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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사내맞선> 리메이크 : 폭망한 영화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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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14회 작성일 2025-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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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맞선> 리메이크 : 폭망한 영화는 다 이유가 있다


배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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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업제안(Business Proposal)>은 동명의 한국 드라마와 웹툰 <사내맞선(The Office Blind Date)>을 리메이크한 것인데 은막에 오르기도 전 보이콧 위협을 받았고 개봉한 후에도 며칠 버티지 못하고 상영이 종료되면서 흥행에서도 참패하고 말았다.


아리엘 테이텀과 아비자르 알 기파리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2025 2 6일에 개봉했지만 극장에서 1주일도 채 상영되지 못했다.

보이콧의 이유
남주 아비자르의 모종의 행동이 논란을 일으키자 한국 콘텐츠를 사랑하는 다양한 팬들, 특히 한국 원작 드라마 <사내맞선>의 팬들이 이를 비난하며 상영 취소를 요구했고 급기야 보이콧을 선언했다.

영화 홍보를 위해 미디어 인터뷰를 하던 아비자르가 자신은 원작 드라마의 첫 번째 에피소드 일부만 시청한 후 나머지를 보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를 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발전시키고 싶어 그렇게 결정했다는 것인데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다. 국내외 배우들 중 원작 속 캐릭터에게 지배당하거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이 해석한 오리지널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원작을 보지 않는 연기자들은 어디 나라든 일정 정도 있기 마련이고 아비자르도 그런 생각을 한 배우였다. 남주 아비자르는 원작 한국 드라마의 강태무(효섭)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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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자르 알 기파리 


여기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아비자르는 팟캐스트에서 드라마팬들이 "광신적"이라고 표현한 부분이었다. 한류 팬들은 이 표현을 아비자르가 고정관념에 휩싸여 한류 팬들을 싸잡아 모욕했다고 받아들였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비자르는 팟캐스트에서 자신을 향한 항의와 비판에 관심이 없다며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은 "나중에 시사회에 초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만을 떨며 갑질을 한 것이다.

'
조건부' 사과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비난이 빗발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작사인 팔콘픽쳐스와 아비자르가 공개 사과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팔콘이 영화 제작진 숫자를 언급한 부분이 팬들로 하여금 이 발언이 진심이 아니라고 여기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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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콘 픽쳐스의 사과문(왼쪽)과 아비자르의 사과문(오른쪽) 


"
한 명의 배우가 20명의 아티스트와 100명의 제작진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굳이 관객이 그들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가질 필요가 대체 뭔가요"
"
용서할 수 없어요. 난 그냥 광신도 할래요. 그냥 이 영화 보이콧하겠습니다."
"
~ 아무도 자기 영화 안 볼까봐 겁먹은 모양이네".
"
볼 생각 없어요. 당신 배우 태도가 최악이에요"
"
남자 주인공은 인터뷰를 하면 할 수록 더 많은 실수를 해요, 이미 수습하긴 늦었어요."

팬들로부터 이런 반응을 얻으며 2025 2 6일에 개봉한 이후 극장에서 1주일도 안되어 스크린에서 내려와야만 했다.

관객 들지 않아 조기 종영
팔콘픽쳐스와 아비자르 알-기파리의 사과문도 영화 <사업제안>을 구해내지 못했다. 개봉 초기 티켓 판매량도 같은 류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인도네시아 영화제작사들은 대개 개봉 첫날 수만 명 혹은 수십 만명 관객이 들었다며 이를 별도의 포스터로 만들어 홍보하곤 하는데 팔콘픽쳐스는 그러지 않았다. 그렇게 홍보하기에 첫날 전국 관객 6,000명이란 숫자는 너무나 보잘 것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봉 둘째 날부터 전국 상영관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 수가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개봉 둘째날인 2 7() 자카르타 지역의 XXI 영화관 네트워크에서 <사업제안>은 불과 17개 상영관에서 각각 매일 2~5회 상영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하루 1회 상영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카르타 지역의 시네폴리스 영화관 체인에서는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이 영화를 상영하는 스튜디오가 대부분 텅텅 비었기 때문이다.

영화 '사업 제안'(2025)을 상영하는 스크린 수는 상영 3일째에도 계속 감소세를 보였다. 2 8() 자카르타에서는 25개 이상의 영화관이 있지만 XXI 영화관 5곳과 CGV 영화관 5곳만이 <사업제안>을 상영했다. 다른 대도시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반둥에도 수십 개의 영화관이 있지만 이 중 단 세 곳에서만 이 영화를 상영했다.

보이콧 움직임은 IMDb의 이 영화 페이지로도 확산됐다. 네티즌들은 만장일치로 이 영화에 가장 낮은 평점인 1점을 부여했다. 2 14()까지 이 페이지를 방문해 평점을 준 21,000명의 팬들은 모두 하나같이 1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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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테러 


개봉 다섯째 날인 2 11()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사업제안>을 상영하는 영화관은 3개 대형 상영관에서 52개에 불과했다. 즉 전국 극장의 약 10% 정도가 이 영화를 걸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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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2 12()에 개봉되기 전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제안>을 상영하는 극장은 아직 수십개가 있었지만 인도네시아의 영화 관객에 대한 데이터를 비공식적으로 집계하는 민간 웹사이트 Cinepoint에 따르면, 2 14() 기준, 이 영화는 20,874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그나마 <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개봉하면서 <사업제안>은 나머지 스크린 대부분을 잃었다.

평균 티켓 가격을 4만 루피아( 3,500)로 가정하고, 스튜디오가 티켓 판매 수익의 50%를 얻는다고 가정할 때, 이 영화는 흥행 수익으로 4 1,700만 루피아( 3,654만 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리 스케일이 크지 않은 영화라 해도 요즘 물가가 많이 오늘 인도네시아에서 웬만한 영화를 한편 찍는 제작비용이 수십억 루피아에 달하는 것이 보통이다. 인도네시아 영화계의 속설은 유료 관객 30만 명이 최소 손익분기점이라 말하곤 하는데 앞서 계산처럼 티켓 가격을 4만 루피아로 보면 12억 루피아( 1500만 원) 정도 선이다. 결국 이 영화는 완전히 폭망 확정이다.

영화제작비는 물론 그에 맞먹는 마케팅과 홍보비용을 거의 뽑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영화가 구설수에 오르지만 않았다면 일반적인 한국영화 리메이크 작품들이 보였던 40~150만 정도의 관객이 들었을 터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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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제안>이 종영된 후 지금까지 팔콘 픽처스는 이에 대한 어떠한 추가적인 입장발표를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남주 한 명의 오만한 발언이 어떤 파국을 가져올 수 있는지, 온건하게 흐르는 물결과 같던 한류팬들의 세계가 어떻게 영화 한편을 완전히 집어 삼키는 풍랑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 되었다.

아비자르 알 기파리는 2001년생 젊은 배우로 2014년 영화 <사랑의 히즈라(Hijrah Cinta)>에 아역으로 데뷔한 후 몇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최근 개봉한 태국영화 <404 Run Run>에도 얼굴을 비춰 주가를 올린 후 이번 <사업제안>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하지만 한류팬들을 광신도라 여기던 자신의 극단적이고 편파적인 생각을 입 밖에 낸 탓에 그가 출연하는 영화나 드라마들은 당분간 위기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CNN인도네시아 https://www.cnnindonesia.com/hiburan/20250214151049-220-1198361/kenapa-film-a-business-proposal-diboikot-hingga-flop/2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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