니언(Pengabdi Setan 2: Communion)>을 내놓아 2017년 최고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관객 640만 명을 달성했는데 하눙 브라만티요 감독도 이번 <7번방의 선물>로 그 정도까지 간다면 조코 안와르에 못지 않는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증명하는 셈이 될 것입니다.
 
▲2022년 9월 17일 로컬영화 흥행순위

영화 자체의 내용은 한국 원작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사실 지적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사회나 교도소에서 받는 오해와 잔혹한 처우가 한국이나 인도네시아가 크게 다르지 않고 특히 저예산으로 만들 수 있는 스토리라인이 제작비가 한정적인 인도네시아 제작사로서는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누명을 쓰고 수감된 주인공을 도우려는 주변 사람들이 어린 딸을 감방에 들여보내 아버지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해주고 (그 딸이 바로 ‘7번 방의 선물’) 그의 누명을 벗겨주려는 사람들의 지난한 노력이 똑같이 펼쳐집니다.

7번 방 수감자들을 연기한 배우들 대부분이 코미디언들이고 여기저기 개그코드들이 장치되어 있어 관객들이 폭소를 터트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 이 영화를 ‘슬픈 영화’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원작이 그랬든 관객들 눈물을 쏙 빼놓은 스토리와 배우들, 특히 주인과 지적장애 아버지와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똑똑한 딸의 절절한 연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적장애 아버지 도도 로작(Dodo Rojak) 역의 피노 바스티안(Vino Bastian)과 딸 까르티카(Kartika) 역의 그라시엘라 아비가일(Graciella Abigail)
 

물론 피노 바스티안의 지적 장애인 도도 로작(Dodo Rojak) 연기가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게 될 부분은 적정선을 넘어버린 ‘신파’의 양과 농도입니다.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신파가 참신하고 감동적이라는 일각의 이야기도 있고, 인도네시아 영화에 신파 요소가 애당초 전혀 없지도 않았을 터인데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 영화에서 그 신파의 정도가 보통 한국영화의 허용치를 넘어버려 원래 이 영화가 의도한 감동과 공감의 눈물을 말려버리며 (한국인이라면) 관객 평균의 짜증과 분노를 일으킬 수준이라는 것이 가장 치명적입니다.

물론 인도네시아인들은 내가 치를 떨고 만 그 신파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게 주효했기에 ‘슬픈 영화’로 입소문이 나면서 관객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더욱이 이 영화는 여러 장점들이 있습니다. MD 픽쳐스의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 팔콘 픽쳐스(Falcon Pictures) 영화도 자국 상영용 필름인데도 영어 자막이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인도네시아 생활을 한 사람들에겐 크게 어려움 없는 대사들이 진행되지만 영어 자막의 존재는 외국인이 해당 영화를 좀 더 제대로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또 다른 강점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인데 특히 교도소장 헨드로 사누시(Hendro Sanusi)를 연기한 데니 수마르고(Denny Sumargo)가 시선을 끕니다.
 
그는 냉정해 보이는 마스크에 정의롭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교도소장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신파가 판치는 이 영화 속에서 그는 가장 중심을 잘 잡고 있는 절제된 인물이죠. 원작에서 정진영 배우가 분한 성남교도소 장민환 보안과장캐릭터입니다.
 
▲영화 속 데니 수마르고가 분한 헨드로 교도소장
 

한국 원작을 인도네시아 배경으로 리메이크 하는 과정에서 현지 상황에 맞춰 잘 녹여냈다고 평가합니다.

한국인들도 다시 한번 볼 만한 영화입니다. 사실 2013년 당시 감명깊게 원작을 보았지만 이미 10면 전 일이어서 인도네시아 리메이크를 보았을 때 원작의 스토리라인이 어땠는지 거의 기억나지 않았거든요. 신파 과잉치사의 위험만 감수한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배동선 작가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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