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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영화 <시진(Sijjin)>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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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491회 작성일 2024-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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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진(Sijjin)> 리뷰 


배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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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 포스터 


라삐필름(Rapi Films)에서 만들어 2023 11 9일 개봉한 영화 <시진(Sijjin)> 193만 명의 관객이 들어 2023년 로컬영화 흥행순위에서 9위에 올랐다.

원래 튀르키예 원작영화 <시찐(Siccin)>을 리메이크한 것인데 2014 1편이 나온 후 매년 속편이 만들어져 2019년 여섯 번째 속편이 나온 인기 호러영화다. Sijjin은 영원한 감옥, 고통스러운 형벌이란 의미다.

사촌을 사랑한 한 여성의 눈 먼 질투가 흑마술 저주를 통해 한 가문을 통째로 파괴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 그리 새삼스러울 것 없는 테마지만 튀르키예에서 그렇게 큰 인기를 끈 영화라기에,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개봉한 후 거의 200만 관객에 근접했다기에 뒤늦게 아마존프라임에서 찾아보았다.

1989년생 젊은 하드라 다엥 라뚜(Hadrah Daeng Ratu) 감독은 꼭 공포영화만을 고집하진 않았지만 여성 전용 이슬람기숙학교(쁘산뜨렌)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 <막뭄(Makmum)>(2019)에서 가능성을 비친 후 2023 <신비한 약속(Perjanjian Gaib)> <시진>을 만들었고 2024년엔 <시신 목욕사(Pemandi Jenazah)>, <다른 신을 섬긴 죄(Dosa Musyrik)>, <죽음의 순간(Menjelang Ajal) 등 온통 호러영화만 찍는 중이다


그중 2024 2월 개봉한 <시신 목욕사> 151만 명의 관객을 모아 일단 2024년 로컬영화 흥행순위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아직 상반기도 지나지 않은 상태여서 순위는 계속 바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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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라 다엥 라뚜 감독 


여성문제 드라마 문제작 전문 작가 겸 감독 기나 S 누르와는 살짝 결이 다른, 여성 시각으로 호러영화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꽤 흥미롭긴 하지만 내가 남자라 그런지, 아니면 인도네시아의 사촌간 근친상간이나 불륜문화에 대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익숙하면 큰일나지!) 스토리 전개가 살짝 불편했다.

그런데 시나리오 작가는 좋은 사람이 붙었다. 렐레 라일라(Lele Laila) <다누르(Danur)> 3부작을 비롯한 다누르 유니버스 작품 대부분과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KKN di Desa Penari)>, <이바나(Ivanna)>, <코린(Qorin)> 등 최근 유명 작품들 시나리오 작업을 단독 또는 다른 작가들과 함께 참여하며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작가다.

그래서 나름 재미있을 만한, 그리고 어느 정도 흥미로운 복선이 깔린 스토리인데도 흡입력이 좀 떨어지지 않는가 생각했던 것은 아무래도 무서움을 자아내야 하는 장면들이 과거 수십 차례 보았던 빙의한 여성의 퇴마 장면들을 되감기 해서 다시 보여주는 듯 좀 진부했기 때문인 것 같다. 젊은 여류감독이 벌써 진부하면 곤란한데 말이다.

시놉시스
아직 아마존의 해당 영화에는 한글 자막이 붙지 않았고 굳이 챙겨볼 한국인들은 별로 없을 것 같아 스토리 소개에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시키려 한다.

갈랑은 니사와 결혼해 가정을 이루었고 소피아란 이름의 열 살쯤 된 딸도 있다. 그런데 결혼 전부터 갈랑을 좋아했던 사촌 이르마는 결혼한 갈랑과 불륜관계를 맺어 임신하지만 갈랑은 마음을 고쳐먹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이르마를 밀어낸다. 질투에 눈이 먼 이르마는 더욱 갈랑에게 집착하고 그가 일하는 시장 정육점까지 찾아가 그를 몰아붙이다가 떠밀려 넘어지는 과정에서 유산하고 만다. 질투에 복수심이 더해지는 순간이다.

눈이 뒤집힌 이르마는 갈랑을 차지하기 위해 두꾼의 도움을 빌어 니사를 저주하려 한다. 두꾼은 든든한 복채의 대가로 이르마의 요청에 응한다. 저주술을 걸기 위해서는 니사의 사진과 소지품 또는 머리카락이나 혈액을 가져오라 한다. 주술이 발동되면 니사가 저주를 받아 5일 이내에 죽게 되는데 그 5일간 니사뿐 아니라 니사의 직계 가족들이 모두 죽게 된다는 것이다.

 

혈육의 법칙에 따라 실제로 피를 나눈 건 아닌 남편 갈랑은 저주의 대상에서 벗어나지만 니사와 갈랑의 딸 소피아는 저주를 피하지 못하게 된다. 이르마는 평소 소피아를 아꼈지만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어린 소피아마저 희생시키기로 결심한다.

갈랑이 없을 때 니사를 찾아간 이르마는 화장실 쓰레기통에서 사용하고 버린 생리대를 몰래 핸드백에 넣어 두꾼에게 가져간다. 혈액을 사용해 시전하는 저주술을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낸다. 그날부터 갈랑과 니사의 집에선 불길하고 기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함께 살고 있던 니사의 어머니, 즉 갈랑의 장모가 가장 먼저 참혹한 모습으로 목숨을 잃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르마와 함께 살며 이르마가 저지르려는 나쁜 짓들을 못하도록 충고하는 착한 여동생 울란도 빙의 증상을 보이더니 이르마가 보는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진다. 저주의 살에 울란에게 미친 것이다. 니사와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울란이 저주의 대상이 될 리 없는데 말이다.

결국 니사도 악령에게 빙의되어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저주의 증상은 이제 갈랑과 이르마에게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이르마는 자신이 두꾼에게 갖다 줘 흑마술의 매개체가 된 생리대의 피는 니사의 것이 아니라 마침 초경을 한 소피아의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갈랑과 이르마는 니사와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지만 조카인 소피아라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이르마는 자기 집안 전체에 저주를 건 것이다. 두꾼의 말대로 저주가 작동한다면 5일 이내에 갈랑와 이르마를 비롯해 가문의 모든 이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

일이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이르마는 이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급히 문제의 두꾼을 찾아 나선다.

이렇게 재미있는 스토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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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과 니사, 그리고 딸 소피아 


우스탓과 두꾼
이르마가 두꾼과 거래를 하는 동안 갈랑은 모스크의 우스탓으로부터 기도하러 모스크에 오라는 권유를 받지만 냉담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니사의 빙의 상태가 심각해지자 결국 그는 우스탓에게 도움을 청하고 우스탓은 종자들을 데리고 와 퇴마의식을 시행한다. 마치 모든 우스탓들은 누구나 다 귀신을 쫓아낼 퇴마 능력을 기본 스펙으로 지니고 있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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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에서 빙의된 여주인공을 단숨에 제압하는 우스탓 


한편 영화 속 두꾼들은 음산하면서도 꽤 용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그려지곤 하는데 <시진>의 주술사 역시 그렇다. 이 영화 속 두꾼은 특이하게도 자기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을 접수원 또는 조수처럼 쓰고 있다. 하지만 그런 능력있는 두꾼조차 자신이 발동시킨 저주를 중단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그건 주술의 메커니즘을 조금만 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모든 주술은 제물을 바치면서 시작된다. 원래 그 제물은 귀신의 힘을 빌고자 하는 이 자신의 생명이나 수명 또는 가장 사랑하는 가족 구성원 누군가이지만 두꾼들은 유력 종교의 제사장들처럼 사람 대신 짐승의 피를 바치는 것으로 이를 가름하기도 한다.


사실 이 대목에서 <파묘>의 대살굿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대살굿 역시 어떤 불길한 일로 인해 발생하는 살이 사람을 치지 않고 그 대신 닭, 돼지 같은 동물에게 가도록 귀신을 속이는 일종의 속임수이자 무속 비전의 기술이기도 하다.

저주가 발동되었다는 것은 이미 제물이 바쳐졌다는 의미. 이미 바쳐진 제물은 되돌릴 수 없으므로 이미 발동한 주술도 되돌리는 것은 극히 어렵다. 물론 높은 차원의 신령한 두꾼은 그게 가능할지 모르나 <시진> 속 두꾼은 그 정도 실력까지는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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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꾼 익산 


배우들
이르마 역의 앙기까 스리 뵐스터를리(Anggika Sri Bölsterli) 1995년생으로 이름에서 보이는 것처럼 네덜란드 혼혈이다. 2015년부터 꽤 많은 작품에 출연했는데 그중 잘 알려진 작품은 <요위스벤(Yowis Ben)> 3, 4편 정도다.

니사 역의 니껜 안자니(Niken Anjani) <시진>에서 이르마의 연적으로 나오지만 앙기까보다 일곱살 많은 1987년생으로 영화에는 2008년 데뷔했고 TV 시리즈도 다수 출연했다.

갈랑 역의 이브라힘 리샤드(Ibrahim Risyad) 1993년생이며 영화 데뷔는 2017년으로 이들 중 가장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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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니껜 안자니, 이브라힘 리샤드, 앙기까 스리 뵐스터를리 


퇴마 장면이 너무 진부하지 않았다면, 좀 더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2023년 흥행 2위를 한 <죽음의 문턱에서(Di Ambang Kematian)>보다 <시진>이 조금 더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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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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