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회 열린강좌 후기 ] 노란 코코넛 마을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보는 발리 > 한인니 문화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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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니 문화 연구원 [제80회 열린강좌 후기 ] 노란 코코넛 마을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보는 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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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기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301회 작성일 2023-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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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한인니문화연구원(IKCS) 제80회 열린강좌


노란 코코넛 마을(Ubud Banjar Nyuh Kuning)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보는 발리


엄강심(IKCS객원연구원, UI 방문교수, 하버드대학 인류학 박사과정)


“경제학자는 비행기를 타고, 정치학자는 자동차를 타고, 인류학자는 걷는다.”


걸을 때 얼마나 많은 것들을 오래, 자세히 볼 수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정정훈 교수가 다녀갔다.


『도시로 보는 동남아사』(공저), 『키워드 동남아』(공저), 『노란 코코넛 마을』을 저술한 그가 민족지 작성을 위해2012-14년 발바닥이 샛노래질 때까지 걸었을 노란 코코넛 마을(이하 뉴꾸닝 마을)이3시간 남짓한 그의 방문 덕분에 연구원 내에 펼쳐졌다.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하고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와 공동주최한 이번 한인니문화연구원 80회 열린강좌에는 멀리 발리에서 찾아오신 교민을 포함해 발리에 대한 애정어린 발길들이 모인 뜻깊은 시간이었다.

디지털 유목민에서부터 서퍼, 요가인 등 다양한 이들이 주무대로 삼는 발리는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인도네시아보다 인지도가 높을만큼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는 관광지가 되었다.

 그러나 외지인들의 끝없는 발길에도 불구하고 마자파힛 왕국을 일으켰던 힌두신들이 아직도 마을 어귀 곳곳을 지키고 있을 것만 같은 곳이 발리이다.


유구한 문화유산, 아름다운 자연경관 및 다채로운 식재료로 영겁의 세월동안 세계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 해왔을 법한 이곳이 관광지로 떠오른 계기부터 시작해 관광 발달과 전통의 재구성을 둘러싼 담론이 어떻게 공동체에 투영되었는지를 관광인류학적 관점에서 배울 수 있는 자리였다.

발리는 네덜란드 전 국회의원인 반콜(Heer H. Van Kol)이라는 여행객의 등장으로 1903년 유럽인들에게 소개된다. 하지만 네덜란드 로얄패킷 회사의 정규 증기선 운항이 시작된 1920년대에 이르러서야 관광지로 각광을 받게 된다. 


강연자에 따르면 발리 지역이 관광지화 된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 소, 돼지, 코코넛, 커피 등 농축산물을 운반하던 수송선의 좌석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관광지 개발이 필요했고, 둘째, 관광지화를 통한 사회기반 시설 건설의 정당성을 확보해 현지 주민들의 노동력 사용을 합리화하고, 셋째,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은 서구인의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에서 비롯된 ‘진짜’ 찾기 즉 과거에 대한 복고적 향수를 찾는 과정에서 발리가 주요 관광지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렇게 네덜란드 식민당국과 관광회사, 발리문화예술 관련 책자들을 통해 발리는 국제사회에서 ‘지상최후의 낙원,’ ‘신들의 섬’이라는 이미지로 알려졌고, 그 중심에는 우붓이 있었다.


2000년대 전후로 요가인, 은퇴 이민자, 일본 여성 등 우붓디언으로 표상되는 장기 거주 관광객들이 증가하면서 발리 르네상스의 중심지인 우붓과 그 주변 지역들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우붓 왕궁으로부터 남쪽 5km 떨어진 뉴꾸닝 마을의 관광 매력도가 증가하면서 전통건축 양식과 자연친화적 관광 지역이 확대된 것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한다.


강연자가 2012년 6개월 된 아들과 함께 이사를 했을 당시 뉴꾸닝 마을은 약 800 명 170여 가구로 구성된 작은 농촌 마을이었다. 우붓과 근접한 지리적 이점 덕분에 2000년대 이후 마을 주민 대부분이 관광업에 종사하였지만, 수박 관개 시설 및 원시림 트레킹도 전무하고, 전통문화예술을 경험하기에도 한계가 있던 마을이었다. 


그럼에도 강연자의 가족을 포함 약 100여 명의 외국인들이 거주하였기에 관광객, 외국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주민들의 대응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공동체의 실존적 고유성과 전통의 정교화가 문화관광 정책의 방향성과 맞물려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202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2년 발리 폭탄 테러는 발리 사회에 크나큰 충격과 고민들을 안겨 주었다. 발리 문화관광 정책의 분수령이 된 이 때를 기점으로 전통의 재창조 과정 및 반자르* (banjar) 의 활동에 더 큰 무게가 실리게 된다.


*흔히 마을로 해석 및 번역되는 반자르는 발리의 고유한 공동체 구성 단위로서 고유한 관습법에 운영되는 친족 및 사원을 중심으로 하는 집합체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뻐짤랑(pecalang) 역할의 강화이다. 삶과 죽음의 허망한 경계와 경제 붕괴를 목도한 후 발리 내에서 종교적 의례들이 가지는 의미는 더욱 강해졌다. 그 과정에서 치안 유지, 이방인 감시 및 의례 진행 과정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던 뻐짤랑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게 된다. 이러한 발리 사회의 전반적 변화는 뉴꾸닝 마을에도 투영되었다.


2003년에 조직된 뉴꾸닝 마을 뻐짤랑은 12명 규모로 운영되면서 오달린 의례와 같은 종교의례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 외지인 관리 명목의 기부금을 징수하는 등 주민과 관광객의 연결 매개체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 외에도 2006년 28명의 조합원으로 설립된 뉴꾸닝 택시 조합도 단순히 사람들의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것을 넘어 외지인들과 뉴꾸닝 마을 주민들을 잇는 매개체로 떠오른다. 


우붓 지역 택시 영업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조직된 택시 조합은 마을 전통에 기반한 운영 규칙을 두고 마을에 위치한 호텔과 긴밀히 움직인다. 그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호텔은 마을 공동체에 기부금을 제공하여 마을 내에서 좋은 평판을 유지함으로써 뉴꾸닝 전통의 공동체적 정체성을 존중하면서 관광을 활성화 할 수 있게 되었다.


강연자는 발리의 작은 농촌 마을이 관광지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관광과 전통에 대한 담론이 어떤 방식으로 마을 공동체에 투영되는지를 뻐짤랑, 택시 조합, 토지의 상품화, 종교적 의례가 가지는 사회적 순기능 등 다채로운 사례를 통해 설명해 주었다.


뉴꾸닝 마을을 통해 볼 수 있듯 관광의 발달은 공동체의 전통과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들을 만들어 냈고, 그로인해 전통의 재창조가 일어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2019년 통계로 발리 전체 인구에 가까운 600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는 발리는 오늘날에도 문화적 전통 실천과 이를 통한 관광 산업의 부흥을 위해 그린 발리, 생태 관광, 대안 관광 등 다양한 논의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담론들이 단순히 발리의, 발리에 의한, 발리만을 위한 논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및 챗GPT 등의 등장으로 급변하는 지구촌 사회에 다양한 화두를 던지고 담론을 끌어내는 발판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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