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수혜국서 공여국으로…인도네시아, 외교의 새로운 장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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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가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나서 새로운 외교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꼬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12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장관·대사·영사를 포함해 총 134명이 참석한 외무부 실무대표 회의를 공식 개최하고 “나는 외무장관에게 인도네시아가 세계 평화에 지속해서 기여할 것을 주문해왔다”면서 “인도네시아는 이제 원조받는 것을 중단하고 다른 국가를 돕기 위해 손 내밀 때”라고 밝혔다고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가 이날 전했다. 스리랑카·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아프가니스탄 등 남아시아 5개국 순방을 마친지 2주 만에 세계무대에서 인도네시아의 공헌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이를 위해 9700만달러(약 1050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제 원조 프로그램 운영 기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또한 테러, 난민, 국제분쟁 등을 해결하기 위한 행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꼬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수카르노 대통령 이후 57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해 잇단 테러를 겪은 이 지역의 평화 유지를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당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함께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평화를 되찾기 위해 협력할 것이며 그때까지 다른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인도네시아는 미얀마 서부 라킨주(州)에서 일어난 소수민족 로힝야족 탄압 등 주변국의 갈등 완화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조꼬위 대통령은 지난달 방글라데시 로힝야족 난민촌을 방문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라킨주에서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성명을 내고 “나와 인도네시아 국민은 미얀마 라킨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사태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단순히 그들을 비난하는 성명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꼬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에 대해서는 “팔레스타인처럼 불의와 억압에 대항하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필립스 버몬트 인도네시아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매체에 “팔레스타인 수장은 인도네시아를 진정한 친구라고 부른다. 아프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가 평화 유지에 기여한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면서 “인도네시아의 외교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가 국경 문제에 대해 소통을 원활하게 도왔다”고 말했다.
그는 “조꼬위 대통령은 취임 해인 2014년부터 경제 성장과 인프라 구축 같은 국내 문제에 집중했다”면서 “이날 그의 원조 공여국 발언은 인도네시아를 ‘미들파워(middle power)’ 국가로 진화시키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미들파워는 초강대국이나 강대국에는 못 미치지만 꽤 큰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를 의미한다.
조꼬위 대통령은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계속 전진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는 다른 국가들에 대한 열등감을 떨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5.07%였고 올해는 5.4%를 목표로 삼고 있다”며 “경제성장 속도가 이대로 유지된다면, 인도네시아는 2045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경제국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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