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인도네시아 이야기” 문학상] 성인부 대상(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상) /권남혁 > 한인니 문화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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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니 문화 연구원 [제10회 “인도네시아 이야기” 문학상] 성인부 대상(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상) /권남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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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기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5,520회 작성일 2019-10-0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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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인도네시아 이야기” 문학상] 성인부 대상(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상)
 
 
쁘말랑, 안동
-결혼식
 
권남혁 (KOICA 해외봉사단원)
 
새벽 아잔 소리가 멎자
남정네 수런거리며 깨어나는 아침과 함께
‘메에-’
애잔한 염소 울음소리 들린다
 
축제의 날이 밝았다
 
사떼 깜빙 그 맛에
수다가 늘어지던 계집애들
구슬 치던 머슴애들도
골목길 무대 앞으로 모여들고
쌀 한바구니 들고 온 이웃들과
사떼 깜빙 호사를 누리느라
이박삼일 스피커는 지치지도 않고 울어댄다
 
사십년 전 경상도 시골
초가집 두어 평 고방에 열댓 명이 칼잠을 자고
돼지 멱따는 소리와 함께
김은 무럭무럭
서지는 콸콸
남정네는 넋 잃은 돼지 갈래갈래 나누고
아낙네는 삶고 부치고 무치고
돼지 오줌보에 물 채운 아이들 골목 축구
온 동네가 들썩였지
 
그때 그 남정네, 아낙네, 아이들
오늘 다 쁘말랑에 옮겨 와 있었구나.
 
 
 
 
시시한 시 한 편
 
권남혁 (KOICA 해외봉사단원)
 
얼마나 가벼움이
떨어져 나가고 나가야
심심함으로 가라앉을까?
 
얼마나 심심함이 깊어지고 깊어져야
그 무거움 다 떼어내고
시시한 시 한 편으로 떠오를까?
 
강물은 안으로 흐르고
바람은 갈빗대를 훑고 지나갔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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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권남혁 수상소감]
 
 
이제 586이 꼰대라고 하네. 똥차가 되어서 아들, 딸들이 갈 길을 꽉 막고 있다고 하네. 어느 국회의원이 말했었지. 청년들, 취직이 안 되면 동남아든 아프리카든 나가라고. 청년들이 답했지. 그러는 당신이 나가라고.
그렇다. 우리는 우리 자식들이 동남아나 아프리카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키우지 않았다. 시간은 과거로 흐르지 않고, 우리 아들, 딸들은 동남아나 아프리카에서는 경쟁력 아니 그 이전에 생존력도 없지만, 그들은 또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숙제를 해결하리라. 대신 우리 베이비부머 세대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지금 한국의 근원적인 문제, 인구 구조의 문제. 우리가 태어나서 생겨난 우리 존재의문제.
 
그래, 나부터 나간다.
 
자식들 키우면서, 자기 자라 온 과거를 복습하듯이, 여기 인도네시아로 옮겨와서 이미 지나간 생의 나날들을 반추하게 된다.
쁘말랑의 결혼식에서, 산업화 도시화 상업화에 점령당하기 전의 70년대의 한국을 떠올리게 되었고, 요즘 거리의 시위 모습에서,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하던 명동과 종로에서의 그 뜨거웠던 87년 여름을 떠올리게 되었다.
등교길 학생들로 꽉 차는 거리 모습에서, 우리도 그 때 까만 교복의 물결이 거리를 채우고 넘실댔었지하고 떠올린다. 새까만 시궁창 물이 흘러가는 도랑을 보며, 그래 우리도 저랬었지. 아니 지금도 감쪽같이 복개한 그 밑에는 여전히 저런 물이 흐르고 있겠지, 분명히.
 
나무도 옮겨 심으면, 일 년 동안은 몸살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가지도 뿌리도 잘라내고 생경한 땅에 꽂아놓은 나무가 어떤 몸살을 하게 되는지 여기에 와서 몸으로 알게 되었다.
그 심심함이 심해지고 심해져서 신음소리처럼 새어나온 것들을 주워 모았다.
그 시시한 시들에 상을 주겠단다. 다들 심심한가 보다. 다들 가슴 속으론 강물이 흐르고, 갈빗대 사이론 바람이 훑고 지나가나 보다. 반갑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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