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고 다발국 된 인도네시아…원인은 섬 지형·인프라 부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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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증가로 항공산업 빠르게 성장
인프라는 여전히 열악 수준 머물러
189명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라이온에어 여객기 추락 사고로 인도네시아에서 유독 항공기 사고가 잦은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사고 여객기가 생산된 지 불과 두 달 남짓 밖에 지나지 않은 최신 보잉 737 MAX 8 기종이라, 해당 기종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는 동시에 인도네시아 항공산업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도네시아가 '항공재난국' 오명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보도했다.
세계 민간 항공사의 사고 통계를 집계하는 항공안전네트워크(Aviation Safety Network·ASN)의 최고경영자 해로 랜터는 인도네시아에서 항공기 사고가 빈발하는 것에 대해 “인도네시아 항공사들이 일부 지역에서는 어려운 지형이나 시야가 흐려지게 하는 악천후, 항공 교통 관제사의 부족 등과 씨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행하기 어려운 지형과 잦은 기상악화 뿐만 아니라, 항공기 수에 비해 활주로 등 인프라시설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는 2억6,000만명(세계 4위)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섬 1만 7,000개가 넘는 나라로 항공기 이동이 필수적이지만,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프라 수준이 기준 미달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항공사 안전도를 평가하는 ‘에어라인레이팅닷컴(Airlineratings.com)'의 상무이사 제프리 토마스는 인도네시아의 활주로 및 통신시스템이 국제적 기준에 미달하고 있다고 했다.
토마스는 "인도네시아의 항공산업이 매우 빨리 성장하면서 인프라 정비 속도가 이에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인프라는 세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인도네시아 항공기 이용객의 급증으로 조종사들의 과도한 노동시간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 국회의원이자 항공 전문가인 알빈 리는 "인도네시아에서는 항공산업 성장으로 항상 새 공항이 건설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격을 갖춘 조종사 확보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인 자카르타 포스트는 올 초 인도네시아 정부가 기준 미달의 항공대학들은 단속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항공사들이 조종사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 전 의원은 이런 이유로 "향후 조종사 및 항공교통 관제사들을 추가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에서 항공기 이용객이 급증하는 것은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중산층이 빠르게 늘면서 해외여행 등의 수요 증가했기 때문이다.
리 전 의원은 "인도네시아 항공산업은 지난 몇년간 9~11%의 성장률을 유지했다"며 "국가 경제성장률 보다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라이온에어는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저가 항공사로, 국적기인 가루다항공보다 자국민들에게 더 많이 이용되고 있다. 라이온에어 여객기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4년에는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묘지로 돌진해 25명이 사망했으며, 2013년에는 발리에서 사고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경찰은 라이온에어 소속 조종사를 필로폰 계열의 마약 ‘샤부샤부’를 투여한 혐의로 체포했다. 지난 2010년과 2012년에는 최소 4명의 조종사와 승무원이 마약 관련 범죄로 연이어 체포됐고, 2015년에는 부조종사와 남녀 승무원 2명이 자카르타에서 ‘마약 파티’를 벌이다 적발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3년 인도네시아 발리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라이온에어 여객기 해상 추락사고가 마약으로 인한 환각 상태에서 여객기를 몰던 조종사가 활주로를 지나쳐 바다 위에 비상 착륙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 29일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이러한 일련의 사고로 지난 2007년 인도네시아 항공기 운항을 금지했었다. 이후 미 연방항공국은 지난 2016년 8월 이러한 조치를 해제했고, EU도 지난 6월 인도네시아 항공기 운항을 전면 재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라이언에어는 EU에서 6월 이전에 운항을 다시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인도네시아 항공사 운항 금지를 해제한 지 불과 1~2년 새 또 다시 대형 사고가 터지면서 이번 사고는 1997년 234명의 희생자를 낸 가루다 항공사고 이후 인도네시아내 최악의 항공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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