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구호의 정치학…인니 왜 국제원조 수용에 소극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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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부도움 받으면 허약하다는 인상 우려…'롬복지진'땐 국제구호 꺼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을 덮친 규모 7.5의 강진과 뒤이은 쓰나미로 7일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1천763명에 달한다.
자연재해 앞에 무너진 인도네시아를 돕기 위해 국제사회가 내민 도움의 손길이 속속 현지에 도착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국제사회의 노력이 항상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해외 원조 수용의 정치학'을 언급하며 인도네시아에서 구호 노력이 종종 또 다른 어려움에 부딪힌다고 7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술라웨시 발생 후 국제 원조기구와 비정부기구(NGO)들의 구조활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휴양지 롬복 섬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해 최소 557명이 숨지고 약 4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던 때와 비교하면 커다란 변화다.
당시 재난 현장을 찾았던 국제구호 활동가들은 환영받지 못했다. 현지 단체에서 나온 게 아니라면 호텔 안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지침을 받기도 했다.
지난 3일 두 번째로 술라웨시 피해 현장을 방문한 조꼬 위도도(일명 조꼬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구호 작업을 제대로 진행 중"이라면서도 피해 지역에서 긴급구호품 배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과거 해외원조를 꺼렸던 이유로는 국민적 자부심, 주권 보호 및 자족에 대한 열망 등을 꼽힌다.
이번 술라웨시 지진 대처 과정에서 보인 조꼬위 대통령의 태도는 정치적 위험을 감내한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외부도움을 너무 빨리 받아들이면 자칫 허약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위기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자초해 국내에서 정치적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술라웨시 지진에서도 폭넓은 해외원조를 허용하는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포하지는 않고 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관련, 수또뽀 누그로호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 대변인은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관련 규정이 있고, 통치권과 관련된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재난이 닥쳤을 때 해외원조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2008년 쓰촨(四川) 대지진 발생 당시 중국 정부는 해외원조를 기꺼이 받아들였지만, 같은 해 사이클론 '나르지스'가 강타했던 미얀마는 해외 구호 활동가의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역시 최근 몇 년간 국제사회의 손길을 거부하거나 제한적으로만 수용했다.
롬복 지진 이후 두 달 이상이 지났지만 이재민 44만여명은 여전히 천막 등으로 지은 임시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정부 허가 등의 문제로 새 건물을 짓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술라웨시 이재민 7만여 명 역시 몇 달간 집 없이 지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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