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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사랑은 한국 드라마처럼 아름답진 않아(Cinta Tak Seindah Drama Korea)> 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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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97회 작성일 2024-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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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한국 드라마처럼 아름답진 않아

(Cinta Tak Seindah Drama Korea)> 관람 후기


배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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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한 영화들을 조사하고 있던 차에 마침 이 영화가 나왔다. 극장 개봉은 12 5()이었는데 그보다 한 달쯤 전부터 <사랑은 한국 드라마처럼 아름답진 않아>라는 영화의 소개가 여러 매체에 실렸다


제목이 특이했고 트레일러에 한국에서 찍은 장면들이 많이 나와 인도네시아 영화 속에 한국이 어떤 식으로 표현되는지, 어디서 어떤 장면들이 찍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개봉한지 5일 차인 12 9() 극장을 찾았다. 평일 저녁인데도 관객들이 꽤 있었다.

물론 그간 내가 리뷰한 영화들이 거의 호러영화였던 것에 대한 반성도 한몫을 했다. 인도네시아 영화들을 조사하면서 드라마 장르 영화들을 완전히 빼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흥행순위에 든 영화들, 화제가 된 영화들은 장르를 막론하고 찾아봐야 좀 더 제대로 된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에 대한 이해를 가질 수 있을 터다.

하지만 확실히 취향을 극복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가렛걸>이나 <나나>, <알리와 퀸즈의 여왕들> 같이 흥미로운 스토리가 생동감 있게 그려진 영화들은 장르에 관계없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지만 대개의 로맨스 드라마들, 어딘가 달달하고 말랑말랑하지만 진부한 갈등의 클리셰가 넘쳐나는 것들을 두 시간쯤 진득 앉아 보는 것은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2024 477만 명의 관객을 들여 로컬영화 흥행순위 4위에 오른 <치명적인 사돈(Ipar adalah Maut)> 같은 작품은 인도네시아 영화를 평론하겠다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하는 영화다. 더욱이 무려 하눙 브라만티요 감독 영화다


이슬람 문화를 토대로 한 영화 속에서 신실한 무슬림 남편이 순진한 처제 사이에 튀는 불륜의 스파크가 무슬림이 인구의 80%가 넘는 인도네시아에서 당연한 듯 크게 흥행했는데 난 넷플릭스에 올라온 이 영화를 처음 클릭한 지 한 달이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대여섯 번 끊어가며 아직 반도 보지 못했다. 난 왜 이런 영화를 견디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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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사돈> 


시놉시스와 입체적인 캐릭터들
<사랑은 한국 드라마처럼 아름답진 않아>라는 영화 역시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큰 기대 없이 스튜디오에 들어섰는데 갈수록 내용 전개가 제법 흥미로웠다. 물론 넷플릭스에서 봤다면 두 번쯤 끊어서 봤을 것 같은 대목들이 나오긴 하지만 로맨스 드라마에 어느 정도 내성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좋아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스토리도 나름 탄탄하지만 무엇보다도 영화 속에 그려진 여러 인물들이 각각 과도하지 않게, 그러나 충분히 그 성격과 행동을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입체적으로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뭐든 납득이 되면 그때부터 감정이입이 되고, 그게 바로 재미있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지점이 된다.

영화는 세 명의 한류 골수팬들이 한국여행을 출발하면서 시작한다. 주인공 데아(루테샤 분)의 충실한 남자친구 비모(가닌드라 비모)가 모든 여행비용을 부담했다. 데아는 고등학교 시절 교통사고로 부모를 동시에 잃은 후 남동생 삭티(라플리 알타마 뿌트라 분) 단 둘이 살아왔는데 비모는 오래 전부터 그림자처럼 데아의 주변에서 그녀를 알게 모르게 돕다가 이젠 서로 결혼을 생각하는 연인관계가 되어 있다.

함께 출발한 미모와 큰 키를 겸비한 타라(아냐 제랄딘 분)는 누구보다도 정이 많아 데아 남매와 가족처럼 가까이 지내지만 정작 자신은 연예 기획사에서 자리를 잡은 후에도 남자친구 없이 일에만 몰두하던 중 뜬금없이 한 난봉꾼 유부남 연예인과의 스캔들에 휩쓸린다


또 다른 친구 끼깐(데아 빠넨드라 분)은 고등학교 시절 애인과 일찍 결혼해 어느 새 세 딸을 가진 전업주부가 되었다. 그녀는 아들을 원하는 남편과 시댁 때문에 출산을 거듭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시간과 젊음이 낭비되고 말았다는 은밀한 자괴감을 마음 속 한 켠에 가지고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d59025d742ace7907f68dd795833e8a6_1733936392_0914.jpg▲경복궁에 간 세 친구들 


데아는 11년 전 고교 시절 첫사랑 줄리안(제롬 꾸르니아 분)을 서울에서 다시 만난다. 그들이 재회하는 과정은 개연성이 떨어지고 진부함이 넘쳐난다. 그런 점이 낳는 가장 치명적인 부작용은 거기서 이미 영화의 결말을 예측하게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 로멘스 코미디 드라마들이 그렇듯 말이다.

11년간 대체로 곁을 지켜준 지금의 남친 비모와 그 오랜 시간 후에 만난 줄리안이 데아의 마음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식적으로, 논리적으로 비교할 수조차 없다. 그런데 나뿐만 아니라 영화 좀 봤다는 관객들은 다 그렇게 생각할 터이니 영화는 당연히 그 생각을 뒤집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그래서 재미없을 것 같았던 이 영화가 의외로 재미있어지는 대목은 데아와 비모, 그리고 줄리안의 삼각관계에만 기대지 않고 각본가이자 감독인 메이라 아나스타시아(Meira Anastasia)가 데아의 두 친구 이야기에도 적잖은 비중을 두어 각각의 스토리를 진행시킨 부분이다. 그 노력이 주효해, 자칫 밋밋하고 뻔할 뻔했던 영화의 깊이와 폭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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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히 예상되는 데아의 삼각관계를 대놓고 스포하는 포스터 


소속사 여성 아티스트를 위해 유명 배우의 불륜녀 누명을 대신 쓰고 악플에 시달리던 타라가 늘 어리다고 여겼던 데아의 남동생 삭티의 대담한 접근에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은 이 영화에서 가장 달달한 장면이다. 당뇨가 있는 분은 이 장면을 피해야 한다. 세 딸의 육아에 시달리는 끼깐 부부의 서사와 대화도 상당한 공감을 자아낸다.

데아와 삼각관계를 이루는 두 남자 중 비모는 스토리 진행 중 좀 무리하다 싶은 부분을 말이 되도록 풀어주는 충실한 서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롬 꾸르니아가 연기한 남주 포지션 줄리안 캐릭터의 입체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줄리안을 한국에 데려다 놓기 위해, 그리고 그곳에서 데아와 우연히 재회시키기 위해 시나리오 작가가 개연성 부분에서 좀 무리했음이 역력히 보인다. 그래도 그 부분을 질끈 눈감아준다면 영화는 대체로 꽤 잘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영화의 5분의2쯤 차지하는 한국 로케이션 촬영분에는 우리에게 낯익은 성병숙 배우도 출연한다. 이 영화 속에서 경복궁, 남산타워, 인사동, 반포대교 무지개 분수, 서울 지하철 등 다양한 장소가 소개되고 있어 아마 한국관광공사나 콘텐츠진흥원 같은 곳의 촬영장 섭외지원을 받았을 것 같다.

이 영화는 한류 또는 한국에 관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30살 동갑 동창 세 여성의 성장 드라마다. 하지만 출연진들이 영화 곳곳에서 사용하는 한국어 단어들, 극중 한국에서 4년 살았다는 설정의 제롬 꾸르니아가 공들여 연습했을 것이 분명한 꽤 긴 한국어 대사가 영화 속 대부분의 출연진들, 특히 끼깐의 가족들이 구사하는 영어 못지않게 자주 등장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젊은 여성들은 열에 아홉 정도가 한류에 열광하고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한 이들이었다. 그 중엔 한국어를 전공하거나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깜짝 놀랄 정도로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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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 제롬 꾸르니아와 포즈를 잡은 성병숙 배우 


감독과 배우들
이 영화는 1983년생 메이라 아나스타샤의 첫 단독감독 데뷔작이다. ‘단독감독이란 단어가 좀 어색한데 그녀는 인도네시아 영화계에서 그리 흔치 않은 화교 영화인 어네스트 뻐르까사(Ernest Perkasa)와 결혼해 2016년 이후 어네스트가 감독한 영화들 상당수, <옆집 책방 좀 봐(Cek Toko Sebelah)>(2016), <신호가 안잡혀(Susah Sinyal)>(2017), <불완전(Imperfect)>(2019), <띠까의 수수께기(Teka Teki Tika)>(2021) 등에공동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원래는 조감독 정도의 일을 시키며 감독 수업을 시킨 것이겠지만 부인이니 급을 올려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이 영화에도 어딘가 드라마 장르에 특화된 남편 어네스트 감독의 연출 분위기가 살짝 엿보인다. 어쨋든 메이라는 이 영화로 대체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한 것 같다. 


d59025d742ace7907f68dd795833e8a6_1733936474_2283.jpg▲어네스트 뻐르까사(왼쪽)과 메이라 아나스타샤 감독 부부 


여주 데아 역의 루테샤는 어딘가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여러 영화에 얼굴을 보였는데 대개 비중있는 조연을 맡았다. <써니>의 리메이크인 <베바스(Bebas)>(2019), 2021년 인도네시아 영화제 작품상 수상한 <복사기(Penyalin Cahaya)>(2022) 등에도 출연했다. 특이한 점은 호러영화에 아주 잘 어울릴 마스크인데도 호러영화 출연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끼깐 역의 데아 빠넨드라는 굳이 예뻐보이려 애쓰지 않는 배역에 많이 기용되는데 많은 영화에서 루테샤와 함께 출연했고 예의 <복사기>에서는 책임감 강한 연극동아리 회장역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데아도 대부분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다양한 배역에 어울리는 마스크인 만큼 최근엔 <빠말리: 뽀쫑 마을(Pamali: Dusun Pocong)>(2023), <막뭄 2(Makmum 2)>(2021), <다누르: 수냐루리> 등의 호러영화도 필모에 올렸다.

d59025d742ace7907f68dd795833e8a6_1733936494_8796.jpg▲왼쪽부터 데아 빠렌드라, 루테샤, 아냐 제랄딘 


따라 역의 아냐 제랄딘은 달달한 마스크를 가진 또 한 명의 드라마 전문 배우다. 2018년 데뷔한 이래 호러영화에는 단 두 편 출연했다. 이 영화에 출연한 여자 배우들은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인도네시아를 휩쓸고 있는 호러 트랜드 대체로 비켜나갔다.

줄리안 역의 제롬 꾸르니아는 2024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내는 중이다. 그가 올해 출연했던 <사랑의 건축학(The Atchitecture of Love)> <암흑의 권세(Kuasa Gelap)> 두 편이 로컬영화 흥행순위 15위 안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남주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인상적인 연기를 보이진 못했다. 배역이 그리 매력적이지 못했다.

오히려 악역 포지션인 비모 역의 가닌드라 비모가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악한 악역 아니다. 나쁜 사람들이 한 명도 나오지 않는 영화여서 편안하게 볼 수 있었는지 모른다. 로맨스 드라마에 그리 어울리지 않는 마스크를 가진 가닌드라는 주로 액션영화에 출연했다. 얼굴이 만만찮아서인지 호러영화에도 전혀 출연하지 않았다. 귀신도 보고 도망갈 것 같은 인상 때문일까?
 

d59025d742ace7907f68dd795833e8a6_1733936514_2505.jpg▲왼쪽부터 동생 삭티 역의 라플리 알타마 뿌트라, 제롬 꾸르니아, 가닌드라 비모 


하지만 가장 빛난 남자 배우는 데아의 동생 삭티 역의 라플리 알타마 뿌트라다. 누나와 누나 친구들 사이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한 남동생에서 믿음직한 남성으로 성장한어린 어른역이 꽤 매력적이어서, 이 영화가 흥행한다면 그 상당부분이 아냐 제랄딘과 라플리의 핑크빛 분위기에 공을 돌려야 할 것이다.

영화 속의 한국
한국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인도네시아 영화는 <사랑은 한국 드라마처럼 아름답진 않아>가 처음이 아니다. 그중 상당한 한국 장면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영화로 2016년작 <질밥 여행자: 한국에서 튄 사랑의 불꽃 (Jilbab Traveler: Love Sparks in Korea)>이 있다.

d59025d742ace7907f68dd795833e8a6_1733936536_736.jpg<질밥 여행자: 한국에서 튄 사랑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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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한국 드라마처럼 아름답진 않아> 속 한국은 스토리의 진행을 위한 소품에 지나지 않았지만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흥미를 갖고 갈 법한 곳들을 보여주고 있어 이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한국여행에 대한 로망을 더욱 키워줄 것 같다. 물론 이 영화의 제목 때문에 한류 팬들이 이 영화를 더 많이 찾을 것이므로 이 영화의 흥행 정도가한국을 제목에 넣는 것 만으로 어느 정도의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는가의 척도로도 작용할 것이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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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럭저럭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청각장애용 인니어 자막이나 영어자막조차 달려 있지 않아 인도네시아어가 자연스럽지 않은 분들에겐 추천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사를 따라갈 수만 있다면 충분히 볼 만한 영화다. 물론 치사량의 꽁냥꽁냥을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여주 루테샤나 남주 제롬 꾸르니아보다 아냐와 라플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 같다.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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