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인도네시아 이야기>일반부 대상 /맹그로브 나무의 삶 > 한인니 문화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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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니 문화 연구원 제11회 <인도네시아 이야기>일반부 대상 /맹그로브 나무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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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기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6,354회 작성일 2021-10-2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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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인도네시아 이야기>일반부 대상 주인도네시아대한민국 대사상
 
둘 곳 찾아 뿌리를 내리면 그곳이 어디든 내 집
맹그로브 나무의 삶
(Karangan)Kehidupan Pohon Mangrove
 
권영경(주부전 환경조경연구원, 자카르타)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이따금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온 쪽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고 한다. 행여 따라오지 못한 ‘걸음이 느린 영혼’을 기다려 주기 위한 배려에서다.

2020년과 2021년, 지나온 시간과 얼마만큼 남았을지 모를 앞으로의 시간들이 어쩌면 우리 인류에겐 바로 그런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당신의 영혼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Covid-19, 이름도 생소하던 고약한 바이러스 하나로 온 세상이 멈춘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말을 막 하기 시작한 어린아이부터 아흔이 넘은 어르신까지 하루에도 몇 번이고 코로나를 떠올리는 세상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다. 만약 이런 시기에 한국에 있었다면 지금보단 활동이 조금 더 자유롭지 않았을까? 몇 번을 고민했지만 결국 가족이 함께 이겨내자는 마음으로 이곳에 남았다. 그렇게 1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상황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부모님과 가족들은 여전히 그곳에 있고 나는 하늘의 떠가는 비행기를 보며 그저 꿀꺽꿀꺽 그리움을 삼킬 뿐이다.

4년 전,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 왔다. 이 나라에 대해 아는 거라곤 고작해야 세계적인 휴양지 발리(Bali)와 불교 유적지 보로부두르(Borobudur, 인도네시아 자바섬 중부 족자카르타에 위치한 불교 사원)가 전부였다. 그런 내가 마흔을 코앞에 두고 자카르타도 아닌 자바섬 작은 소도시 찌까랑(Cikarang)에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2017년 2월 어느 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곳엔 태어난 지 200일 갓 넘은 아이와 남편 퇴근 시간만을 목 빠지도록 기다리는 육아에 찌든 서른 후반의 한 여자가 있었다.

출산 후 6개월 정도가 지난 시기의 모든 엄마들이 그러했겠지만 우울했고, 무기력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가족사진을 찍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들, 그 누구도 만나지 않던 시간들을 그저 흘러가게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시작한 일이었다.

비록 매주 같은 배경, 특별할 것 없는 표정이었지만 사진을 찍는 행위가 우울의 구렁텅이에 빠질 뻔했던 수많은 순간들에서 나를 건져내 주었다. 그렇게 그곳에서 살던 3년의 시간 동안 146장의 가족사진이 남았고 아이의 성장과 우리 부부의 시간도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같은 일을 꾸준히 반복하는 일’은 수련하는 마음과도 같아서 자꾸 흩날리는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준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로 모아지는 마음(일심一心)이 나와 가족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
마음의 평정을 잃지 말라
당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
, 식사, 옷차림을 간소하게 하고 번잡스러움을 피하라
날마다 자연과 만나고 발 밑에 땅을 느껴라
농장 일이나 산책, 힘든 일을 하면서 몸을 움직여라.
근심 걱정을 떨치고 그날그날을 살라
날마다 다른 사람과 무엇인가를 나누라
혼자인 경우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무엇인가 주고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를 도우라
삶과 세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라
할 수 있는 한 생활에서 유머를 찾으라
모든 것 속에 들어 있는 하나의 생명을 관찰하라
그리고 세상 모든 것에 애정을 가지라
 
-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중, 헬렌니어링

 
이사 오기 전 살았던 곳에선 단지 주변을 매일 걸을 수 있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유일하게 허락된 외부 활동이라 산책에 유독 집착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지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주택단지에 살았고 세월의 크기만큼 큰 나무들이 많았다. 매일 오후 4시가 넘으면 아이와 운동화를 신고 단지를 서너 바퀴 돌았다. 자연주의자들이 알려주던 방법들을 실천하며 그렇게 두 발로 땅을 밀어 걷고 뛰었다. 힘을 쓰고 나면 신기하게 더 많은 힘이 생겼다. 매번 같은 길을 걸었지만,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4시와 5시가 달랐다.

태양이 뜨고 지는 것, 구름이 흘러가는 것, 푸른 나무를 보는 것. 아침, 저녁으로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듣는 것, 그저 제 할 일을 하며 최선을 다해 핀 길가의 들꽃들을 보는 것, 이런 것들을 관람료 없이 실컷 소유 할 수 있음이 그저 감사했다.
 
한참 확진자가 급증해 도시가 문을 걸어 잠그고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던 시기도 있었기에 바깥세상과의 만남은 더욱 절실했다. 그리고 다행히 풀과 나무들은 아직 코로나로부터 안전했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우리에게 자연마저 허락지 않았다면 아마 인류는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진작 참패했을지도 모른다. 고맙다. 길가의 모든 풀들아.

SF영화 제목 같던 ‘2020_이공이공’의 해가 시작되자마자 찾아온 이 망할 역병 COVID-19는 한순간에 전 세계를 혼란에 빠트렸다. 어느 한 나라도 예외란 없었다. 이리도 어수선한 시기에 우리 가족은 인도네시아에 온 지 3년 만에 지방 도시에서 자카르타 대도시로 이사를 했다. 아파트는 입주자를 제외한 사람들의 출입이 불가했고 외출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그나마 지방 도시에서 매일 하던 산책도 더 이상 하지 못한다. 인도네시아에 처음 도착해 느꼈던 우울함과 무기력함이 다시 몰려왔다. 그래서 지금 나는 매주 가족사진을 찍던 것과 비슷한 이유로, 집안에서 식물들을 키우고 글을 쓰며 흩날리는 마음을 다시 하나로 모은다.

지금은 비록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에 와서 엄마로만 살고 있지만 엄마 이전의 나는 아이들의 숲속 놀이터를 디자인하는 조경가, 실내조경 기사였다. 삶의 가치를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서 찾으려 애쓰던 꿈 많은 공상가이기도 했다. 지방 도시에선 문만 열면 볼 수 있었던 초록 나무들을 이 거대한 도시에선 쉽게 볼 수 없어(아파트를 나서면 바로 큰 도로이고 인도네시아는 도보가 잘 갖추어진 곳이 아직은 그리 많지 않다) 식물들을 집에 들이기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식물과 포트를 온라인으로 주문해 매주 한 번 아이와 나란히 앉아 식물을 심는다. 그렇게 흙을 만지고 식물을 바라보고 각자의 얼굴에 맞는 이름을 짓는다.

뿌리 위로 소복하게 덮은 흙을 탁탁 다지며,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기고, 가까이 다가가 생김새를 구석구석 살피며, 이 답답한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반복되는 하루의 끝에서 돌아보면 식물을 보살피는 행위가 결국 나를 보살피는 일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엄마 이전의 삶은 환경과 숲, 공원과 자연 교육 등의 일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학부 때부터 따지면 스무 살부터 서른 중반까지 15년도 훨씬 넘는 시간이다. 그래서 그런지 현직에 있지 않아도 여전히 나무와 환경에 관심이 간다. 숲과 환경에 대한 교양프로그램들을 챙겨 보거나 충격적인 이슈를 접할 땐 직접 나서진 않지만, 방구석에서 소심하게 하루 이틀 환경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자카르타에 와서 가장 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맹그로브 나무였다. 그래서 락다운이 풀리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 간 곳은 자카르타 북부 공항 근처 해변에 심어진 맹그로브숲이었다. 사람이 많이 찾는 공공기관은 여전히 만 4세 아이들의 입장을 제한하고 있어 아이와 남편을 두고 나 혼자 그 바다 위 둥둥 떠 있는 물 위의 숲을 걸었다. 거짓말처럼 발걸음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보통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 그런데! 물속, 그것도 염분을 가득 머금은 바닷물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나무가 있다. 그것이 바로 맹그로브 나무다.
 
바다와 육지 경계에 사는 이 나무는 덥고 습한 곳에서 잘 자라 동남아 해안가에서 주로 볼 수 있는데 고맙게도 이들 덕분에 태풍과 해일로부터 육지가 보호를 받는다. 실제로 2004년 동남아시아 쓰나미로 11개 국가에서 23만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그 중 바닷가에 심겨진 맹그로브숲이 파괴되지 않은 지역의 피해가 가장 적었다고 한다. 맹그로브 나무의 뿌리와 가지가 파도를 분산시켰기 때문이다. 그 일을 겪은 후에야 사람들은 이 나무가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맹그로브 나무는 수형도 독특하다. 바다 아래로 뿌리를 뻗기도 하지만 공중으로 뿌리가 노출되기도 한다. 뿌리는 산소를 빨아들이기도 하고 강한 파도로부터 나무가 쓰러지지 않도록 지켜 준다. 또한 촘촘한 뿌리가 염분을 걸러내는 여과 기능을 하기 때문에 바다에서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뿌리는 물고기와 게, 다양한 해양 동물들의 안전한 서식처가 되어주고 지역 주민들은 뿌리 안에 모인 물고기와 목재를 팔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먹고 사는 것이 더 중요한 동남아 국가에선 휴양지나 새우 양식을 위해 맹그로브를 무차별하게 베어 버리기도 한다. 그러한 이유로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다뤄지는 맹그로브는 언제나 슬프다. 지구 최대 맹그로브 서식지였던 필리핀 팔라완 해변은 새우 양식으로 나무가 반 이상 없어진 상태이고 최근에야 맹그로브의 환경 가치가 부각 되면서 보호지로 관리되고 있다.
 
염분에도 끄떡없이 바닷속 갯벌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이 나무는 환경에 놀랍게 적응하는 능력을 갖는다. 보통 나무는 씨앗을 통해 번식하는데 맹그로브는 긴 열매 같이 생긴 주아(새끼)를 낳아 바다로 떨어트린다. 그리고 이 ‘주아’는 바다의 물살을 이용해 이동하다가 적당한 곳을 발견하면 그곳에 안착해 뿌리를 내린다. 기록에 의하면 물에 둥둥 떠서 40일까지 이동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엄마 나무에서 떨어져 나간 새끼 나무는 그렇게 다른 곳에 독립을 하고 군락을 이루며 정착해 살아간다.
 
식물들이 꼭 한 자리에서만 나고 자라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양하게 자리를 이동해 살아가는 식물들이 있다.
 
▲바닥에 떨어진 기다란 것이 맹그로브의 새끼인 ‘주아’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는 150여 종의 무화과나무가 서식하는데 그 중 땅무화과나무는 땅바닥에 열매를 맺는다. 땅을 파서 먹이를 찾는 야생 멧돼지가 낮게 열리는 이 열매를 먹고 멧돼지 이동 경로에 따라 무화과가 번식한다.
 
수마트라가 원산지인 자색 문주란은 꽃이 지면 씨방의 씨앗이 생기는데 그 씨앗은 호두알만큼 크다. 무거운 씨앗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줄기가 픽 쓰러져 버리는데 결국 그 틈을 타 씨앗은 데굴데굴 굴러 바다로 이동한다. 부력이 있는 씨앗은 물에 떠내려갈 수 있고 그렇게 떠내려간 씨앗은 어딘가 해변에 닿아 적당한 조건이 맞아 떨어졌을 때 다시 뿌리를 내리고 자신의 삶을 이어간다. 식물도 여행을 한다.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기도 하고 바다 건너 전혀 다른 나라에 터를 잡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의 모험과 용기로 거칠고 메마른 땅이 커다란 숲이 되기도 한다.

맹그로브 나무도 그렇게 엄마 나무에서 독립해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는다. 물속에선 해양 자원들의 안식처로, 물 위에선 열대 우림의 5배가 되는 엄청난 양의 탄소를 흡수하며 우리 지구를 지금도 부지런히 살려내고 있다.

자카르타를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또는 살고 있다면 맹그로브 숲(Taman WisataAlam Mangrove)을 찾아가 조용히 걸어 보길 추천한다. 어느 선진국 공원처럼 근사하고 쾌적한 환경은 분명 아니지만 바다에 뿌리내리고 사는 이 나무들의 삶을 누군가는 한 번쯤 인정해 주면 좋을 것 같다. 언제나 그러하듯 자연은 그 가치를 알고 나면 그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 진다. 자연의 선함엔 끝이 없다.

코로나 때문에 마치 마스크를 얼굴에 이식한 것처럼 쓰고 다니니 얼굴 가까이 자연 바람을 허락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 부드럽고 간질거리는 바람의 촉감을, 눈, 코, 입을 스치는 한없이 청량한 바람의 냄새를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도 쭉 누리며 살았으면 좋겠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앞으로 80년은 더 살아갈 세상이다.
 
티가 나진 않지만, 우리가 자연에 행하는 작은 ‘선함’들이 쌓이고 쌓인다면 언젠가 다시 모진 쓰나미가 닥쳐도 전부가 무너지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멈춰 있어도 좋으니 더 이상 이 세상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바쁘게만 살아온 우리 인간들에게 ‘걸음이 느린 영혼’을 기다리는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진 우리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이 배려의 신호를 더 이상 모르는 척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한발은 육지에, 다른 한발은 바다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저 맹그로브 나무들이 꼭 우리 삶의 모습 같다. 한국 사람이지만 인도네시아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 이곳에서 우리는 아이를 키우고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산다.
 
우리가 여기서 내린 뿌리 사이에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더 단단해 져야지 다짐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힘주어 말해준다.
 
마음 둘 곳 찾아 뿌리를 내리면 그곳이 어디든 내 고향, 내 집이 될 수 있다고.
그리고 그곳에서 최선을 다해, 선한 마음 나누며 살아야 한다고.
저 푸르른 맹그로브 나무들처럼.
 
사람(man)과 숲(grove)의 합성어를 가진 mangrove는 정말로 그 이름처럼 인간을 살리는 나무가 아닐까 싶다. 우리에게 남겨진 마지막 희망의 나무. 아이가 이 나무의 삶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좌) 자카르타 맹그로브 숲(jakarta Taman WisataAlam Mangrove) (중) 아래로 촘촘히 뻗은 뿌리 덕분에 그 사이사이 여러 어린 해양 동물들이 서식할 수 있다.(우) 공중으로 뿌리가 자라기도 한다.
 
<수상 소감 / 권영경(주부, 전환경조경연구원)>
사람이 풍경이 되는 사진을 좋아합니다. 아이가 엄마 손을 꼭 잡고 걷는 뒷모습 이라든지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새벽 거리를 쓸고 있는 장면 같은 것 말이죠. 그런 것들은 어떤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마음의 울림을 주곤 합니다. 결국 우리는 ‘평범한 일상이 주는 힘’으로 눈을 뜨고 감는 매일의 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섯 살 아이를 키우며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십 대 주부에게 전혀 평범하지 않는 일이 일어났네요. 수상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던 날 한참을 멍하니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외로워서 한 줄, 때론 지쳐서 한 줄, 그 와중에 또 행복한 날도 있어 그렇게 또 한 줄 한 줄 ‘쓴’ 글이 아직 제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 말해 주는 것 같아 가슴이 뜨겁습니다.
 
제 글이 특별하거나 훌륭하다 생각지 않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고국을 떠나 이 먼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아이들을 키우며 묵묵히 제자리 지키고 계신 모든 부모에게 주는 응원이라 여기고 싶습니다. 그들을 위한 진심을 담은 글이기도 하고요.
 
수상자 사진을 내라는 주최 측의 말에 사진첩을 한참을 뒤적여도 최근 2~3년 사이 혼자 찍은 독사진이 하나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가족사진 아니면 제 옆엔 항상 아이가 있네요. 이것이 지금의 제 삶입니다. 더 이상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은 부모의 삶. 하지만 오늘만큼은 마음껏 주인공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내일이 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평범한 것들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을 계속 하려 합니다.
 
정말 기쁘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아름다운 한글로, 어렵지 않은 말들로, 우리 아이들이 읽어도 자연과 어른들이 전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글들을 매일매일, 꾸준히, 기록하는 삶을 지켜나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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