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란 자카르타 필름위크(Jakarta Film Week 2024)와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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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일-27일 기간 중 인도네시아에서는 2024년 자카르타필름위크 (Jakarta Film Week 2024) 행사가
열렸다. 자카르타필름위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크게
침체한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의 관광창조경제부 주최로 2021년 시작되어
올해로 4회차를 맞았다.
개막식은 언제나처럼 자카르타 시내 그랜드 인도네시아몰의 6층 소재 현지 상영관산업 2위 기업인 CGV 시네미스(CGV
Cinemas)의 플래그쉽 영화관에서 열렸다. 올해의 개막식 상영작품은 인도네시아의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Sampai Jumpa, Selamat
Tinggal)>이 선정되었고 27일(일) 폐막식에서는 베트남 영화 <돈 크라이 버터플라이(Don’t Cry, Butterfly)가 상영되었다.
이 영화제에 세계영화 공식선정 작품으로 출품된 한국영화는 <파묘(Exhuma)>와 <6시간 뒤에 당신은 죽는다(You Will Die in 6 Hours)> 등 두 편이다.
2024년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에는 연초에 B급 배우들의 호러 코미디영화 <조금 달라(Agak Laen)>가 거의 천만 관객에 근접하는
흥행 돌풍을 일으킨 것, 9월까지 로컬영화 관람 누적 관객이
6,000만 명을 돌파한 것(이전엔 2022년
연간 5,500만 명이 최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스릴러 <피나: 이레가 지나기 전(Vina: Sebelum 7 Hari)>의 흥행으로 8년 전
살인사건이 재조명되어 7명이 무기징역을 받은 재판결과가 뒤집히는 등 여러 건의 굵직한 이슈들이 있었는데 <파묘>가 평소 한국영화들의 일반적인 현지 흥행 최대치였던 20여만 명의 10배에 달하는
260만 명 관객을 들이면서 크게 선전한 것 역시 올해 가장 센세이셔널한 이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를 제외하고 수입영화들 중 인도네시아에서 이 정도의 흥행을 한 경우는 거의 없다.
설립 후 30여년 간 한국영화를 단 한 편도 걸지 않았던 현지 상영관산업 1위 업체 시네마 21(이하
Cinema XXI)이 2023년에 <귀공자>를 시작으로 <더문>,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한국영화 세 편을 연이어 상영한 것은 당시 일시적으로
변변한 다른 수입영화가 없던 상황과 Cinema XXI의 변덕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이라 여겨지지만 2024년 초 <파묘>의
폭발적인 흥행은 한국영화에 대한 인도네시아 영화인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었다.
<파묘>는 올해 Cinema XXI에 걸린 첫 한국영화였고 그 파격적인
현지 흥행을 직접 경험하면서 Cinema XXI은 더 이상 한국영화들의 흥행가능성을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그 결과 그 후 올해 10월까지 <범죄도시 4>, <탈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하이재킹>, <파일럿>, <타로>, <빅토리>, <행복의 나라>, <베테랑 2>, <리볼버>, <대도시의 사랑법> 등 11편의 한국영화들이 더 Cinema XXI에 걸렸다.
Cinema XXI은 CGV의 수입배급사인 CBI 픽쳐스, <파묘>를 배급했던 싱가포르의 한국영화 수입배급사 퍼플플랜(Purple Plan) 등이 수입하는 한국영화를 모두 받아 상영하진 않고 그중 일부를 선택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작년 3편에서 올해 10월까지 12편으로 증가한 한국영화 상연 건수는 충분히 획기적이고 이는 <파묘>의 흥행에 크게 작용한 것이다.
Cinema XXI의 자체 영화수입배급사인
오메가 픽쳐스(Omega Pictures)가 오랜 불문율을 깨고 직접 한국영화를 수입하는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여운이 짙게 남은 <파묘>의
위력을 증명하듯 자카르타 필름 위크에 초청받아 온 한국 영화인들 중 <파묘>를 제작한 김영민 PD가 현지 영화관계자들의 큰 환영을 받았다. 그는 다수의 세미나와 토크쇼에 출연해 <파묘>의 제작 후기를 나누고 여러 영화제작사들의 차기작 공동제작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25일(금) 오후 2시부터 중부 자카르타 찌키니 머큐어 호텔(Hotel Cikini Mercure) 1층의 세미나실에서 <파묘>를 찍기 전 어떤 준비가 이루어졌는지를 소개한 김영민 PD에게
이 영화가 내포한 역사적 문제에 대해 부담감이 있었는지, 영화 촬영 중 변경할 수 없었던 테마나 절차가
있었는지, <파묘> 제작 중 가장 많은 비용이
든 것은 어느 부분인지, 영화촬영기간 중 실제 귀신을 보는 것 같은 영적인 체험을 했는지 등의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중 이 영화의 성공비결을 묻는 청중의 질문에 김영민 PD는 오히려 인도네시아인들이 생각하는
성공요소를 되묻자 현지 영화잡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관객들의 호러 스토리에 대한 선호도와 호기심을 언급했는데 그보다 더 큰 이유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위트홈>을 통해 많은 현지 팬들을 확보한 이도현 배우의
출연, 그리고 <파묘>를
보고 감명받은 네티즌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해당 내용과 후기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앞다퉈 관람인증을 했던 사실을 꼽았다.
그 자리에 참석한 또 다른 청중은 시나리오 속에 깊이 녹아 든 샤머니즘 등 한국문화, 귀신
이야기를 스릴러 형식을 풀어나간 전개, 한번 놀래키고 마는 점프스케어 방식이 아니라 밀도 있는 스토리로
긴장감을 고양시켜 간 점 등을 <파묘>의 성공요소로
뽑았다.
좀 더 크게 보면 <파묘> 개봉 당시
할리우드 파업으로 현지 극장에 내로라할 만한 다른 경쟁작들이 없었던 점, Cinema XXI이 자신이
가진 전국 1,300여 스크린들 중 상당수를 이 영화에 배정한 점, 그리고
싱가포르 퍼플플랜의 인도네시아 파트너인 시네폴리스(Cinepolis) 체인의 피트 픽쳐스(FEAT Pictures)가 당시 한창 한국에서도 화제를 몰고 있던 이 영화의 이슈들과 관객 증가 상황을 현지
마케팅에 영리하고도 시의적절하게 사용한 점 등이 ‘산업적 측면’에서의 <파묘> 성공요인이다.
자카르타 필름 위크에 이어 10월 31일(목)~11월 3일(일) 기간 중 제15회
한국-인도네시아 영화제(KIFF 2024)가 열린다. 자카르타, 반둥, 빨렘방
등 세 개 도시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이 영화제에는 상업영화들은 물론 뮤지컬, 인디영화 등을 포함한 한국영화 14편과 <형>의
리메이크 <The Annoying Brother>(2024)를 포함한 인도네시아 영화 다섯
편이 상영되는데 <파묘>는 이 엔트리에도 들어간다.
영화산업적 측면에서 본다면 올해는 인도네시아 역시 이견의 여지없이 <파묘>의 해다.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년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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